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부글부글
나는 대학교와 대학원을 거치며 무수히 많은 발표를 했는데, 할 때마다 너무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발표 없는 직업을 찾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발표는 아무리 해도 면역이 생기지가 않는 것 같아서 나를 괴롭히는 일 중 하나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분야가 발표가 없을 수 없다는 걸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고, 잘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정해진 발표일의 몇 주 전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받아왔다. 내가 지금의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발표하는 게 더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같은 부서지만 다른 팀에 있는 몇몇이 자기 팀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물어뜯으려고 혈안이 되어있어서 계속해서 방어하며 발표해야 하는 기분이라 스트레스가 더 심했던 것 같다.
심지어 우리 팀 팀장은 이민 간다고 하는 일을 마무리 짓지도 않고 나가버린 상황이라 감당해야 하는 건 온전한 내 몫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열심히 물어 뜯겼고, 감정이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약간 얼굴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느낌? 그들의 의견에 반박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게 잘 가고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해 열심히 방어하였지만 부족한 나의 지식의 한계도 있었고, 내가 우리 부서에서 진짜 싫어하는 나보다 12살 많은 상사(띠동갑 상사)는 정말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뭐 이전에 했던 데이터는 이전에 한 거라 표시해야 하지 않냐는 소리를 하며 트집을 잡는데 속에서 부글부글 거리는 기분이었다.
잠깐 띠동갑 상사에 대해 얘기해 보면 자기한테 주어진 일은 밑에 사람 시키고 윗사람한테는 아부 떠는 스타일, 인성이 바닥이라 후배들한테 폭언도 서슴지 않게 하는 여자로 자기감정을 주체 못 해서 소리 지르고 욕도 내뱉고 주말에 나와서 초과근무 수당 받으며 핸드폰 하고 탕비실 간식 다 털어먹는 모습을 보며 진짜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 여자다. 나의 발표날 자기 팀 애도 발표를 했는데 이번에 진행한 프로젝트가 돈과 시간은 엄청 들였는데, 망한 결과였다. '그래서 내가 할 때 엄한 걸로 트집을 잡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속이 부글부글 거렸다. 임산부가 이렇게 스트레스받고 누군가를 싫어해도 되나 라는 생각도 들어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내가 선배고 상사면 팀장 없이 프로젝트 마무리하려는 후배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할 텐데... 많은 걸 바라지 말아야지... 이렇게 '저런 모습으로 나이 들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임산부는 좋은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지내야 한다던데, 회사 생활하면서 그럴 수 있을까?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