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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Feb 25. 2021

[쿠팡Ep1] 듣지도 못한 쿠팡은 왜 들어갔어?

2011년,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는 회사에 들어가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쿠팡??


2011년 3월 내가 "소셜커머스 쿠팡(Coupang)에 합격했다"라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이다.

교수님, 지인, 가족 다 몰랐다.

정말 내 주위에는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곧 망할 회사' 등 온갖 추측난무의 말들과 함께 비아냥 섞인 말도 들었다.

그럴만했다.

서울에 이제 막 런칭을 했고, 넘쳐나는 약 350개의 소셜커머스 업체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내 선택지는 왜 쿠팡이어야 했을까?

우연한 외국인 친구의 만남

우연히 학교 선배와 함께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동석한 우즈벡 친구가 나에게 영어로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초/중/고 나오면서 영어공부를 했는데 전혀 들리지 않고, 말도 안 나왔다.

다만 Can you help me later 만 어떻게 들렸고, 대답은 짧고 굵게 "YES"였다


외국인 친구라 핸드폰 개통이 어려워 도움을 요청했다는 걸 알고 나중에 손짓 발짓하면서

도와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간단한 한국어, 쇼핑 등등 어찌어찌 도와줬다.

그런데 큰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그 친구가 기숙사 친구들에게 "두연은 잘 도와주는 친구다"라고 소개하면서

갑자기 내 핸드폰에 우즈벡 친구의 소개로 연락한다며,

영어로 도와달라는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일단 만나서 해결해야 하니 "Let's meet" 하면서 만나 도와줬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고,

그들의 소개의 소개를 거치면서 원어민 선생님을 하고 있는 친구들까지 도와주게 되었다.


똑같은 상황의 똑같은 영어의 반복. 그런 상황이 6개월 지속되다 보니 신기하게 점점 영어를

조금씩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나에게 살면서 언제 올까?'라는 생각이 들 때였다.

영어가 정말 재밌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No 스펙 & 현실의 벽

외국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점점 현실의 압박이 왔다.

어느 순간부터 도와주는 게 내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나에게 있는 거라곤, 주민등록증밖에 없었다. 내 나이 27살.

토익&토플 점수 / 자동차면허증 / 여권 / 자격증 / 여유자금 / 알바 경험 / 유학 경험 등등 나에겐 없었다.

스키 / 캠핑 / 여행 같은 취미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냥 묵묵히 공무원 준비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뭐하고 살고 있지 라는 혼돈 속의 나였다

외국 친구들과 소통하는데 핸드폰비가 10만 원이 넘었다.

공부한다는 애가 그렇게 핸드폰비가 많이 나오니 집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갑자기 외국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밖에 나가고 했으니 당연히 그럴만하다.

결국 "너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라는 꾸지람까지 듣기도 했다.


결정의 순간

비 오는 어느 날 집에 누워 한동안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질문해 봤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결정해서 적극적으로 산 적이 있을까? - 아니'

'내가 공무원이 되면 재밌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직업인가? - 모르겠다'

'내가 생활에 필요한 돈은 월에 얼마가 있으면 될까? - 직접 밥 해서 지내면 10만 원?'

'공무원 합격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은퇴하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을까? - 어렵다, 가족이 우선이니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다 포기하면 죽기 전에 이 순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 왜 그랬지? 하겠지'

.

.

이런 수많은 질문들을 나에게 쏟아냈다.

결론은 '지금 더 적극적으로 더 해보자. 영리하게 움직이자. 30살 전까지 최대한.'였다


페이스북 페이지 Korealifeline

현실적으로 핸드폰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집에 책상에 앉아서 외국인 친구들의 공통점이 뭐가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답은 'Facebook'.

당시에 한국 유저가 10만 명 정도였을 정도로 생소한 플랫폼이었다. 버그도 많이 있었고.


거기에 보니 포털사이트 카페처럼 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주한 외국인을 도와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고 이름은 외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Korealifeline으로 지었다.


그 뒤로 외국 친구들에게 도움 요청을 받으면 우선 Korealifeline에 가입하고 담벼락에 글을 남기라고 했다.

