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닮고 싶다.

나를 키웠던 엄마의 마음을 닮고 싶다.

by 똔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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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나와 많이 다르다. 흔히 첫째 딸은 아빠를 닮는다고 하는데 그 말 그대로 나는 외모와 성격, 체형까지 모두 아빠를 닮았다. 중학생 때는 동네에서 걷고 있는데 처음보는 사람이 'OOO 딸 맞지?' 라고 하는 말까지 들어봤다. 엄마는 마른 몸에 매끈한 피부, 성격도 둥글둥글하다. 3n년 살면서 엄마가 화내는 것을 본적이 다섯 번도 안된다. 아빠는 엄마랑 정반대다. 아빠말론 젊었을 적 잘생기고 인기도 많았다고 하지만 나는 아빠의 인기많은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다. 아빠는 배도 많이 나왔고 전체적으로 퉁퉁하다. 피부도 많이 안좋고, 몸에 털도 많은데 왜 내가 이것까지 닮았는 지... 성격도 엄마랑 정반대다, 화가 많고 성격이 급하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나는 통통하고, 피부도 안좋고, 팔과 다리에 털도 많고, 화가 많고 성격이 급하다.


이런적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설날이었다. 한 대 뿐이었던 차는 아빠가 교대근무를 하면서 출근길에 가져갔고, 그 때문에 나와 엄마, 동생은 아파트 정문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설 당일 아침이라 그런지 도로는 텅텅 비어 택시는 커녕 일반 승용차 한 대도 없었다.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라 스마트폰은 당연히 없었고, 콜택시를 부르지 않는 이상 길에서 무작정 택시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날은 춥고 짐은 많았다. 삼십여분 지났을 무렵, 멀리서 빈 택시가 왔고 우리는 바닥에 두었던 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쪽으로 어떤 아주머니가 뛰어오더니 택시를 향해 손짓했고, 택시는 야속하게 그 아주머니 앞에서 멈췄다. 우리가 서있던 곳이 통상적으로 택시를 타는 곳이었기에 그 택시는 약속된 장소가 아닌 곳에 멈춰 그 아주머니를 태운 것이었다. 화가 많은 나는 택시로 다가가 차 문을 열고 '아줌마 내리세요, 우리 삼십분이나 기다렸어요.' 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나를 못본 척 하며 앞만 보고 있었다. 아마 본인도 본인이 얌체같은 행동을 한 것을 알고 있던 것 같다. 화가 났다. 택시 운전 기사도 아무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달려와 나를 말렸다. '다음 택시 타면 되지.' 속 좋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답답했다. 결국 택시는 그렇게 떠났고, 몇 십분을 더 기다려서 택시를 탄 우리는 조금 늦게 할머니댁에 도착했다. 엄마는 화도 안나는지 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침에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내가 아빠랑 성격이 똑같다고 깔깔 웃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엄마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엄마한테 혼나본 기억은 여동생이랑 몸싸움해서 회초리 들고 '엄마, 아빠 죽으면 너희 둘이 남을텐데 지금 이렇게 싸우면 어떡할거냐'는 기억밖에 없다. 그마저도 맞지 않았다. 가끔은 엄마가 답답할 때도 있다. 항상 화내지 않고 좋은게 좋은거라며 웃고 넘긴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동생 모두 아빠는 조금 무서워하지만, 엄마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친구처럼 잘 지낸다. 아기를 낳고 나니 엄마의 성격이 닮고 싶어졌다.




우리 아기는 태어난지 6개월이 되었는데, 4개월 넘게 수유량이 늘지 않고 있다. 이른둥이(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라 조바심이 아주 많이 난다. 별 짓을 다하고 별 방법을 다 써봐도 잘 먹지 않는다. 이쯤이면 내가 '원래 잘 먹지 않는 아기'라고 인정하는 것이 맞을텐데, 그래도 그게 되지 않는다. 담당 교수님은 아주 잘 크고 있으니 다른 아기들이랑 비교하지 말라고 하신다. 하지만 안된다. 컸으면 좋겠다. 잘먹었으면 좋겠다.


6개월이 된 아기의 4개월이 넘는 수유량 정체기를 겪으면서 그 와중에 며칠씩은 그 마저도 먹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아기가 잘 먹지 않고 입을 꾹닫고 젖병을 뿌리치면 화가 난다. 뭣같은 성질머리다. 항상 화내고 후회할거면서 꼭 당시엔 그런다. 며칠전에도 아기가 먹지 않고 거부를 하는 와중에 친정엄마가 우리집으로 왔다. 또 버럭 화를 내는 나를 보고 엄마가 뭐라고 할 줄 알았다. 엄마까지 와있는 와중에 아기가 먹지 않으니 속상함에 눈물까지 핑 돌았지만 꾹 참았다.


"너무 안먹어 너무."


"매번 먹을 때마다 이러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겠어, 봄이야. 아기 먹이는 일이 제일 힘들어. 특히 이렇게 거부하고 안먹는다고 할 때는. 얼른 컸으면 좋겠는데 안먹고, 안크니 얼마나 애가 타겠어. 봄이야, 맛이 없어? 먹기가 싫어? 조금 쉬다 먹어볼까?"


항상 아기편만 들던 엄마였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힘들다는 것을 읽어주니 목이 메였다. 엄마 앞에서 운다는 것을 들키기 싫어 조금 더 화를 냈다. 너무 안먹어서 먹이는 일이 지겨워진다고. 힘들다고. 하루에도 몇 번을 먹이는데 그 몇 번이 다 지친다고.


엄마는 봄이를 몇 번 안보니 듣기 좋은 말만 나오겠지. 저렇게 예뻐만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나를 키울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윽박지르지 않았던 것 같다. 안먹는다고 소리치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의 감정에 휘둘려 나한테 화를 냈던 적이 없었다.


우리 엄마는 우리 아기를 24시간, 365일 봐도 나처럼은 화를 내지 않을 것 같다.


엄마가 나를 키웠던 태도처럼, 마음처럼 나도 우리 아기를 키워야겠단 마음이 든다. 이해하고, 사랑하고, 감싸주고.


모든 것은 아빠를 닮았지만 마음만큼은 엄마를 닮고 싶다. 엄마의 사랑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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