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버티는 중이라는 말

by 배붕

어느 정도 서류정리가 끝났고, 조정기일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음 달 초에 임시조치결정 1차 연장이 끝나 2차 연장을 위해 오늘 추가로 서류를 제출을 하였다.

아이들은 사촌오빠 와이프의 소개로 놀이치료를 진행하여 보기로 했다. 감정과 불안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아이들 속에는 있을 수 있을 거라는 말 때문에 시에서 진행하는 모래놀이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모래놀이치료" 아이들은 40-50분 놀이를 하고 주양육자=나 와 10분 면담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진행 전 작성한 서류에는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아빠와의 분리조치로 인한 불안과 그동안 아빠에게서 받은 간접적 학대로 인해 긴장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걱정되어 오게 되었다고 작성을 하였다.


스스로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는 잘하고 있어라고 다독이고 이게 옮은 일이라고 계속 되뇌었던 마음이 선생님의 "어머님이 잘 버티고 계시고 있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울지 않아도 나의 이혼과정에 대해 담담히 남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묵혀놨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괜찮은 게 아니고 그동안 힘들게 버티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걸 누군가 말로 이야기하는 순간 아이들 앞에서는 흘리고 싶지 않아 꾹꾹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 그것도 아이들 모래놀이 상담실에서 말이다.


내가 겪고 있는 모든 과정이 남들이 보기에는 결단력 있게 잘 정리해가고 있다고 보일지 모르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오만가지 감정이 오간다.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아빠이야기를 하면 나도 아무렇지 않게 아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그런 걱정하는 마음이 예쁘다고 해주면서도 한편으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내가 잘못한 건 없고 선을 넘은 건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또 다른 감정들이 올라온다.


지난달과 이번 달은 이 과정을 정리하면서 내가 겪는 스트레스와 전신두드러기로 몇 날을 고생한 탓인지 거울 앞에 초라해진 나의 행색이 너무 보기가 싫어 피부과도 방문하고 그동안 남편과 사용했던 이불과 수저/젓가락을 모두 처분하고 이불과 그릇과 식기류를 새로 구입했다.

결핍이 있는 사람처럼 두 달 동안 마음의 위안을 쇼핑으로 해결했더니, 남는 건 카드 고지서 밖에 없었다. 원래도 가장이었지만 앞으로는 진짜 내가 가장이구나 하는 생각과 남편이 무직이라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할게 뻔하고, 첫째는 이제 학교를 가니 학원도 가야 하는데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다 싶어 다음 달부터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다.


그 상담사의 말처럼 어쩌면 나는 이 과정을 버티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또한 엄마로서 내가 겪어야 할 과정이고 어떻게든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보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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