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시간 눈치 보지 말자..!
처음 임신을 알게 되고 기쁨보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스쳐 지나가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계획된 임신은 아니라 언젠가 생기겠지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던
나의 임신.. 그럼에도 우리에게 와준 새 생명을 꼭 잘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굉장히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회사에서도 뒤처지는 것도 싫어하고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 힘을 들이며
노력해 왔다. 그렇게 온전히 힘을 들인 직장에 임신사실을 알린다는 것만으로도 민폐 또는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참 임신을 말한다는 게 입이 잘 안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나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에게 '쉼=모성보호시간'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모성보호시간: 임산부 1일 2시간 단축근무)
4주 차에 산부인과에서 아기집을 확인하였고, 태아심장소리는 빠르면 5주에서 6주 정도에 들을 수 있다고 하여
일주일 뒤에 산부인과 예약을 잡고 피가 말리는 시간이었다. 아직 회사에 알리긴 너무 이른 상태라 태아 심장소리만 듣고 말해야지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그 일주일이 기다리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동안 유산에 대한 걱정도 많이 되고, 하루하루 불안과 걱정 속에 지내왔다. 부모님은 좋은 생각만 하고 편하게 생각하라 하는데,
내 성격 때문인지 아님 이 시기의 모든 산모들이 겪는 그런 생각들인지 모르겠지만, 편하지만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반차를 사용해 병원에 간 날, 우리 바로 앞에 진료를 본 한 커플이 같이 대기할 때 행복하게 웃고 있었는데
진료 보러 들어갔다 여자분이 뛰어나오면서 우는 모습을 보니.. 안 좋은 소식을 들었음이 분명했다.
굉장히 심란한 마음으로 진료를 보러 들어갔고, 다행히 심장소리를 들었지만 사실 심란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더 빨리 회사에 알려서 좀 안정을 많이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바로 다음날, 드디어 회사에 임밍아웃하는 날이 되었다. 하필.. 그날 폭설로인해 역까지 차로 15분 거리를 1시간에 걸려 도착하여 회사로 가는 차를 놓쳐버렸고.. 지각을 하게 되었다. '아.. 정말 안 풀리네..'라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아주 별로인 상태로 회사에 도착해서 눈치 보기 시작했다. 언제가 말할 타이밍일지...
거기다 부서 내 최고보스는 여자분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50대 꼰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라 이해를 많이 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말을 하게 되었고, 상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해를 못 하는 태도였다. '회사 다른 동료들한테 미안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라는 워딩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뭐가 미안할 문제일까? 그렇다고 내가 할 일을 줄여줄 것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을 누가 대신 해주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만한 생각일지 몰라도 2시간 줄어든 만큼 더 집중하고 더 책임감 있게 내 할 일 해낼 거란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같은 직급의 다른 동료들보다 결과물은 더 잘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임신을 했단 것 만으로 나보다 능력 없는 사람보다 내가 더 필요 없는 사람처럼 돼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하고 정도 떨어졌달까..
물론 나도 회사입장에서는 임산부가 마냥 축하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공공기관이고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정부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인데도 이런 반응이라니.. 부서마다 다른 건지.. 왜 내가 속한 부서는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건지.. 참 여자로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건 힘든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내가 말을 함으로써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할 수 있단 게 중요한 거라 생각해 상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생각하며, 기분 나빠할 필요 없다고 스스로 되뇌며 눈치 보지 말고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해야지 생각했다.
회사가 나의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나한테 온 새 생명이 나한테는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하고 이겨내 보자!라는 마음으로 지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