그렇게 주한 외국인 친구들 700명 정도가 가입하게 되었고 나는 생활정보공유, 고민상담 등을 진행했다.

- 원장하고 싸웠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서울 지하철에서 길을 잃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스키 타러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등등.. 참 다양한 질문들이 왔었고 통화, 페이스북 사진, Prezi 등등을 이용해 해결해 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jFs1GZuRJrg

도움받았던 친구가 올려준 유튜브 영상.

이때도 수많은 사람이

"넌 영어회화도 서툴잖아"

"스펙에 도움도 안 되는데"

"돌았구나" 등의 반응이 많았다. 당연했다.

20대 후반의 대학교 4학년이었으니까.

그리고 1년 반 동안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도 안 한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나를 믿고 뭔가 해보고 싶었기에 묵묵히 했다.


어느 날, 한 외국인 친구가

"미국에서 안경을 맞추면 정말 비싼데 한국은 정말 싼 것 같다"라고 해줬을 때

떠오른 아이디어는 공동구매였다.

바로 실행에 옮기고 싶어서 학교 근처의 안경집에 들어가 사장님께

"10명 모아 오면 싸게 해 줄 수 있나요?"라고 여쭤봤었고 대답은 "Yes"였다.

Korealifeline 페이지에 안경을 맞추고 싶은 사람 모여라 식의 이벤트를 만들었고, 10명을 금방 모았다.


내가 만든 쿠폰번호를 보내주었고 그 쿠폰번호를 가지고 안경점에 가서 언제까지 쓰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를 해줬다. 10명 다 갔다.

찾아보니 이게 공동구매가 아니라 '소셜커머스'라는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그루폰이라는 소셜커머스 회사가 엄청 성장하고 있었다.


2010년 미국 그루폰의 이야기다.

'소셜커머스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체크를 해보았다.

내가 만든 페이지를 가지고 소셜커머스를 하려고 생각은 해봤으나

세일즈 / 마케팅 / 경영 / CS 등등 사업에 관한 지식은 전무에, 경험도 없었고

정말 중요한 Money가 없었다.

내린 결론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소셜커머스 회사에 입사해서 제대로 경험하자 였다.


Why Coupang?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0072422535502547

소셜커머스 관련 회사를 알아보던 중에 하버드 3 총사가 소셜커머스를 창업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초기에는 고재우 부사장님, 윤선주 이사님, 김범석 대표님 요렇게 세 명이서 시작했다.

2010년 8월 서비스를 오픈하고 이래 5개월 만에 100만 회원수를 달성한 것을 보고

'정말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구나', '적어도 이분들이 세운 회사에서는 많이 배우겠구나'라는 생각이었고

바로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포지션은 세일즈를 원했고 서울이든 광주든 지역은 중요치 않았다.

단지 그 세계를 빨리 현장에서 경험하고 싶었다.


면접 1등(?)

앞서 말했듯 나는 제대로 된 스펙 하나 없었다.

학점도 중간이었고, 유학 경험도 없고, 토익 점수도 없고, 뛰어난 컴퓨터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변변한 자격증도 없었다.


이력서에는 약 1년 반 동안 외국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경험한 모든 것을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들어가며

최대한 '나를 뽑으면 쿠팡에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겠구나'를 느껴지도록 적었다.

실제로 소셜커머스를 실행한 경험을 참 재밌게 썼었다. (안경 공동구매)

다행히 서류는 통과가 되었다.


면접 때는 뭔가 후킹 한 무언가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소개 때부터 지르자.

"저는 주한 외국인을 도와주는 Korealifeline 대표 정두연" 입니다라고 소개를 했다.

 .

"뭐.... 뭐라고요?"

.

면접관님들은 약간 당황하셨지만 면접에 참석한 3명 중 나에게 가장 많은 질문과 시간을 할애했다.

결과는 합격. 믿거나 말거나지만

몇 년뒤 인터뷰를 진행하셨던 인사담당자님께서

"그때 네가 면접 1등이었어"라고 해줬다.


그렇게 쿠팡 생활은 시작이 되었다.

면접을 잘 보면 뭐하나 이제 현실인데.....

2편에서 계속....!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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