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P디자인스토어 Jul 05. 2023

패턴으로 기록하는 새로운 오리엔탈리즘

패턴 디자인 스튜디오 로야마드의 로야 디자이너를 만나다


패턴 디자인 스튜디오 ‘로야마드’는 실크로드를 따라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수집해 패턴이라는 방식으로 기록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패턴의 문양을 통해 동양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표현하는 로야마드의 패턴 디자이너 로야를 만났다.





로야마드, 어떤 의미의 이름인가요?


프랑스어 ‘Royal’과 영어 ‘Nomad’를 합쳐서 만든 이름입니다. ‘훌륭한’, ‘호화로운’, ’완전한’ 등의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 ‘Royal’이 제가 패턴을 떠올릴 때 떠올리는 느낌과 가장 비슷하거든요, ‘유목민’이라는 의미의 ‘Nomad’는 니즈에 맞춰 다양한 패턴을 디자인하는 것이 저희의 주된 일이기에, 유목민처럼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해 적응하고 확장한다는 브랜드의 정신과 지향점을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분야 중에서 패턴 디자인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공부했고, 그 중에서도 반복되는 문양을 참 좋아했어요. 중학교에서는 미술을, 고등학교에선 디자인을, 대학교에선 패션을 공부했습니다. 계속 저에게 맞는 길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졸업 후 여러 여성복 브랜드에서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건 옷보다는 패턴이라는 걸 깨달았죠.





패턴 디자이너라는 직종은 무척 생소한데요.


저도 패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몰랐어요. 화려한 패턴을 즐겨 사용하던 브랜드에서 일했는데도 말이죠. 어느 날 일하던 회사에서 저에게 패턴 디자인을 맡겼습니다. 일주일 정도 밤을 새우며 유튜브와 책을 보고 독학해 디자인한 결과물을 모두가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작업한 패턴 대부분이 그 시즌 컬렉션이 들어가기도 했고요. 그때 패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확신도 얻었죠. ‘평생에 걸쳐 찾던 길이 바로 패턴 디자인었구나.’


그게 언제인가요?


2018년의 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준비 기간을 가진 후 2019년말에 로야마드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로야마드의 패턴은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입니다. 패턴을 만드는 원칙이 궁금합니다.


로야마드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과 서를 잇는 무역로였던 실크로드를 따라 유랑하며 만난 아름다운 것들을 수집하고 패턴이라는 방식으로 기록하는 브랜드입니다. 예전부터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보통 오리엔탈 패턴에 들어 있는 개념은 사실 서양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동양의 이미지거든요. 반대로 동양인의 시각으로 서양의 것과 동양의 것을 조합한 새로운 오리엔탈 패턴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가장 많이 보는 건 아트북이죠. 박물관에 가기도 하고요. 패턴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작업 기간이 보통 2주에서 길면 1달 정도 되는데요. 브랜드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브랜드와 패턴에 들어갈 모티프의 원형에 대해 자료를 찾고, 고르고, 새로 디자인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브랜드의 패턴을 만드는 데 중국에서 비롯된 모티프로 패턴을 만들 순 없는 거니까요. 작업 기간이 2주라면 열흘 정도는 그렇게 학습하고, 자료 조사하는 기간입니다. 확신이 들었을 때 본 작업에 들어가죠


그렇게 확신을 얻은 후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패턴을 완성하나요?


개인 작업의 경우엔 손으로 그리지만, 의뢰를 받은 작업의 경우에는 디지털로 작업합니다. 아무래도 단계별로 수정할 일이 많으니까요. 스케치와 채색 각 단계 별로 클라이언트와 논의하는 단계를 거쳐 완성합니다. 저희는 패턴에 들어가는 각 요소를 전부 따로 완성해서 전달하는 게 원칙이에요. 전체 패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패턴에 들어 있는 요소 하나하나가 더 많이 사랑받고, 다양하게 활용되기를 바라거든요. 클라이언트가 제품 상세 페이지를 꾸미거나 별도로 아이템에 넣어 활용하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로야마드의 패턴이 담긴 옷을 예능인 유재석과 가수 청하 등이 입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로야마드의 패턴을 누가 가장 잘 소화했다고 생각하나요?


