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펀치 May 14. 2017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추천작 [루머의 루머의 루머], [걸 보스]

처음으로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당연히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오오오 그 몰입감이라니.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사이트를 오픈한 이후 처음 가입해서 보기 시작한 시리즈는 OITNB,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었다. 물론 [하오카]에서도 많은 여성 등장인물들이 강하고 비중 있게 그려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정치 얘기다 보니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세상이 더 비중 있게 그려졌다. 하지만 그 뒤에 본 [오뉴블]은 정말 달랐다.


[오뉴블]은 파이퍼 커먼이라는 실존 인물이 쓴 회고록 [Orange Is The New Black: My Year in a Women's Prison]을 바탕으로 했다. 그동안 남성 교도소나 그 안에서의 위계, 서열, 우정(?), 폭력은 이미 미디어에서 지겹도록 봤다. 하지만 여성 교도소를 다룬 드라마라니! [오뉴블]의 독특한 분위기는 여기서 생긴다. [친절한 금자 씨]의 그 장면 정도(...)로 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나에게 오렌지색 교도소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 교도소 후기만큼이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hit&no=12985)


[오뉴블] 속 등장인물들은 여성 수감자로 뭉뚱그려지지 않는다. 각 인물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고 나름대로의 사연과 아픔이 있다. 범죄도 다양하다. 스토커, 마약 운반책, 폭탄테러 미수범.. 인종과 국적도 다양하다. 남성 교도소와 같이 그 안에도 은밀한 거래와 폭력, 우정과 사랑이 있다. 물론 미움과 괴롭힘, 따돌림은 물론이고. (...) 모든 수감자에게 개성과 캐릭터가 부여된다. 마치 우리 현실이 그렇듯이.

출처 http://orange-is-the-new-black.wikia.com/wiki/Category:Characters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두 시리즈가 있다. 이 두 드라마를 보고 나서 넷플릭스의 엣지 넘치는 시리즈 뽑기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로 [루머의 루머의 루머]와 [걸 보스]. [루머의]의 영어 제목은 [13 Reasons Why]인데, 해나 베이커라는 금사빠 고등학생 여자 아이가 자살 직전 자신이 자살하는 13가지 이유를 담은 7개의 카세트 테이프를 자신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죽은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처 넷플릭스
"내 인생 얘길 해줄게. 더 자세히 말하면 왜 내 인생이 끝난 건지를. 네가 이 테이프를 듣고 있다면 너도 그 원인 중 하나야."

선배의 추천으로 보게 된 시리즈인데, 이 드라마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순수한 사랑(?)을 기다리는, 평범한 여자아이의 삶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인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우리가 저지른 '한 번쯤 저지를 수 있는' 일들이 사실은 이렇게 한 사람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드라마지만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 안에서 봤던 모든 장면들이 크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며 보고 듣고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소문을 전달하고, 타인의 약점을 잡고, 알게 모르게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물론 누구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사회 속에서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EhQXCQ-2maY

메인 예고편 -  Netflix Korea


그렇지만 누군가의 따뜻한 한 마디가, 친구 한 사람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지 드라마는 보여준다. 그리고 출연진과 제작진, 정신과 전문의가 모여 집단 따돌림과 우울증, 성폭력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한 플러스알파의 영상까지 보다 보면 정말 진심을 담아 만든 시리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걸 보스]의 경우도 굉장히 몰입감 넘친다. 이 드라마 역시 [#Girlboss]라는 실화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연매출 1000억대 기업 '네스티 갤'의 CEO가 된 여자 소피아 아모루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주인공 소피아는 완전 파이팅 넘치는 문제아다. 도둑질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이베이에서 빈티지 옷들을 팔게 된 소피아는 자신의 사업을 구상해 나가면서 이런저런 일들에 부딪힌다.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가게 임대 계약을 그녀의 아버지와 하기 원하는 부동산 업자, '넌 안 될 거야'라고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주변 사람들.


하지만 소피아는 절대 굴하지도, 기죽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목표에 집중한다. 물론 멋진 남자와 연애도 하지만 소피아에겐 항상 일이 먼저다. 친구 남자 친구가 일하는 작은 클럽에서 만난 한 밴드의 드러머와 사랑에 빠진 소피아는 불타는 롱디(?) 연애를 하지만 결국 헤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그 감정선도 굉장히 현실적이다. 홀린 듯이 시간 날 때마다 봤던 시리즈.


출처 넷플릭스

확실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 보니 내로우 캐스팅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다뤄지지 않는 내용을 다룰 수 있고, 그 방식이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시리즈 중 [블랙 미러]도 마찬가지다. 소셜 미디어나 구글, 유튜브, 인터넷, 오디션 프로그램 등이 변화시키고 있는 사회를 아주 '다크' 하게, 그러나 담백하게 거울로 비춰낸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물론 다 재미있지는 않다. '이게 뭐야' 싶은 것들도 있고. 그렇지만 일관적으로 느껴지는 정서가 있다. 날카롭다는 거? 브로드 캐스팅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목표하는 시청층도 명확하고 주제도 뾰족하다. 그런 점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드 아일랜드에서 챙겨야 할 카드 20종 추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