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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Feb 25. 2021

[쿠팡Ep2] 인생 첫 세일즈 시작.

기다리던 소셜커머스 세일즈를 해보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세일즈를 시작하다.

나는 이제 막 세팅을 준비하는 광주브랜치에 세일즈 담당으로 발령을 받고, 들뜬 마음에 출근을 했다.

복층으로 된 오피스텔이 사무실이었는데,

도착해보니까 의자는 없고 책상 위에 쿠팡 브로셔만 있었다.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휑한 느낌이었지만 의자와 컴퓨터들이 속속 들어왔고

바로바로 비닐을 벗기고 세팅을 했다.


세일즈 첫 미팅.

지점장님을 통해 간단한 쿠팡 설명에 이어 세일즈 미션이 공유되었다.

"쿠팡은 매일매일 새로운 딜이 00시에 올라와야 합니다."

"그만큼 세일즈가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고객들이 파격적인 혜택으로 느낄 수 있도록

꼭 정가의 50% 이상의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쿠폰 계약을 맺어오세요."


쿠팡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음식, 서비스 등의 가격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 판매 바탕의 모델인 소셜커머스였기에 충분히 예상한 내용들이었다.

초기 쿠팡 소셜커머스 사이트

"자, 더 궁금하거나 의견 있으신 분?"

보통 이럴 때는 "없습니다" 하고 일 보러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저 하나 의견이 있습니다"

라고 내가 말을 이어갔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적으면서 각 지역구별로 레스토랑, 뷰티숍 등의 숫자를 파악한 다음에

컨텍해야 하는 업체들의 우선순위를 나누고 접근하자라는 의견을 내놨다.

설명하는 데 30분 걸렸다.

내심 잘했다고 생각했고,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다.


나중에 지점장님이 따로 조용히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급한 건 계약 1건입니다. 그리고 논의하죠"

그렇다. 세일즈는 계약이 모든 걸 말해준다.


그 즉시 나는 나가서 로컬 세일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쿠폰 그거 맞죠? 나가세요

쿠팡 브로셔를 몇 개 들고 일단 중심가를 갔다.

일단 보이는 곳마다 가서,

"안녕하세요, 쿠팡입니다. 혹시 사장님 계실까요?"

물어보았지만, 가면 있을 줄 알았던 사장님은 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사장님 한 분을 뵈었다.

고깃집 사장님이었는데, 처음에는 흔쾌히 자리에 앉으라고 안내를 하셨다.

기분도 좋아 보이셨다. '소셜커머스'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까진.

.

"쿠폰 그.. 할인 막 해서 파는 거 맞죠!? 당장 나가세요. 당장!"

.

진정시키고 여쭤보니 전에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었었는데 너무 정산도 늦고

싼값에 이용하려는 손님만 몰리다 보니 기존 단골손님을 받기가 어려워져서 다시는 안 한다고 하신 거다.

그리고,

"댁들 같은 사람 한 7~8명은 한 번쯤 왔어요. 이 근처 사장님들도 그.. 소셜 뭐는 알긴 알아도 안 할 거예요"


내가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을 했다.

세일즈 하는 곳이 어디 쿠팡뿐이겠는가. 전국에 이미 350개나 비슷한 업체가 있는데.


정말 그런지 계속 사장님과 미팅을 갖으려 했지만 대다수 거절했고,

어떤 분은 소셜커머스 꼴도 보기 싫으니 양파를 던지면서 나가라고 하셨다.

진짜 양파에 맞았다


'아... 생각보다 쉽지 않네. 어떡하지?'


첫 계약을 하다

정장 입고 돌아다니다 보니 불편하기도 했고, 구두 때문에 발이 아팠다.

계약 한건은 하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시간대별로 만날 수 있는 사장님들은 업종마다 다르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음식점은 점심, 저녁 준비와 손님들 맞이로 바쁠 때 가면 문전박대당하기 일수다.

그래서 오후에는 어디를 가야 하나 생각하다 뷰티숍 위주로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한줄기 빛을 보게 된다.

.

"어서 오세요!"

"아, 소셜커머스 들어봤어요. 앉아봐요. 들어보게"

.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감격스러웠다.


사장님께서는 내가 열심히 설명하는 걸 보고

"두연 씨는 처음 만났지만, 믿어도 되는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계약하시죠"

어벙벙 했지만, 기분이 떠나갈 것 같았다.

