뚠뚠한 시선-07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

by 이주동

1. '딸깍'의 시대

AI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피부로 느낀다. 프롬프트 몇 줄이면 그럴듯한 이미지가 쏟아지고, 일러스트 작가의 세상이 무너졌다는 말이 돌고, 디자이너는 끝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딸깍' 한 번이면 된다는 시대. 그 의성어 속에서 그동안 많은 시간을 들여 비교적 낮은 퀄리티를 내놓던 곳들은 당연히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2. 컨펌이라는 문턱

나 또한 최근 프로젝트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보았다. 좋다는 툴을 구독하고, 수많은 토큰을 결제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온갖 공을 들였다. 하지만 막상 현업의 한복판에서 마주한 진실은 조금 달랐다.

AI가 뽑아낸 결과물은 분명 빨랐고, 그럴듯했다. 하지만 나의 터치와 마무리가 없이는 절대 컨펌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클라이언트의 미묘한 의도, 브랜드가 가져야 할 고유한 결, 말로 설명되지 않는 '이건 아닌데'라는 감각. 그것을 읽어내고 완성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다. 'AI는 아직 멀었구나' 싶기도 했고, 과연 세상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까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삼켜버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3. 변하지 않는 본성

물론 100명이 하던 일을 10명이 해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한 가지, 기술이 아무리 빨라져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귀찮으면 기꺼이 돈을 낸다. 그리고 압도적인 것 앞에서는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연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본성이다.

도구가 연필에서 마우스로, 다시 프롬프트로 바뀌었을 뿐, 누군가의 결핍을 읽어내고 채워주는 일의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는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4. 해결이라는 본질

앞으로의 세상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모든 게 변하는 와중에 변하지 않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결국 사람이다. 모든 기술은 사람을 위해, 사람에 의해 변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해도 동시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타인의 문제를 읽는 눈,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그리고 기술을 도구로 부릴 줄 아는 사람의 존재감은 아마 꽤 오랫동안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직업이라고 부르고 일이라고 부르는 행위의 본질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가 꼭 붙들고 있어야 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일의 본질은 기술의 숙련도가 아니라,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유의 깊이에 있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존재는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우리가 기술의 파도 속에서도 꼭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본질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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