바보
22년도 여름이었나.
남편과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오던 길이었다. 우리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된 공동현관으로 들어오는 게 편하다. 그래서 주로 지하1층으로 들어오며, 1층에 있는 우편함을 거의 항상 지나치곤 한다. 그 날이 20일 언저리 즈음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1층 들렀다 가자. 관리비 영수증 나왔을 것 같아.”
통상적으로 매달 20일이면 관리비 영수증이 우편함에 꽂혀있었기 때문에 1층에 들러서 영수증을 챙겨야 했다. 그리곤 다시 엘레베이터에 탔다.
“전기 사용량이 올해엔 232인데 작년에 333야, 100이나 차이가 나네. 올해 우리 에어컨도 안키고 잘 버텼어.“
엘레베이터에서 집까지 오는 짧은 순간 명세서를 분석한다. 전기 사용량이 작년 동월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을 보고 올해 전기세 아꼈다며 좋아하는 내 말에 남편 왈,
“작년에 여기 살던 사람들 왜이렇게 많이 썼지?“
“.........”
바보.
작년에 이 집에서 전기를 펑펑 쓴 것도 우리다. 바보.
“오빠 작년 여름에 전기 쓴 것도 우리야... 우리 21년도 2월에 이사왔어.”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났냐며 챙피한 웃음을 지으며 비밀번호를 쳤고, 이 이야기로 아직도 남편을 놀려먹으며 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