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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Sep 05. 2018

무생목 프로젝트 vol.1

미국 코미디 드라마 <브루클린 나인-나인>

요즘 내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미드 <브루클린 나인 나인>. 20분짜리라 시간이 날 때마다 야금야금 보고 있는데, 한편 한편 진도가 나갈 때마다 숨 넘어가게 아쉬워하며 보고 있다. 이걸 왜 이제 봤나 싶을 정도로 정말 정말 재밌다.


<Brooklyn Nine-Nine>. 줄여서 Brooklyn99, 브나나로 불리는데 2013년 9월 17일부터 현재까지 방영 중인 시트콤으로, 시즌 5까지는 FOX TV에서 방영했으나 시즌 6부터는 NBC에서 방영 중이라고 한다.



분량은 한 회 22분 정도로 매우 짧은데,  그래서 짬이 날 때마다 짧게 보기 좋다. 요즘은 사실 여유 시간이 많지 않아 긴 호흡의 영상을 보기가 좀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짧은 에피소드 식의 드라마가 참 편리하게 느껴진다. 가성비가 좋달까? 어쨌든 시즌 3까지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고 나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보게 되었다.


브나나를 한 줄 요약하자면 NYPD, 뉴욕 브루클린 99번 관할서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다루는 형사 코믹물이다. 경찰서장과 그의 비서, 그리고 형사들이 주인공인데 이들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서로 가족 같은 존재가 되고(절대 인정은 하지 않지만) 연애도 하고 복닥복닥 사는 이야기라고 할까.


주인공인 앤디 샘버그가 2014 골든글로브 어워드에서 코미디 남우주연상을 탔고, 이 드라마 자체도 코미디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앤디 샘버그는 병맛 그룹으로 유명한 '론리 아일랜드'의 멤버이자 전 SNL 크루로, 마셜 분과 함께 브나나의 프로듀서도 맡고 있다. 본인이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프로듀서.. 그래서인지 제이크 페랄타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매력 포텐인 것인가..

https://youtu.be/NisCkxU544c

Like A Boss (ft. Seth Rogen) - The Lonely Island

앤디 샘버그가 맡고 있는 제이크 페랄타는 머리 좋고 열정적이지만 '다이하드' 시리즈에 열광하는 장난기 많은 99 경찰서의 분위기 메이커 형사다. 재정 관리를 특히 못 해서 안마 의자를 5개인가 사 들이지를 않나 오랫동안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기도 한다. 와중에 자기가 취직시켜준 비서 소꿉친구가 저축한 돈으로 그 집을 사니 열폭하는 현실적인 찌질함을 보이기도.. (작품 내에서 테리 형사도 연봉 문제로 보안 업체 이직을 고려하는 것을 보면 미국 형사 연봉이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시즌1 시작에 처음 부임하는 레이 홀트 서장과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여러 사건을 겪고 두 사람은 가장 끈끈한 동료가 된다. 레이 홀트 서장은 99 관할서에 새로 부임한 서장인데, 최초로 서장을 맡게 된 기혼 흑인 게이 형사로 대나무 뺨치게 대쪽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식사는 몸을 움직이는 칼로리만 채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거의 웃지 않아 '로봇'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한다. 클래식 애호가이고 교수 남편인 케빈과 살고 있다.


사실상 서장님이 시즌 2 마지막까지 본 지금까지 나의 최애 캐릭터인데(차애는 페랄타) 딱딱하고 로봇 같던 서장이 99 팀을 만나 조금씩 인간화(?) 되어가고, 장난기를 되찾아 가는 면이 참 좋다. 메를린 윈치라는 평생 숙적을 두고 나타나는 의외의 승부욕도 깨알 매력 포인트.


브나나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차별과 편견을 깨는 개성 있는 캐릭터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선 라틴계 여주인공이 두 메인 여성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부터 신선하다. 심지어 배역도 멋진 여성 형사!


NYPD 소속인 로사 디아즈(스테파니 베아트리스)와 에이미 산티아고(멜리사 푸메로)는 스마트하게 사건을 해결하며 총싸움이나 범인 제압에 있어서도 뛰어나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굉장히 협력적으로 그려진다. 한 번은 둘이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세상 까다롭고 거친 로사가 '남초인 경찰서 안에서 우리는 서로 돕고 지지해야 한다'며 화해를 청하는 모습에 살짝 감동받을 뻔했다.


