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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청소하는 임산부

응급실 가다

by 나린 Feb 25. 2025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 부서에서 유일하게 출산경험이 있는 여자상사가 있는데, 요즘 몸 쓰는 청소 일을 어떻게든 임산부들을 시키려고 안달 나 있어 보인다.

우리는 연구부서라 폐기물박스가 나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실무자들끼리 정리하고 폐기하는   일이 있는데, 한번 할 때 10박스~20박스 (1박스당 평균 4kg 최대 6kg) 정도 나온다. 원래는 월요일 오전 9시에 진행되는 일인데, 내가 모성보호시간을 쓰느라 11시 출근을 하게 되는 바람에 참여를 하지 못했다. 처음 실무자들한테 시간변경을 해서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으나 배려해 주는 동료들이 안 해도 된다고 말을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스스로 불편했기 때문에 청소  주 금요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정리를 하고 새로운 폐기물박스들을 만들어 놓고 퇴근을 하고 있던 중.. 부서 내에 임산부 한 명이 더 늘게 되자 그 여자상사는 전체 사내메신저로 폐기물박스 정리 시간을 오전 11시로 변경하겠다고 말을 해왔다.

부서 내 사람이 부족해서 부득이하게 변경하는 거라면 이해하지만, 그 여자 상사의 직급도 모두 참여하고 있는 일인데 자기만 1년 이상 참여를 안 하고 있고 시간 변경 후에도 참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청소시간변경을 마음대로 통보하는 모습이 배려도 없고 인성에 문제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임산부들은 임신했다고 민폐 끼치는 걸 극로 싫어하고 어떻게든 하려고 생각했던 차에 배려 없는 모습을 보니 없는 정이 더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윗사람한테는 아주 잘하는 여자상사기에 윗사람들은 알고도 방관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빨리 육아휴직해서 저 사람 얼굴 보기 싫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적극 참여를 권하는 여상사가 얼마 전 실험실 대청소를 하자하여 또 열심히 청소를 했다. 최대한 무거운 건 안 들게끔 남자상사나 동료가 배려를 해주었지만 그래도 허리를 숙이고 힘이 들어가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는지 갑자기 자궁이 쪼이 듯 아픈 걸 느껴 퇴근 후 역 근처 병원에 진료를 받아보았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자궁경부길이가 너무 짧아서 빨리 분만 병원을 가야 한다며 겁을 주길래 원래 정기 검진을 받던 분만병원의 응급실로 가게 되었고, 자궁수검사를 진행하고 초음파로 자궁경부 길이 재측정, 아기 심박수 측정 등을 진행했다. 다행히 아직 자궁경부를 묶는 수술을 할 단계는 아니고 무조건 안정을 취하고 2박 3일간 누워있으라는 당부를 듣고 귀가했다.

이때, 처음 겁이 덜컥 났다. 회사에서 최대한 평상시처럼 움직이고 일하려고 하다가 아기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느끼게 되어 바로 다음날 회사 병가처리를 부탁했다. 하루 종일 누워있을 심산으로... 또, 부서 주무가 하필 그 여자 상사라 병가 관련 연락을 하는데, 어찌나 싫던지...

임산부가 직장 생활하기 진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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