드디어 첫 계약을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와이셔츠는 땀으로 절어 있었고,

구두 신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보니 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했으니까.


 누워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세일즈의 접근은 숫자적으로 사전 분석하는 것도 도움은 되지만,

제일 좋고 빠른 방법은 현장에서 바로 실행하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계약 1건이 그래서 중요하구나'

.

'오늘 몇 군데를 돌았을까? 40군데? 60군데? 모르겠다. 이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하자'


감동을 주자

첫 계약을 하고 난 후 전략적으로 움직이자라고 생각했다.

업종별로 컨텍 가능성이 큰 시간대를 정리를 하고, 움직였다.

나름 만나는 확률이 높아졌다.

문제는 만나는 주긴 하지만, 여전히 이미 다녀간 경쟁업체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냥 패스를 당했다.

며칠간을 돌아다니며 사장님들을 만나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큰일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상품을 선보여야 하는 쿠팡의 기본 방향에

세일즈맨으로서 계약건이 없다는 건 일을 못하는 거다.

당연한 거다.

이 문제의 구간을 어떻게 뛰어넘을까 고민이 많았다.


늘 그랬듯이 신규로 사장님들을 컨텍하고자 오후에 걷고 있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서 거리엔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리고 있었다.

밝은 얼굴로 땀 닦아가면서 브로셔를 돌리는 분이 보였는데,

본받고 싶을 정도로 정말 열정적으로 하셨다.

그분 뒤로 '신장개업'이라는 풍선간판이 보였다.

.

'혹시.. 사장님인가?'

.

그냥 가서 이야기 나누자라고 하면 방해 말라고 할 테니

내가 가서 브로셔 나누는 걸 도와줘 보자라고 생각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일단 브로셔 몇 장 줘보세요"

브로셔 몇 장 받아 들고 사람들에게 열심히 같이 나눠줬다.

그분은 얼떨떨하셨지만 하던 일 계속하시다 브로셔가 다 떨어졌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저 여기 사장인데 고맙긴 하지만, 어인일로 도와주시는 거예요??"

자연스레 나를 소개했고, '소셜커머스'라는 단어는 다들 싫어하시니 쿠폰 마케팅이라고

바꿔서 설명을 했다. 그렇게 또 계약을 한 건 했다.


내가 생각했던 소셜커머스 시장을 현장에서 바로 경험하니까 좋았다.

다만 좋은 건 그뿐이었다. 잘해야 빛이 나는 거다.

첫 계약 이후 만화처럼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매일매일 저녁 늦게까지 영업을 돌아봤지만,

계약건은 그렇게 쉽사리 성사되지 않았다.

다 되다가도 안되고 그랬다.


다른 분들은 그래도 여차여차 어떻게 계약을 해오신다.

'나는 세일즈가 아닌가? 내가 계약이 늦어지면 다른 분들께 부담을 주는 건데...'

나 스스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계약에 대한 부담은 더 커져갔고

어느 순간부터 저녁에 걸어가면서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퇴사자의 추천

영업을 다닐 때 짝을 이뤄 다니는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같이 다니는 30대 후반의 분이 계셨다.

원래는 CJ 쪽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시다가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광주로 내려오게  분이셨다.

내가 하는 말들을 정말 잘 들어주셨고, 의견도 주셨다.

정말 이야기가 잘 통하는 분이었다.

그리고 서로 쿠팡의 미래, 소셜커머스의 미래 등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저녁 늦게까지 즐겨했다.

그리고 같이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분은 곧 서울 쪽에 오퍼가 와서 가야 할 것 같다 하시고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다고 하셨다.

그리고 한마디

"두연 씨는 로컬세일즈보다는 서울 본사에 전략이나 기획 쪽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서울 본사에서 연락 온다면 무조건 가야지요^^"

내가 세일즈를 어려워하니 위로하는 차원에서 해주는 말씀이겠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그분께서

"두연 씨, 내가 원래 사람 좀 봐달라는 요청을 받긴 했는데 무튼, 곧 서울에서 연락 오면 받아줘요"

라고 하시곤 떠나셨다.

입사한 지 2달 즈음되었을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

"두연 씨 안녕하세요, 여기 쿠팡 본사입니다. 서울에 신규팀을 꾸릴 건데 올라오실 수 있으세요?"

.

"네!"


그렇게 서울 본사에 입성하게 된다.

3편에서 계속!...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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