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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Mar 12. 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 : 꿈의 공간에 버려진 사람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디즈니 테마파크의 성공적인 개장 후 자신감을 얻은 월트 디즈니는 보다 자연친화적이고 미래적인 낙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플로리다의 올랜드 지역의 28,000에이커(3,500만평)의 땅을 구입한 그는 평생의 비전을 담은 세계최대 규모의 디즈니 월드를 만들기 시작한다. <스타렛>과 <텐져린> 등으로 항상 미국내 소외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아이들을 위한 인류 최대의 낙원을 만든다는 월트 디즈니의 원대한 꿈. 이 영화는 1972년 개장해 전세계의 수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공하고 있는 플로리다 디즈니 랜드 그리고 그 맞은편에 존재하는 매직 캐슬에 관한 이야기다.




화려하기 그지 없을 것 같지만 디즈니 월드 맞은편에 존재하는 매직 캐슬은 형편없다. 동화같은 외관을 가졌다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환상적이진 않다. 사회의 경계로 밀려나 이제 단캉방에 몰려 살아가고 있는 버려진 사람들. 화려한 색감에 외관을 가렸지만 구석 깊숙이 존재하는 곰팡이와 고장난 가전까지 동화같은 환상이 바꿔주진 못한다. 주인공 무니와 핼리 모녀 역시 이곳에서 장기 투숙중이다. 빈민촌에 살지만 알록달록 무지갯 빛 옷을 입고 다니는 꼬마 '무니'. 젊은 미혼모로 홀로 아이를 키워가며 머리를 알록달록 물드린 소녀엄마 '핼리'. 그들의 재정상태는 사회적 신분처럼 처참하지만, 그들의 삶을 빈민과 미혼모라는 단어로 갇두기에는 너무나도 발랄하다. 여기저기 찌든 때는 그들이 입은 옷과 일상은 건너편 디즈니랜드만큼 발랄하고 생동적이다. 월트 디즈니가 만든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꿈과 환상의 공간에 그들 역시 살아가고 있다.



미국 영화 비평가 협회에서 최연소 아역상을 받은 6살 소녀 무니는 4살때부터 연기를 해왔다. 그녀의 시선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쉽게 신파적이고 시혜적 시선이 개입할 수 있지만 무니의 당당한 행동으로 인해 관객은 객관적 시선을 유치하고 영화를 바라본다. 그녀가 뽐내는 활력은 베테랑 노배우가 보여주는 카리스마와는 다른 존재감이다. 그 나이때 아이들이 의례 보호망 안에서 길러지는것과 다르게, 무니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일대를 뛰어다니며 논다. 28,000에이커 일대를 아이들을 위한 동산을 만들겠다는 디즈니 바람이 이뤄진것 처럼 보이지만, 이미 슬럼화된 공간을 뛰어다니는 무니와 친구들의 활극은 위태로워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결정적 위험은 피해가지만 안정장치 없이 시간을 떄우는 무니의 모습은 디즈니의 환상이 아닌 가난이 만든 환경이다. 버려진 집에 불을 내고 다시 엄마와 그곳에 가 어색하게 사진을 찍는 무니의 모습은 매직 캐슬의 동화라기 보다는 사회 경계에 존재하는 아이들의 현실일 뿐이다.




매직캐슬, 퓨처랜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동화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의 현실은 척박하다. 꿈을 심어줘도 모자랄 나이이지만, 매직 캐슬안에는 아이들에게 노출되어야 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산재되어 있다. 성과 폭력이 무방비 상태로 아이들에게 존재하며, 무니는 엄마와 함께 구걸을 하며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간다. 심지어 무니를 단칸방 화장실에 두고 외간 남자에게 성을 파는 핼리의 상황. 감독은 이를 처참하게 그릴 수 있지만, 영화는 결코 그 모습을 비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것을 처참하고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선입견이라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 불평하지 않는 무니와 핼리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디즈니가 만든 동화 속 주인공의 삶은 아니지만, 그 둘은 결코 삶을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타인들의 시혜적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할일을 하며 무니와 핼리는 살아가고 있다.


 


진짜 그들의 시선이 되어보면 오히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혜적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줄 알 수 있다. 그 많았던 비정상적 상항 속에서도 단 한번도 눈물 흘리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던 핼리와 무니는 영화의 마지막 결국 눈물을 흘린다. 정부가 핼리를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 판단하고 그 둘을 따로 격리시키려 찾아온다. 자신이 다른 가족에 입양될 사실을 안 무니는 격양된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무니를 데리고 근사한 밥까지 먹었던 핼리는 자신의 아이를 떼어 놓으려고 하는 일을 도와달라는 공무원의 말에 결국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는 무니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을 잡으려는 공무원들을 떼어내고 매직 캐슬 일대를 달리는 무니. 달리고 달려 그는 자신의 가장 친구 낸시의 집 문을 두드린다. 영화 속 처음으로 생동감을 잃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지만 그녀. 그렇다고 무니는 자신의 현실을 피하지 않는다. 숨겨달라는 말 대신 무니는 "니가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다시는 못볼 것 같다"라는 인사를 전한다.



 례 비극적 인물을 주인공 삼아 시혜와 성장이란 담론에 갇아두는 장르영화와 다르게 '플로리다 프로젝트'에는 동화같은 순수한 시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무니의 손을 잡고 또 다시 뛰는 낸시. 달리고 달려 그 둘은 영화 내내 단 한번 보이지 않던 디즈니 랜드에 도착한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미혼모 '핼리'와 6살 소녀 '무니'에게 월트 디즈니가 꿈꾸었던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순수한 동심과 환상성은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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