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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02. 2021

[쿠팡Ep3] 대표님이 내 이름을 힘차게 부르다.

광주 촌놈의 서울생활 시작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딱 2년만 기다려주세요

쿠팡 서울 본사에서는 전국의 쿠팡 지사들의 허브 역할을 전담하는 '운영관리팀'을 꾸릴 계획이라고

나에게 말을 해줬다. 단 조건이 있었는데, 그리고 1주일 안에 올라와야 한다는 거였다.

어찌 되었건 나는 준비하고 올라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이니까 더 많이 경험할 수 있고 더 많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거기에 덤으로 쿠팡 창업자들과 가까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상적인 생각은 좋았다. 문제는 현실이었다.


일단, 부모님께 알리는 문제가 남았다.

아버지께 맥주 한잔 하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고 근처 치킨집으로 갔다.

"아버지, 저 곧 서울 본사에서 일할 것 같아요"

"오 그래? 언제부터?"

"1주일 안에 올라가야 해요"

"음!? 머물 곳은 있어?"

"최대한 찾아봐야죠"

아버지는 약간 걱정하신 듯

"아들, 너를 믿긴 하지만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어?"

그렇게 한 5분간을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렸다. 그래도 아버지는 이해하시기에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음... 아빠가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네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니까 믿음이 간다"

"고마워요 아버지, 음.. 제가 영어회화 딱 1년 반에서 2년 정도 해서 실력을 올렸잖아요?"

"그렇지 신기할 따름이지"

"이번에 올라가서 아들이 쿠팡이라는 회사에 다닌다고 친구분들께 자랑하게 끔 해드릴게요. 꼭이요.
딱 2년만요 기다려주세요, 아버지"

꿈같은 나의 공간

아버지를 시작으로 가족 설득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다만 문제는, 돈이었다.

나에게 있는 돈은 쿠팡 입사하고 모은 100만 원이 전부였다.

그 돈으로는 서울에서 정착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어떡하지...'

머릿속에 지나간 한 단어가 있었다 '찜질방'

점심만 회사에서 먹고 찜질방에서 잔다고 하면 2만 원 정도였다.

100만 원으로 버티면 50일이다.

진짜 방법이 없으면 이대로 가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서울 출발 3일 전으로 날이 다가왔다.


따르릉~

세일즈 지역단장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두연아, 너 서울 올라온다고 들었다. 머물 곳은 있나?"

"아... 아직 없고 정 안되면 찜질방에서 좀 버티려고 합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내가 건대 쪽에서 내 짐 보관 겸 가끔 지내는 곳이 있어. 좀 허름하긴 한데 거기서 잠깐 지내볼래? 월세는 10만 원인가 해."

"네!!!!"


서울 지리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어찌어찌 서울에 와서 공간을 선뜻 제공해주신 그분과 함께 말씀 주신 그 공간으로 향했다.

건대입구역 쪽에 있는 다세대 주택이었고, 내가 지낼 곳은 사다리를 이용해야 입구로 향할 수 있는

옥탑방이었다. 크기는 3~4평.

좁고 좀 불편하면 어떠랴 드디어 서울에 머물 수 있는 곳을 찾다니!

너무 좋았다.

가방 메고 올라오기엔 좁은 구멍에 사다리 입구
한 3~4평 정도였지만 크기가 뭐가 중요하랴
서울 첫 출근

아직도 서울에서의 첫 출근했을 때가 생각난다. 일어나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하물며 지하철을 타고 쿠팡 본사가 있는 학동역으로 향하는 모든 과정이 믿기 어려웠고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출근할 때 지하철을 탄다고?'

그렇게 첫 출근을 오전 7시 반에 했다. 제일 처음으로 도착했다.

혼자 앉아 잠깐 멍 때리면서 여기가 본사구나 하고 잠시 감상에 젖었었다.


쿠팡 서울 본사에서 하루가 시작되고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향후 운영관리팀의 역할은 어떻게 구성이 되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정했다.

