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질

세상 모든 부모에게 경의를 표하며.

by 똔또니


그동안 저장만 해두고 쓰지 않았던 이 글을, 오늘은 발행하고 싶어졌습니다. 부모가 된지 고작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제가 이 짧은 기간 동안 부모라는 어른이 되어가며 육아에 필요하다 느끼는 자질 열 가지를 손에 꼽아 보았습니다. 재력이나 권력과 같은 진부하고 뻔한 내용들은 넣지 않았어요. 또한 부모의 능력이지 '자질'은 아니니깐요.



1. 체력

체력. 아, 엄청 중요합니다. 체력이 없으면 아래에 쓰인 2~10번까지 자질들을 수행할 수가 없게 됩니다. 내 몸 먼저 건사해야 육아도 열심히 할 수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체력 꼭 길러야 합니다. 체력이 빵빵한 7개월 아기를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보려니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입안에 염증이 생기거나 임파선염이 올라오는 것은 예사입니다.


2. 동체시력

아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습니다. 분명히 거실 오른쪽 끝에 두고 잠시 설거지를 하러 가는 데, 쿵! 금세 기어 온 건지 (제가 안 보는 새에 뛰어다니는 것처럼) 거실 왼쪽 끝에 와 어딘가에 쿵 박습니다. 이때, 부모는 아기가 움직이는 것을 아주 빨리 캐치해 내야 합니다. 가끔은 노는 것을 보고 있는 와중에도 다칩니다. 제 동체시력이 좋지 않은 까닭일까요?


3. 인내심

솔직하게 말해서, 체력 다음으로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육아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말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육아는 반복입니다. 같은 것을 반복해서 알려줘서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인내심이 적은 저로선 육아하면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할 날들이 많겠죠.


4. 스피드

2번의 동체시력과 연결되는 자질입니다. 동체시력이 좋아 아기가 다치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몸을 빨리 움직여 다치지 않게 해야겠죠? 몸이 느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5. 부지런함

살면서 가장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 한때 같습니다. 원래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23년 출산 후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현재. 하루에 만보 가까이 걷습니다. 물론 살을 빼려고 일부로 많이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부지런하지 않으면 오늘의 업무(?)를 해낼 수가 없습니다. 간혹 집에서 애 보는 것이 뭐가 힘드냐고 하시는 이상한 분들도 계시지만 집에서 집안일하며 육아하는 것.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복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6. 밝은 잠귀

영유아 돌연사라고 들어보셨을까요? 만 1세 이하 아기들이 잠자는 동안 이유도 없이 사망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뒤집어서 자면 그 위험이 더 커진다고 하지만 여느 아기들처럼 뒤집기를 하고 난 이후엔 왜 그렇게 뒤집어서 자는지. 새벽 내내 아기를 확인하곤 합니다. 다행히 고개를 돌려 잘 잡니다. 그래도 불안합니다. 아기가 뿌앵- 작게라도 소리를 내면 바로 깨어 아기를 보러 갑니다. 사실 '밝은 잠귀'는 있어야 하는 자질이 아니라 부모가 되면 생기는 자질 같습니다.


7. 무한한 애정

당연하죠, 무한한 애정. 말 안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8. 창의력

제일 어려운 자질같습니다. 창의력. 나날이 커가는 아기와 어떻게 신나고 재미있게 놀아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더 크면, 어떻게 가르칠 지 더 많고 폭 넓은 고민이 생기겠죠.


9. 이해력

1) 이해력은 육아뿐만 아니라 배우자와의 관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아기를 낳고 보니 부부의 생활은 전과 많이 달라집니다. 집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2배 이상 늘었고, 모든 생활의 중심은 아기가 되어 신혼 시절 아기자기하게 꾸몄던 우리의 집은 이제 알록달록한 장난감들로 채워져있습니다.(그만큼 매일 치워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 만큼 가사 분담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한 불만과 짜증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배우자의 힘듦과 노력을 이해해야 합니다. 일을 다니고 있는 사람은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하는 배우자의 힘듦과 노력을,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하는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는 배우자의 스트레스를 이해해 줘야 합니다. 물론 저도 많이 어려워서 많이 다툽니다.

2) 배우자에 대한 이해력은 물론, 아기에 대한 이해력도 물론 필요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는 온몸의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합니다. "얘가 왜 자꾸 울어?", "왜 안 먹어?" 와 같은 말은 소용없습니다. 부모는 아기가 어떤 이유로 불편해하는지, 어떤 이유로 먹지 않는, 어떤 이유로 잠을 자지 않는지 하나하나 파악하고 아기의 상태를 이해해야 합니다.


10. 희생

엄마는 아기를 낳음으로써 신체가 망가지는 슬픈 경험을 합니다. 제가 대표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제 몸 상태는 설명해 보자면, 30대 초반에 임신을 하고 출산한 저는 34주에 조산을 했고, 배가 얼마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살이 다 터서 아랫배에 빨간색 세로줄이 다다다 박혀있습니다. 또한, 응급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아랫배에서 더 아래쪽으로 10cm 정도 되는 흉터가 있는데 저도 모르는 켈로이드 살성이었는지 지렁이처럼 툭 튀어나와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우수수 빠지는 중이고, 가슴도 축쳐져 씻을 때마다 아직도 우울합니다. 여기에 관절 곳곳이 욱거리고 아픕니다.

부모는 새 가족이 생겨 원래 하던 취미생활, 원래 하던 소비, 원래 먹던 음식들을 먹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이거나 시간적인 여유로 인해서요. 그렇게 희생하고 양보하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깁니다.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내 몸에 생긴 출산의 자국들과 같은 엄마의 흉터들이 보입니다. 제가 하는 고민들을 우리 부모님도 겪어왔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아기가 잘 먹지 않아 걱정이고 고민이라는 제 말에, 저도 분유를 너무 먹지 않아 고생했다는 엄마의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의 부모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 같습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세상 모든 부모님이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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