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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송희 Jun 24. 2021

내가 드라마 교육원에 다녔을 때.

드라마 교육원에 다녔을 무렵, 스승님에게 배웠던 수업들 중 마음이 가장 두근두근했던 순간은 드라마 작가가 대본을 쓸 때, 씬의 장소를 특정한 곳으로 정해놓고 쓰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배웠을 때였다. 요컨대 꼭 그 장소(실제로 존재하는) 여야만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은 이상, 카페는 그저 #카페로, 여행지에 있는 펜션은 그저 #펜션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스승님은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드라마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장소를 섭외하는 스태프들은 그것이 그들의 일이자, 즐거움이자, 성취감을 느끼는 요소라고.  마치 너희들이 글을 쓰는 것이 힘들면서도,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것처럼 그분들께도 그 일은, 애증이자 행복이라고. 그러니 그분들의 영역을 존중해야 하는 거라고. 스승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에 엄청난 삶의 철학이 녹아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상상했던 것들을 힘을 합쳐 실현해내는 일.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그걸 꿈꾸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여전히, 힘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는 듯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날이 오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작업이 힘들 때면, 문득문득 스승님이 생각난다. 그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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