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기분

by DD Philosophy

김 부장이 하는 주말을 지나, 월요일이 되어 회사를 가면 여기저기서 김 부장에 대한 이야기가 들린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현실고증의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김 부장 이야기. 오늘의 주 이야기는 김 부장과 백상무가 저녁을 먹다가 한 판 싸운 이야기이다. 이 장면에서 백상무가 그럼 그동안 자기가 일을 한 게 아니면 무엇을 했냐며 되묻는 김 부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넌 일을 한 게 아니라, 일하는 기분만 내고 있다. 일이란 곧 책임인데, 넌 아무것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

참았던 김 부장이 폭발한다.

"내가 일을 안 해? 공장으로 좌천까지 갔는데 책임지는 방법을 몰라요? 날 사지로 몰아넣은 게 누군데 가해자가 피해자 걱정을 해?"

그러면서 주먹다짐을 한다.


"일하는 기분"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아니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알맹이가 없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무언가 하고는 있는데,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했는데, 어떤 회의를 했는지 모르는 회의. 실컷 보고했는데, 결론은 안 난 보고들. 이런 것들이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일하는 기분이 아닐까?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후배들이 볼 때 나는 어떨까 많은 생각이 든다. 그들이 볼 때, 내가 주재하는 회의들은 알맹이가 있는 회의일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지만, 그게 과연 먹혔을까? 난 그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을 주었을까? 나는 과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일하는 기분만 내고 있는 걸까? 많은 생각들을 들게 하는 대사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대사에 꽂혀 잠을 잘 못 이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이 글의 작가는 직장생활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짧은 직장생활로는 담아낼 수 없는 표현이라면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이 감정을 "일하는 기분"이라는 문구로 정확히 캐치를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일하는 기분과 일에 대한 책임. 정상적인 회사라면 일하는 기분이 아니라 진짜 일을 하는 사람과,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성장하고, 출세하는 것이 맞을 텐데 과연 그런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당장 우리 회사만 해도 안 그런데. 일하는 기분만 내고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회사와 뭐 하는지도 모르고 맨날 파티만 하는 "질투는 나의 힘"과 뭐가 다를까? 이 두 회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토리 라인에 어울리지 않는 "질투는 나의 힘" 회사 이야기가 끼여 있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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