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하나

by 뚱띵

초등학교 때 재래식 화장실에 가면 늘 하는 생각이 있었다. '요만한 방에 저만한 창문을 가진 내 방이 있었으면....'그러면 책상 하나 두고 책만 읽다가 손바닥만 한 창문밖의 풍경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행복해할 텐데..'하고.

20대 대도시에서 살았을 땐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나만의 창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비 오는 날 하염없이 밖을 내다보아도 아무도 모를 공간 말이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나에게 창문은 어머니의 자궁 같은 안식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였던 것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저 멀리의 산이나 바다를 지켜보고 있자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산너머 마을은 여기와 다른 세상일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왠지 모를 희망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기도 했었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나에게 창은 ‘현실도피처’이자 ‘상상놀이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손바닥만 한 창문밖의 세상은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웠던가?

지금은 감사하게도 저녁이 되면 돌아갈 내 집이 생겼고, 그 집의 창문은 여러 개다. 그중에서 부엌창문을 가장 좋아하는 데, 그 이유는 나에게 ‘뮤즈’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서향으로 내어진 창문은 내 마음속 창문을 찾아다녔던 그동안의 세월을 위로라도 하듯이 매일매일 다른 저녁노을을 선물한다.

어떤 날은 타는 듯한 검붉은 절규를 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상냥한 분홍빛의 인사를 하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또 다른 날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검은 산 뒤로 아우라를 뿜어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주황에서 노랑으로 옅어져 가지만 그 존재감은 강렬하다.

이렇게 비록 크지는 않지만 나를 울렸다가, 감동시켰다가, 뿌듯하게 하루를 마감하게 하는 신통한 재주를 가진 창을 가진 나는, 가끔씩 ‘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하고 생각해 본다.

알고 보면 세상은 감사할 일이 천지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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