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브랜드상품 청년 디자이너를 만나다-1
2022 DDP 브랜드 상품 디자인 청년디자이너 공모전의 주제는 ‘삶의 첫 순간에 필요한 디자인’이었다.
멘토링을 거쳐 최종 선정, 완성된 제품인 ‘블랙홀’ 저금통과 ‘디디.피움’ 화분을 DDP디자인스토어를 통해 선보인 젊은 디자이너 두 팀을 만났다.
디자인 크루 ‘HSJG’로 활동하는 김현석, 김종건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블랙홀’은 데스크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저금통이다.
동전을 넣으면 마치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나선 형태의 상단을 빙글 돌아 구멍으로 들어가는 재미있는 제품. 현재 DDP디자인스토어에서 두 가지 ‘블랙홀’ 저금통이 판매 중이다.
‘삶의 첫 순간에 필요한 디자인’이라는 2022 DDP 브랜드 상품 디자인 청년디자이너 모집 공고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설렘’이었어요.
첫 순간의 설렘을 선사할 수 있는 물건을 고민했고 학창시절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블랙홀’의 디자인을 발전시키게 됐습니다. 누구나 처음 보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거기서 블랙홀을 떠올렸어요. 어둡지만 투명하고, 무게감과 깊이감이 있는, 볼 때마다 설렘을 선사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기준으로 작업했습니다.
블랙홀은 시작보다 끝을 연상시키고, 검정색도 처음이라는 이미지와 상반되는 느낌이지만 어떤 걸 채우려면 일단 빈 그릇이 있어야 하잖아요. 시작은 비어 있는 걸 채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비어 있는 어떤 것을 연상하다 블랙홀에 생각이 닿은 것이죠.
네, 저희는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함께 공부한 후 지금은 각자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김현석 디자이너는 ‘HS²’라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중이고, 김종건 디자이너는 김지윤 스튜디오에서 제품, 공간, 가구 등의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떨어져 일하면서도 디자인 크루로서 공모전에 참여하고, 개인 작업도 공동으로 진행해왔습니다.
블랙홀은 시작보다 끝을 연상시키고, 검정색도 처음이라는 이미지와 상반되는 느낌이지만 어떤 걸 채우려면 일단 빈 그릇이 있어야 하잖아요. 한 명은 이성적이고 다른 한 명은 감성적인 편이라 그걸 하나로 결합할 때 분명한 시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공동 작업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 좋죠.
학창 시절의 아이디어였던 ‘블랙홀’이 제품으로 양산되고, DDP디자인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기까지 전문가 멘토의 도움이 컸습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돼지 저금통과 크게 다른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디자인 제품 생산 공정에 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좋은 디자인이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에게 오래 기억되는 위인들처럼, 블랙홀 저금통 역시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책상 위에서 특별한 순간을 함께하고, 시간이 흘러도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물건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블랙홀을 완성하기까지 아낌없이 도와준 전문가 멘토처럼 앞으로 자신들도 인정받는 디자인 전문가로 성장해 다음 세대 디자이너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습니다.
‘어디에 두어도 아름답게 피움’이라는 의미를 지닌 ‘디디.피움’은 데스크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화분이다. 길고 넓적한 조약돌을 닮은 생김새는 하늘에서 본 DDP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것.
DDP 옥상에 정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높은 곳에서 보니 주변의 회색 직육면체 건물 속에서 DDP의 유기적인 형태와 녹색 옥상 정원이 굉장히 조화로워 보였어요.
정영준 디자이너는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DDP 건물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다.
‘인생의 첫 순간에 필요한 디자인’이라는 주제에서 제가 떠올린 것은 처음으로 키운 식물이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기 힘든 공간에서 살았어서 대신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막막한 순간에 위안을 선사하던 식물의 푸르름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분을 디자인하게 됐죠.
DDP 주변의 회색 빌딩처럼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책상 위의 컴퓨터와 수납장 등이 대부분 무채색 직사각형이잖아요.
식물이 주는 위안과 더불어 유기적인 디디.피움의 형태가 건조한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네, 저는 출발이 좀 늦은 편이었어요.
이공계 대학에서 공부다가 우연히 인도네시아에서 석공 장인이 돌을 깎아 가구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진로를 완전히 바꿨어요.
'저 큰 돌에서 어떻게 의자의 형태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결국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렇게 스물 다섯 살 때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게 됐고 SADI에는 가구 디자인 전공이 없지만, 대신 가구가 놓이는 공간을 구성하는 오브제나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 위주로 작업해왔었어요. 그러다 2021년에 서울을 상징하는 관광 기념품 공모전에 동료들과 함께 참여해 ‘마패 교통 카드’로 대상을 수상하고, 실제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했었는데 이때 공모전을 통해 제 디자인을 제품으로 양산하는 기쁨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DDP 청년디자이너 상품 개발 공모 모집 소식을 보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DDP 상징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문가 멘토의 사무실에서 동료 멘티 여러 명과 함께 받은 '공동 멘토링'이에요. 멘토는 물론 멘티들도 서로의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놓친 부분을 알 수 있었죠. 서로 경쟁하는 입장이지만 팀으로서 함께 무언가를 이뤄낸 것 같은 기분 좋은 경험이기도 했어요. 단순히 제품 완성으로 끝내지 않고, 사람들이 그걸 구매했을 때 브랜드를 소비하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브랜딩에 대한 멘토링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SADI 졸업 후 친구와 함께 유아 교육 업체를 창업해 아동을 위한 전자 교구를 제작하고 있는 저에게 이번 DDP 청년디자이너 상품 개발 공모에 참여하는 과정은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제품을 디자인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제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자신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깨닫게 됐죠. 이제부터는 진정으로 제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것입니다.
※ 2023년 3월 27일 DDP디자인스토어 D-Magazine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https://www.ddpdesignstore.org/board/view.php?&bdId=magazine&sno=78
글 | 정규영
사진 | 307 스튜디오
출처 | DDP디자인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