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잘잘

by DD Philosophy

예전 LG트윈스에 이진영이라는 야구선수가 있었다. 여러 팀을 이동했지만 LG에도 몇 년 선수로 있었다. 이때 이진영 선수가 했던 말 중에 유명한 말이 있다.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해". 이 어록으로 인해 이진영 선수는 소위 "야잘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때는 참 웃기고 이상했던 이 문장이 세상을 살다 보니 진리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아이스하키를 태우러 링크장에 가서 아이들이 연습하는 것을 바라보면, 이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도 나름 엘리트로 정하고 운동을 조금은 진지하게 바라보는 터라, 우리 아이는 그래도 나름 좀 타는 아이로 분류가 된다. 그리고 새로 이적한 팀에서는 앞쪽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고깔을 놓고 스케이팅 연습을 하게 되는데, 우리 아이는 마지막 고깔까지 제대로 자세를 잡고 연습을 한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우리 아이처럼 끝까지 하는 친구가 드물다. 마지막 한두 개는 그냥 넘어가거나, 대충 자세를 잡다 말고 넘어가는 아이들이 대다수이다. 물론 감독, 코치님이 숫자가 적어서 아이들이 끝까지 자세를 잡는지를 체크하지 못하는 원인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연습을 제대로 안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연습을 해서 실력을 쌓고 대회를 나가고 해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자세를 잡고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가 그 사이에서는 잘 타는 아이라는 사실이. 마지막 한 두 개가 뭐 그리 대수냐라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두 번, 하루, 이틀이 쌓이면 그 한두 개의 고깔은 수백 개의 고깔이 되고, 우리 아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세를 수백 번 더 잡아보고 연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연습의 결과는 대회에서 나타나게 된다. 제일 잘 타는 아이가 제일 열심히 연습하는 상황. 소위 "야잘잘"이다. 잘 타는 아이는 더 잘 타게 되고, 실력의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운동뿐만이 아니다. 공부도 그렇고 세상사가 그렇더라. 공부도 제일 잘하는 친구가 제일 열심히 한다. 제일 잘하는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 친구보다 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제일 잘하는 친구가 제일 노력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점점 차이는 벌어진다. 이런 "야잘잘"의 case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운동도 야잘잘, 공부도 야잘잘. 돈도 돈 많은 사람이 항상 돈이 많다. 돈이 돈을 벌어온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것도 야잘잘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돈에 대한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이진영 선수가 이 말을 한 시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대략 2010년? 2011년? 이때쯤으로 기억한다. 그땐 사회초년생이었고 이진영 선수의 이 말은 야구 커뮤니티에서 회자가 되면서 짤로도 돌아다니며 어록처럼 남았다. 물론 나도 그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그 말이 세상의 진리라는 것을 이해하기엔 10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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