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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P디자인스토어 Jul 20. 2023

커뮤니티가 답이다

타임 버티컬 플랫폼 '아침' 윤진 대표를 만나다


타임 버티컬 플랫폼 ‘아침’의 윤진 대표는 아침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어 매거진을 만들고 굿즈를 제작했다. 이어서 ‘모닝 오너’들과 함께 커뮤니티 ‘아침 커뮤니티 센터’까지 만들었다. 취미가 커뮤니티와 플랫폼으로 발전한 이야기, 윤진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




‘타임 버티컬 플랫폼’, 어떤 의미인가요?


패션 버티컬 플랫폼에서 에디터로 일하면서 버티컬(vertical)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었어요.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브랜드 또는 플랫폼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저희는 ‘아침’이라는 시간과 관련한 일을 하니까 타임 버티컬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이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하루 중에서 ‘아침’에 대한 비즈니스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침이 저에겐 굉장히 특별한 시간이거든요. 매일 누구나 맞는 아침이지만 저는 아침에 깨어 있고, 많은 것을 해내고, 얻는 사람이더라고요. 오랫동안 아침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해왔기에, ‘아침’에 대한 일을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뭘 했나요?


5시 정도에 일어났어요. 월, 수, 금은 새벽 요가를 가거든요. 집 근처 스튜디오에서 요가를 2시간 정도 수련하고, 가볍게 씻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사과 반쪽과 제가 너무 좋아하는 그래놀라 시리얼로요.





아침이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의 시작이 매거진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신문지 한 장 크기에 모든 콘텐츠가 다 들어가는 계간지라는 형식도 새롭고요


종이 잡지라는 물성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잡지가 꼭 그렇게 두꺼워야 할까? 생각했죠. 한 권을 다 보고 남는 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 정도였거든요. 모든 게 새로운 아침을 이야기하는 매거진이니까 그 형식도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거진 <아침>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나요?


잡지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던 것들을 모았어요. 첫 부분에 나오는 ‘편집장의 글’과 음반과 도서, 공연 등을 추천해주는 페이지, 인터뷰, 정보성 글들, 에세이···. 그리고 뒷면 전체에 화보를 담았죠. 광고는 빼고 제가 좋아하는 잡지의 에센스를 담았습니다.


매거진 아침을 시작한 지도 이제 8년이 되었죠? 그동안 어떻게 변화했나요?


창간호가 2014년 말에 나왔어요. 매거진보다는 그걸 만드는 저의 변화가 훨씬 더 컸어요. 처음엔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4년 정도 즐겁게 만들다가 5년 차 접어들면서 매거진 <아침>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한 에코백, 컵 같은 굿즈를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리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아침’이 하는 일들이 입체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매거진 <아침>의 굿즈를 판매하는 ‘아침 마트’와 ‘ACC(아침 커뮤니티 센터)’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죠


ACC 역시 매거진 <아침>의 정기 구독 멤버로 구성된 커뮤니티입니다. 처음엔 정기 구독을 받지 못했어요. 취미로 하는 거라 일이 바쁘면 쉬기도 했거든요. 그러다가 홈페이지 론칭하면서 생각이 좀 바뀐 게, ‘내가 아니라 매거진 <아침>을 좋아하는 분들이 원하는 걸 해보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정기 구독 멤버십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입해주셨어요. 그래서 이 일로 버는 돈이 직장 수입에 버금가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아침의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취미가 본업이 된 거군요


취미로만 오래오래 하려고 했는데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매거진과 굿즈 판매로는 한계가 있구나, 생각하고 정기 구독 멤버십 구매자들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기능에 집중해 아침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확장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전업으로 <아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의 굿즈들이 어떻게 기획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입고 있는 눅눅 바삭 티셔츠로 예를 들어볼게요. 저희 커뮤니티 멤버들과 시리얼 이야기를 하다가 우유에 시리얼을 넣어 먹을 때 눅눅하게 먹는 사람과 바삭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 우리 눅눅파와 바삭파를 위한 티셔츠를 만들어볼까? 눅눅한 건 털이 있는 강아지랑 비슷하니까 강아지 일러스트를 넣고, 바삭한 건 예민한 고양이 같은 느낌이니까 고양이 그림을 넣어보자.’ 그렇게 만든 티셔츠예요. 아침의 제품과 서비스는 커뮤니티 안에서의 대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제품을 론칭했을 때 저희보다 커뮤니티에서 함께 대화를 나눈 모닝 오너 분들이 더 좋아해주세요. 


