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을 만나다
인기 캐릭터 벨리곰 덕에 5월 DDP는 온통 분홍색이다. 6m 크기의 요정 벨리곰 등 다양한 조형물 등을 설치한 ‘이상한 DDP의 벨리곰’ 전시, 벨리곰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벨리곰은 DDP를 찾은 시민에게 ‘도심 속 휴식’을 전하고 있다.
벨리곰 캐릭터를 개발한 롯데홈쇼핑 캐릭터 사업팀을 만났다.
2018년 즈음, 모바일 커머스 등 다양한 버티컬 채널이 성장하며 TV 홈쇼핑 업계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를 찾다가 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막상 캐릭터를 만들려고 해보니 세상에 캐릭터가 너무 많더라고요.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잠실을 지나다 석촌호수에 떠 있는 거대한 러버덕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TV로 본 적이 있었지만 직접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어요. 거기서 착안해서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로 했죠. 크기가 커졌을 때도 귀엽게 받아들여질 대상을 찾다 핑크색 곰 인형을 떠올렸습니다. 사람들이 안거나 만졌을 때 말랑말랑한 느낌이면 좋을 것 같아서 이름도 곰(bear)과 젤리(jelly)를 합친 벨리곰으로 정했고요.
표정이었어요. 웃는 얼굴인데, 크게 웃는 건 아니고 은은하게 미소 짓는 것 같은.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벨리곰의 표정을 다양하게 해석하더라고요.
슬퍼 보인다는 분들도 있고, ‘킹 받는다’고 하는 분도 있었고요(웃음).
벨리곰을 만든 후에 특별히 콘텐츠를 기획하기보다 먼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어요.
벨리곰과 함께 야외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들 저 안에 사람이 있나? 움직이나?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라고요. 안에 있는 사람이 살짝만 움직여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콘텐츠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프라인에서 직접 소통하는 캐릭터’라는 기획 방향과도 잘 맞았고요.
그렇게 3~4년 넘게 꾸준히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영상으로 기록 중입니다.
깜짝 카메라가 기대보다 조회 수가 잘 나와서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되던 시절에는 택배기사님들, 경비 아저씨들을 만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콘텐츠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벨리곰이 K팝 아이돌을 놀라게 하는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는데, 덕분에 해외 팬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작년 4월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광장에서 진행한 ‘어메이징 벨리곰’ 행사 때 SNS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벨리곰의 존재를 알릴 수 있었죠.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하는 회의를 하곤 하는데, 어떤 팀원이 “벨리곰을 크게 만들어서 되게 큰 장소에 전시하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라며 내놓은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졌고, 이틀 후 장소를 섭외해서 일주일 뒤에 조형 제작을 시작, 한 달 뒤에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작년 4월엔 석촌호수 벚꽃축제도 다시 시작해서 벨리곰이 정말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고민’보다는 ‘야근’이 더 많이 필요한 프로젝트였습니다(웃음).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벨리곰을 만난 모든 분이 즐거워했어요. 사람이 많이 몰려 줄을 서는 동안에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불평하는 일 없이 기다려주고, 벨리곰을 만나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고 정말 뿌듯했죠. 준비 과정의 고생을 전부 보상받는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장소에서 벨리곰 행사를 진행했는데, 단순히 넓은 공간에 벨리곰 조형물을 세워놓는 것 말고 더 새로운 기획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기에는 DDP가 안성맞춤인 공간이었습니다. DDP는 한 건물 안에서도 굉장히 달라 보이는 공간이 많잖아요. 그런 각각의 공간에 벨리곰을 배치하면 새롭고 특별한 느낌을 선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DDP 공간 전체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D-숲 공간이 커서 구역을 나눠 전시를 진행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입구 쪽에는 높이 6m의 요정 벨리곰을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관람객들이 휴식하거나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포즈의 벨리곰과 벨리곰 빈백(Bean Bag)을 두었습니다.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깜짝 놀랐고요. 모두가 스스럼없이 즐기는 모습에서 전시공간으로서 DDP의 매력이 무척 크다고 느꼈습니다.
이번에 협업한 디자인 브랜드 모두 저마다 브랜드 정체성이 무척 강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협업 제품을 개발할 땐 벨리곰의 색깔을 드러내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번에는 각 디자이너 브랜드의 정체성과 벨리곰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화투와 크레파스 등 새로운 벨리곰 굿즈의 반응이 참 좋았고요. 국내 디자인 브랜드의 역량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매출도 잘 나오고 있고요(웃음).
그것도 저희가 개발한 캐릭터입니다. 지금은 주로 벨리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벨리곰의 친구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낼 계획입니다. 그중에서 꼬냥이가 가장 먼저 사람들과 만나고 있고요.
회사에서는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롯데라는 거대 기업의 배경을 드러냈으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지 않았겠냐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하지만 저희는 캐릭터의 힘만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물론 벨리곰의 성공은 묵묵히 지원해 준 회사 덕도 크고요.
벨리곰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그리 특별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다른 곳과 달랐던 건 회사 측에서 애초의 기획대로 벨리곰 캐릭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기다려줬다는 것이겠죠. 실무진은 좋은 기획만큼이나 회사를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경영진에게는 벨리곰의 성공 이유는 회사가 지켜보고, 기다려준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벨리곰 인스타그램 계정(@bellygom.official)을 구독하면 가장 먼저 알 수 있을 겁니다(웃음).
※ 본문은 DDP디자인스토어 D-Magazine에서 발행하였습니다.
https://www.ddpdesignstore.org/board/view.php?&bdId=magazine&sno=87
글 | 정규영
사진 | 김재형
출처 | DDP디자인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