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피해자 조사라는 걸 받아봤다. 오전에 있는 피해자 조사 전에 애들을 재우고 옆에 누워서 내가 기억하는 하나하나를 시간대별로 정리를 해보았다.
새벽 한 시 경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났고 쿵쾅대며 2층 침실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불을 켜고 다짜고짜 나를 밀면서 때리며 "꽃뱀이냐 내 돈 내놓으라고 씨발년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 황당해서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했고 " 아침에 내가 적금해약해서 천만 원을 두 번 입금해 줬는데 다시 도로 입금한 건 너잖아"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애들이 자고 있는 방문을 받고 1층으로 내려와서 식탁의자에 앉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지 시작했다.
남편은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2층 침대에 엎드려서 씩씩 대다가 다시 또 쿵쾅쿵쾅 내려오더니 내 얼굴 양쪽을 주먹으로 한 대씩 쳤다. 복싱을 배우더니 이렇게 쓴단 말인가.... 내가 피한 건지 남편이 빗겨서 쳤는지 모르겠지만 얼굴에 쓸리는 느낌은 났던 것 같다 그러더니 내 멱살을 잡으며
"너도 추운데 있어봐 나가! "라고 하면서 다짜고짜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그러더니 로봇청소기를 집어던지고 의자를 던졌다 그러면서 중정에 있는 유리창이 깨졌었는데 나는 사실 유리가 깨졌는지 나중에 모든 사건이 종료되고 나서야 알았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라고 하자
갑자기 칼을 들었다. 순간 너무 놀래서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했던 것 같다. 집에 있는 칼 중에 두께가 4-5mm가 되는 가장 큰 식칼이었다. 지금도 그 칼을 치켜든 남편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그 눈빛과 칼의 뾰족함이 섬광처럼 남아서 눈감으면 그 장면이 생각난다.
"너는 나를 죽이러 온 지옥에서 온 인간이야"
하면서 내 옆을 내리찍었는데 한 번도 칼이 부서질 거라고 생각 못했던 나는 칼이 내 옆에서 두 동강이 나는 그 순간이 아직도 섬뜩하다.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자기를 죽이러 온 인간이라니....
그러곤 자기화가 풀리지 않는지 한 자루는 식탁에 내리찍어 산산조각이 났고. 다른 한 자루를 뽑아 들더니 싱크대를 내리찍어서 칼이 산산조각이 났다.
태어나서 칼이 부러지는걸 처음 보았다.
그러고 나서는 경찰관이 집에 왔는데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위에 아이들이 있어요"
경찰관이 "이제 저희가 왔으니 괜찮아요. 아이들은 안전해요"
라는 말을 듣자
나는 " 아이들은 자고 있나요?"라고 했던 것 같다.
남편이 칼을 든 순간 7년의 내 결혼생활이 끝이 났으며 어떻게든 남편을 고쳐서 살고자 했던 나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사실 눈감으면 떠오르는 그 장면 때문에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지만, 그 장면을 자꾸 마주해야 나의 트라우마더 없어질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