특정 인물보다는 로야마드가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조선호랑이’라는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복을 만드는 하플리의 세컨드 브랜드인데, 하플리가 여성적이라면 조선호랑이는 중성적인 이미지죠. 조선호랑이의 디자인 디렉터가 순천의 아름다운 사찰인 선암사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그리고 호랑이를 조합한 패턴을 의뢰했는데, 동양과 서양의 요소를 조합한 패턴을 만드는 로야마드와 잘 맞는 프로젝트였어요! 완성품의 만족도도 높았고, 소비자 반응도 좋아서 조선호랑이와는 계속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유재석 씨가 방송 놀면 뭐하니에서 컬러별로 모두 입었던 선암사 호랑이 셔츠, 가수 청하 씨가 입었던 단청 페이즐리 셋업 역시 조선호랑이와의 협업이었습니다.


로야마드의 대표 제품은 어떤 것인가요?


로야마드의 베스트셀러는 북커버입니다. 사실 이 제품은 우연히 만들게 되었어요. 파우치를 제작하다가 남는 천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딱 북커버를 할 수 있을 정도라서 만들어 봤거든요.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표지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사용하시기도 하고, 기존 북커버와 차별화되는 화려한 문양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요즘엔 날이 더워지며 부채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요?


로야마드와 함께 제작한 패턴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양한 곳에 활용하시고, 오래오래 써 주신다면 어느 브랜드라도 환영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패턴의 특별함에 대해 알려주세요.


조형미술에서는 미적 표현을 3가지로 보는데요 형체, 색조, 문양(패턴)이 있습니다.
패턴은 이중에서 미적 추구심이 가장 뚜렷하게 반영된 요소입니다.
패턴은 단순히 무늬가 아니라 어떤 대상에, 어떤 목적으로, 어느 위치에 배치하고, 어떤 양식으로 구성 하느냐를 분명하게 의도합니다. 그럼으로 인해서 일정한 질서에 의해 그 나라나 민족, 개인의 독특한 미술 양식을 만들어내죠. 인류 문명의 발달에서 가장 획기적인 일은, 그 첫째가 질 그릇의 발명이고, 둘째는 그릇 표면에 문양을 새겨 놓아 상징성을 부여함으로써 비로소 장식미에 눈뜨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렇듯 문양은 가장 원초적인 의도적 표현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장식 예술입니다. 또한 인간이 기록하고자 하는 뜻과 바람을 주관적인 특정 형태로 나타내는 것으로 인간만이 지니는 특성인 상징화에 기초하면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벽지와 원단, 패키지와 잡화 등 다양한 곳에 패턴이 들어가는데요.
디자이너로서 패턴을 어디에 적용할 때가 가장 즐겁나요?


모두 좋지만, 패턴이 들어간 옷을 입은 사람이 움직일 때, 내가 만든 패턴이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입는 사람에 따라 패턴의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고, 그 사람 역시 패턴의 영향을 받는 것이 무척 매력적이죠.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처럼요. 그래서 늘 로야마드의 패턴을 담은 옷을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와서 6월말에 자체 브랜드 의류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에 맞춰서 로야마드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웹툰도 함께 나올 거고요. 무척 기대가 큽니다.




  

그 밖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패턴 연구도 계속 이어나가고, 패턴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많은 분들을 위해서 멋진 패턴을 만들어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더 나아가 제가 만든 패턴들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사랑 받기를 바랍니다.


글 | 정규영

사진 | 김재형

출처 | ddp디자인스토어


※ 본 인터뷰는 DDP디자인스토어 D-Magazine에서 발행하였습니다.

https://www.ddpdesignstore.org/board/view.php?&bdId=magazine&sno=90


작가의 이전글 원하는 대로, 동시에 정해진 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