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샤우어 김종필 대표를 만나다
DDP디자인스토어의 새 식구가 된 안경 브랜드, 디자인 샤우어 김종필 대표는 1세대 안경 디자이너다. 실용품으로만 받아들여지던 안경이 개성을 표출하는 액세서리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난 20여 년 동안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더 나은 안경을 만들어왔다.
샤우어(shower)는 소나기라는 뜻입니다. 소나기처럼 디자인으로 세상을 흠뻑 적시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로 지었지요. 지나치게 큰 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요(웃음). 평생 안경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2003년부터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수제 안경을 주로 만들고 있습니다.
금속공예디자인를 전공했는데, 제대 후 복학한 1996년 국내 최대 안경 업체이던 서전 안경테에서 연 안경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했습니다. 대상 수상 후 안경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안경은 액세서리의 가장 최근 파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액세서리이면서도 기능적인 측면이 강해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디자인 샤우어 핸드 메이드’라는 이름의 수제 안경 시리즈입니다. 손으로 가공하기 쉬운 아세테이트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형태가 자유롭고 컬러풀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제 안경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안경과 반대되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소량으로 생산하면서도 더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며 새로운 디자인의 안경을 만드는 거죠.
형태도 새롭지만, 안경의 질감에도 차이를 두려고 했습니다. 일반적인 안경과 달리 표면의 거친 느낌을 살려 가공했습니다. 매끈한 부분에 일부러 거친 수작업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지요. 이탈리아나 일본의 수제 안경 브랜드에도 이렇게 거친 표면을 지닌 안경은 흔치 않아서 저희 제품이 외국 안경 애호가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습니다.
얼굴에 맞춰 형태를 조정하기에 적합한 소재나 구조로 디자인을 해서 훨씬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대량 생산되는 일반 안경에는 적용하기 까다로운 부분이지요.
안경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맞춤 안경을 원합니다. 고객과 함께 새로운 안경을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제작 과정에서 그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합니다. 스케치부터 함께 그려가며 제작합니다. 물론 완성된 안경에서 원하는 부분을 일부 변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나는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와 색상을 사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안경은 액세서리이자 시력을 보조하는 기능적인 필수품이기에 외형만큼이나 얼굴에 밀착되는 구조도 중요하지요. 요즘에는 나사 없이 결합되는 안경을 개발하고 있는데, 구조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그 결과로 밸런스가 좋은,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안경을 제작하려 합니다.
제작 과정과 형태, 소재 등 안경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차이를 만듭니다. 그런 것들을 모두 결정하는 것이 디자인이니, 안경 제작에 있어 디자인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요.
디자인 샤우어 수제 안경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튄다’는 겁니다. 그래서 선택을 주저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동안 이런 안경을 써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어렵게 결정하고는 다시 와서 새 안경을 구입하며 “이제 다른 안경은 못 쓰겠다”라고 하던 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워낙 독특하다 보니 우연히 디자인 샤우어 안경 쓴 분을 발견하면 한눈에 알아본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이 좋고요.
가장 만족하는 것은 가장 최근에 만든 것이겠죠. 핸드메이드 제품의 특성상 끊임없이 실험하며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동안 만들어온 모든 안경이 더 나은 안경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부분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안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시장 규모도 커졌지만,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소비자의 인식입니다. 공모전 입상 이후 학교를 조금 더 다니다 1998년 입사했는데, 그때만 해도 제가 다니던 서전 안경테 이외엔 국내에 이렇다 할 안경 전문 회사가 없었습니다. 안경이 시력 보조를 위한 실용품뿐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액세서리로 인식되며 최근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안경 브랜드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꽤 오랫동안 안경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안경을 디자인하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안경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기관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한 곳도 없습니다. 다른 액세서리에 비해 역사가 짧기 때문이겠지요.
안경의 액세서리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안경은 얼굴 정면에 착용하는 장신구이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액세서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곤 하지요. 자신에게 잘 맞고, 어울리는 안경을 쓴다면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이 써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이전에 써보지 않은 안경을 써보며 달라지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생활 속에서 안경을 즐기는 분으로 저희 고객이기도 한 방송인 양희은 선생님이 있습니다. 안경만 300개 넘게 수집했고, 디자인 샤우어 제품도 50~60개 정도 소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경으로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대중들과 공유하는 분이죠.
아이디어가 참 좋은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을 강조하고 싶어요. 안경은 전체적인 균형이 참 중요합니다. 독특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안경일수록 구조적인 완성도 등의 기본이 충실해야 균형 잡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수제 안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 해외 등으로 판매 네트워크를 늘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경에 예술적인 감성을 담고 싶어요. 저희가 만드는 안경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더욱 완성도를 높이고 싶습니다. 여전히 큰 꿈을 꾸고 있지요(웃음).
※ 2022.10.7.에 DDP디자인스토어 D-Magazine에 발행된 글입니다.
https://www.ddpdesignstore.org/board/view.php?bdId=magazine&sno=60
글 | 정규영
사진 | 김재형 스튜디오
출처 | DDP디자인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