또 게이인 홀트 서장이 우리의 흔한 게이에 대한 이미지와는 달리 음식이나 미적인 면에 관심 없는 이성적 계산기 같은 캐릭터인데 반해 제이크의 단짝 이성애자 찰스 보일 형사는 굉장한 미식가로 그려진다든지. 편견과 선입견을 깨는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여성 형사인 로사는 누구보다도 터프하며 대표적으로 근육질에 힘센 테리 제포즈 형사는 매우 좋은 아빠이자 겁 많고 섬세한 (요거트를 사랑하는) 남성으로 그려진다.


그나저나 이 글을 쓰기 위해 이미지를 찾던 중 인터넷에서 글 하나를 발견했는데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설명해 놓아서 소개한다. 역시 국가는 달라도 느끼는 것은 같구나. '왜 브나나가 최고의 TV 쇼 중 하나인가' 하는 제목의 후기인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언제 한 번 이 글 전부 번역해서 포스팅 해봐야지.


https://www.seriesfuse.com/brooklyn-nine-nine-best-show-on-television


위의 글에서는 브나나의 다양성 외에도

-브나나는 우리에게 현실적인, 복잡한 관계들을 보여준다.

-브나나는 '옳은' 이야기를 그린다.


를 브나나가 최고인 이유로 꼽았는데, 읽어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만 가득하다. 게이 부부인 홀트와 케빈의 부부생활, 회사 동료이자 연인인 제이크와 산티아고의 관계, 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부서이동을 받거나 어처구니없는 상사의 말도 안 되는 지시들. 브나나는 코미디면서 판타지의 세계지만 이런 어려운 현실들도 잘 반영해내고 있다.


또한 브나나는 각종 차별 문제에 대해서 바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한편 코미디를 위해 보통 희생하기 쉬운 정치적 올바름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노 키즈 존'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다뤄진 적이 있다.


"Brooklyn Nine-Nine touches on racism, homophobia, sexism, masculinity, police brutality and deserves every bit of praise it can get for it."



내가 생각하는 브나나 대부분의 재미 요소는 아래와 같은 것에서 온다.


-홀트 서장의 대쪽같은 원칙주의와 이를 놀려먹고 이 원칙에 장난으로 도전하려 드는 페랄타

-홀트 서장을 멘토처럼 따르지만 늘 오버해버리는 모범생 산티아고

-테리 제포즈 형사의 이중성(?)

-찰스 보일의 방정과 이와 대비되는 로사의 폭풍 같은 터프함

-지나 리네티라는 서장 직속 비서의 엄청난 존재감(말발이 대단)

-마이클 히치콕과 놈 스컬리라는 무능 형사 콤비의 말년 형사 코미디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랄타와 산티아고의 라이벌&로맨스 구도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일터의 모습이 이런 것 같다. 장난을 치고, 승부욕에 불타서 웃긴 코드 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며  2100만 달러를 찾아오겠다는 무모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는 것! 저런 즐거운 환경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헤쳐나갈 용기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판타지에 가깝지만. 다시 태어나면 이과에 가서 형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품게 한 드라마.



대부분의 시트콤이 그러하긴 하지만, 각자의 다른 개성을 서로 비난하기보다 놀리고 장난치며 엮여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저 리듬이 너무너무 좋았다. 게다가 개그도 완전 내 스타일. 아직 시리즈가 많이 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 보면 또다시 돌려 보고 싶다. 그나저나 앤디 샘버그는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내 이상형. (졸려서 의식의 흐름)


PS1. 끝에 나오는 낫 어 닥터! 가 뭔지 항상 궁금했는데. 닥터 구어 프로덕션에서 만든 거라 그런 것 같다. 시즌 3 시작에 농담처럼 등장하기도, 테리 반장님의 Need A Doctor!


PS2. 지금까지의 최고 유행어는 빙고와 잭팟의 합성어(찰스 보일이 만들어낸) Bing-Pot!


PS3. 사랑해요 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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