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받는 당연함

by DD Philosophy

와이프한테 전화가 왔다.


어쩌고 저쩌고~~

"아 그리고 금요일에 우리 엄마(=장모님) 와서 하루 자고 갈 거야. 토요일에 ~~"

"어. 알았어"


우리 집은 잠실이고 장모님 댁은 김포이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와이프의 친척들이 대부분 잠실 및 이 근방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모님이 가끔 이쪽에 볼일이 있으신다. 하지만 장모님이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김포에서 지하철을 타고 몇 시간을 걸려서 오시는 것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이런 모임이 있으시면 퇴근하시고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다음날 일을 보시고 김포로 가신다.


사실, 엄마가 딸의 집에 가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눈치 볼 일은 아니다. 딱히 이런 상황에 대해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딸이 혼자 살 때의 일이고, 같이 사는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편한 상황만은 아니다. 물론 장모님이 오시면 아이들도 봐주시고, 애들하고도 놀아주시고 많은 이점이 있다. 아이들도 할머니가 오셔서 하루를 주무시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마음같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 장모님이 한 달 정도 우리 집에서 서같이 보낸 적이 있었다. 이때도 좀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이게 감정을 잘 못 숨기는 성격 때문인지, 장모님도 어느 정도 느끼셨던 것 같고, 이에 대해 처제가 형부 너무하다는 볼멘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나는 그런 게 아니다 라면서 미안하다고 했었는데, 왜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남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지 잘 이해는 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성립이 되려면, 반대의 경우도 인정이 되어야 한다. 즉, 우리 엄마가(=시어머니) 우리 집에서 한 달, 혹은 하루 보낸다고 했을 때, 과연 와이프도 편하게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생각을 고쳐야 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이런 감정이 정상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와이프도 불편할 것이라는 것에 난 모든 것을 걸 수 있다.


강요받는 당연함. 이는 비단 이런 경우 말고도 회사일이나 우리네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갖가지 친분, 인맥, 학연, 지연 등을 핑계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고, 어쩜 사람이 이래,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등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 강요받는 당연함, 이를 또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하지만 본인이 강요받으면 불편한 사람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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