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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논문 쓰는 임산부

존재감을 느끼는 모순

by 나린

연구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들 접해 보는 논문! 논문에도 종류별로 나뉘지만 내가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해외학술지에 등재된 research paper는 여러 연구자들이 몇 년에 걸쳐 연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대해 기술한다.

지난 3년 동안 나의 메인 프로젝트였던 연구를 마무리하기 위해 데이터 편집과 논문 초고를 작성하였고, 보완해야 할 실험들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부족한 느낌도 들고 이제 마무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단 생각에 조급함도 들고..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 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생각은 '나 내가 하는 일 좋아하나?' 성취감과 함께 살아있음을 느꼈단 것이다.

사실 나와 맞지 않은 조직분위기로 인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이상 노력을 하는 게 허무하기도 하고, 흥미도 감해진 시기였는데 임신을 하고 앞으로 출산, 휴직 등의 정으로 인해 가 그동안 달려온 길을 잠시 멈추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그동안 내가 노력하며 살아온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나의 애착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출산 후의 나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금처럼 일에 몰두하기 어렵진 않을까, 내가 '나'를 마주하고 돌볼 수 있는 시간은 있을까 등등 오만가지 걱정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너무 과한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원래 걱정이 걱정을 낳는 스타일인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임신을 후회하는 것처럼 뱃속의 아기가 느낄까 봐 죄책감이 든다. 너무 큰 축복이고 행복인데, 걱정 많은 엄마라 미안한 마음...

새로운 행복이 다가오는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의 상황을 잘 받아여 아기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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