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그래야 하지?
어렸을 때부터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배웠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당연한 배움이다.
부모님은 어디를 방문하실 때,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멈추지 못하셨다.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까봐서다. 그래서 서른 몇살이 된 지금의 나도 길가에 차를 절대 대지 못한다. 1분도 안걸릴지라도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야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꽉 막힌 일일 수도 있다고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길가에 다 주차를 하고 볼일을 본다.
어렸을 적 식당에 가면 떠들지 말아야했고, 뛰지 말아야했으며 어느 날은 혼이 나서 울다가 잠들 때도 있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배워왔다. 집에서도 절대 쿵쿵 걸으면 안되고 사뿐사뿐 걸으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결혼을 한 지금도 나는 집에서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지며 걷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심지어 250여만원을 들여 매트도 시공을 해놨다.)
하지만 살다보니 왜 나만? 이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 다른 사람들은 운행 중이던 내 차 앞을 갑자기 막으며 잠시 주차를 해 빵집에 잘만 갖다오는데 왜 나는 남들을 배려해야 하지?
- 윗집 아저씨는 밤이고 새벽에고 뒤꿈치로 바닥을 내리찍어 내 머리 위에서 걷는것마냥 걸어대는데 왜 나는 집에서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져 걸어야 하지?
- 나는 어디서든 상대방이 실수를 했어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괜찮다'고 하고 있는 거지?
- 임신 6주부터 34주까지 입덧으로 새벽 내내 구토하는 소리가 들릴까봐 왜 미안해 하는 거지? (방금도 누군가가 샤워기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 직진+우회전 차선인데 뒷차가 우측 깜빡이를 키면 왜 내가 미안해야 하지?
미안한 일이 아닌데도,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도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나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내가 진심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척'을 한다 느낀다.
내면에서는 내가 왜 그렇게 해야되는데? 라는 반발심이 마구 올라온다.
어쩔 때는 나를 이렇게 키운 우리 부모님에게 원망이 향하기도 한다.
이제는 미안해 하지 않고 싶다.
내 마음대로 솔직하게 살고 싶다.
미안하면 정말 미안한대로
미안하지 않으면 정말 미안하지 않을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