모닝 오너란 커뮤니티 멤버의 별칭인가요?


네. <아침> 매거진을 정기구독하면 ACC에 입장하실 수 있는 슬랙(slack) 링크를 드리거든요. 그 안에서 모든 대화가 일어나는 거죠. 





  

어떻게 운영하나요?


지금은 주제별 채널이 11개쯤 있어요. 모닝 커피 채널에는 모닝 오너 분들이 오늘 어떤 커피를 마셨는지 올리고, 운동 채널에서는 아침에 어떤 운동을 했는지 올려요. 아침 일찍 여는 카페나 운동하기 좋은 장소를 제보해주기도 하고요. 


가장 활발한 채널은 무엇인가요?


아침 밀(meals) 채널이요. 저희가 커뮤니티를 처음 만들 때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도한 것이 모닝 허들링(huddling)이에요. 건강한 커뮤니티는 다 함께 모여 힘든 걸 해봐야 동지애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럼 우리도 아침마다 함께 어려운 일을 해보고, 그 기록을 남기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커뮤니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어떤 허들을 극복하고 있나요?


처음 시작한 건 번역 프로젝트였어요. 해외 서적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데, 혼자 번역해서 읽기는 힘든 책들이 많잖아요. 그런 책을 조금씩 분량을 나눠서 아침마다 번역해보자.


모닝 멤버 분들이 잘 협조하던가요?


핵심은 커뮤니티 멤버가 직접 이끌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닝 오너분들께 채널 리더 자리를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은 아침마다 사과 먹기 허들링, 잠 잘 자기 허들링 등의 도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모닝 오너 분들이 거의 직장인이거든요. 그런 분들 중에서 자기가 활동하는 채널과 관련 있는 제품이 있으면 지원하거나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해요. 사과 먹기 허들링의 경우에는 아침 마트에 입점해 있는 사과 브랜드에서 허들링 참여자들에게 사과를 증정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사과 먹기에 성공하면 할인 혜택을 드려요. 자연스럽게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 거죠.





모든 브랜드 마케터들이 부러워할 만한 방식이네요


저도 브랜드 마케팅 일을 해봤는데, 어떻게 해도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답을 찾게 된 거죠. 아침과 관련된 일을 하면 할수록 커뮤니티가 답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모닝 오너는 몇 분이나 되나요?


630분 정도요. 채널에 글을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은 100분 정도인 것 같아요.


지금 브랜드 아침은 어떤 단계일까요?


8년을 해오면서 일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정착된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오프라인으로도 확장하고 싶어요. 저희 매출의 큰 부분이 클라이언트와 함께 하는 일이거든요. 예전에는 그저 돈 버는 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아침의 색깔과 브랜드의 제품을 결합시키고 싶습니다.


아침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계획이 참 많아요. 제가 시리얼을 너무 좋아해서 아침 PB 브랜드로 그래놀라 시리얼을 꼭 내놓고 싶습니다. 아침의 오프라인 공간도 만들고 싶어요. ACC 잠실, ACC 한남 이런 식으로 동네마다 아침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와 요가 등의 액티비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센터를 만들고 싶은데, 쉽지는 않습니다(웃음). 그래도 언젠가는 할 거예요. 제게 아침은 출구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조바심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사실 더 큰 목표예요. 어느 시점에서는 제가 사라지더라도, 매일 아침이 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플랫폼으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글 | 정규영
사진 | 김재형

출처 | DDP디자인스토어


※ 본 인터뷰는 DDP디자인스토어 D-Magazine에서 발행합니다.

https://www.ddpdesignstore.org/board/view.php?&bdId=magazine&sno=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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