내가 담당하는 주요 역할은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내외의 영업 지사들을 서포트를 하는 것이었는데 총무, 기획, CS, 디자인, 정책 등등 영업과 관련된 모든 본사에 있는 부서 사항들을 지사들과 같이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일을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무언가는 흘러가고는 있는데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아서다.

그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그.. 두연 씨라고 했죠?, 저랑 같이 좀 업무 이야기하실래요?"

울산 출신의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쿠팡이 생길 때 바로 합류한 시조새 같은 분이었다.

쿠팡이 어떻게 시작을 했고 현재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떤 업무들에 있어 현재 이슈가 많이 생기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을 다 해주셨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서는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분 덕분에 쿠팡 업무 프로세스를 굉장히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고, 업무 적응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쿠팡이 당시 썼던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인 세일즈포스라는 SaaS (Software-as-a-Service), 엑셀, 전화받는 법, 메일 쓰는 법 등등 실무적인 사항도 많이 도움받았다.

그리고 쿠팡이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계속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만드셨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분이다.

대표님이 내 이름을 힘차게 부르다

쿠팡에 입사한 지 2주 정도 되었을까.

아침 9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다 집에 가는 건 몸에 익숙하게 다가왔다.

집에서도 더 일하고 잠들면 새벽 3시~4시가 되었다. 거의 매일매일 그랬다.

나뿐만 아니라 본사의 거의 모든 인원이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나는 매 순간이 그저 재밌고 신기했다.

대표님이 내 이름을 힘차게 부르기 전까진.


나는 집에 오면 '소셜커머스'라는 단어를 가지고 경쟁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따로 정리를 했었다.

어느 날 경쟁사 두 곳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기업문화에 대해 적극 홍보하는 기사들을 접했다.

'쿠팡도 이거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내일 출근해서 말해볼까?'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나는 내부에 의견을 여쭤봤고

"전체에 한번 알려보면 어떨까요?"

라고 하니 다들 바빠서 그런지 그럭저럭 "네네 해보세요"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메일로 어제 정리했던 경쟁사들의 내용들을 정리해서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그룹메일 주소를 통해 보냈다. 그 뒤로 한 5분이 지났을까. 쿵쾅쿵쾅 하는 소리와 함께

김범석 대표님께서 뛰어다니면서 내 이름을 힘차게 불렀다.

"정두연 어딨어요 정두연? 정두연~!"  

"네! 저 여깄습니다!"

"당장 대표실로 들어와요! 당장!"

대표실이 우리 팀 자리 바로 옆에 있어서 바로 튀어 들어갔다.

유리 칸막이로 되어 있어서 밖에서 안이 다 보이는 대표실이었다.

나는 한 3초 정도인가.. 칭찬을 들을만한 일을 내가 한 건가?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전체 직원들에게 보낼 수 있는 그룹메일 주소를 이용해 왜 그 내용을 보냈는지 급하게 여쭈셨고,

어떠한 생각으로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씀을 반복하시면서 굉장히 열이 받으셨다.

의도가 어떻게 되었든, 경쟁사의 좋은 이야기를 내부에 공유하면 직원들의 사기는 어떻게 되겠냐는 말이다.

그 이후에 1번 더 불려 가서 똑같은 사항으로 꾸지람을 들었다.

맞다.

내부 자체적인 좋은 이야기를 공유해서 사기를 끌어올려도 모자랄 판에 경쟁사의 좋은 이야기를 뿌리다니.

너무 내 생각대로 진행한 일이라는 게 부끄러웠다.

스스로 낙담하고 있을 때, 대표님이 한번 더 대표실로 호출하셨다.

쿠팡에서 1시간 만에 대표실로 3번 연속으로 불려가 1:1로 이야기를 한건 내가 최초였을 거다.

3번째 대표실로 들어갈 때 이제 다시 광주로 내려가는 건가 생각했다.

.

"두연아, 이번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하지만 이렇게 메일 보내는 건 정말 신중해서 해야 해. 파이팅하자. 힘내고!"

.

아....

'서울 생활이 쉽지가 않구나'


4편에서 계속....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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