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놈이 이렇게까지 오래 살 줄은 몰랐다.
검은색과 회색의 줄무늬를 가진 고등어무늬의 길고양이, 용팔이.
밥은 집 앞 슈퍼에서 챙겨주는 것 같지만 전혀 밥 주는 이의 손을 타지 않는 별종이다. 아마 나이는 4~6년으로 추정해 본다.
암놈인 용팔이는 출산을 10번도 넘게 한 길냥이계의 베테랑 엄마다. 어디에서 새끼를 낳는지 모르지만, 소리소문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필통만 한 새끼 3~4마리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면서 1~2마리씩 사라지고, 어쩔 땐 한 달도 안 돼서 다 잃은 적도 있었다.
언젠가 출근길에, 집 앞도로에서 차에 치여 있던 새끼를 두고 어찌할 바 몰라하던 녀석을 보고, 옆에 버려진 박스를 이용해 전봇대옆으로 옮겨준 적이 있었다. 새끼고양이는 이미 죽어있었고, 용팔이는 새끼가 담긴 박스옆을 떠나지 못했다. 그날은 나 또한 하루 종일 어미 용팔이 심정을 짚어보면서 뒤숭숭한 마음으로 보냈다.
용팔이가 한참 미모에 물이 올랐을 1~2살 시절엔 우리 빌라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애교 많은 용팔이가 떴다 하면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택해버렸다. 하지만 용팔이의 간택을 무시하자,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시늉을 하는 게 아닌가? 문 밑으로 코를 박고 들어가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 절실했지만, 입양할 수 없는 상황인 나와 이웃들에겐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키우고 있는 꽃순이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녀석을 들일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의 죄책감 때문일까? 비쩍 말라서 돌아다니는 용팔이를 목격할 때마다 그날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가슴속 깊이 안쓰러움과 미안함으로 가슴이 아렸다. 그래도 이 속없는 녀석을 나를 볼 때마다 쪼르르 달려오며 반긴다. 남의 속도 모르고 말이다.
며칠 전 퇴근길, 오랜만에 또 용팔이가 따라왔다. 그리곤 문 앞에서 짠하게 울었다. 마치 들어가고 싶다고 하듯이 말이다. 아무래도 얼마 전까지 잠깐 머물렀다 파양 당한 나비의 흔적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안돼!" 하며 나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어설픈 동정으로 이 녀석을 헷갈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알고 있었다듯이 이내 풀이 죽은 용팔이를 남겨두고 문을 닫고 들어와 버렸다. 계속 닫힌 문뒤의 용팔이가 신경이 쓰여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닿을 수 없는 억지 인연은 만들지 말자.
지금 이 고통이 우리를 우리답게 살게 하리란 걸 믿으며 마음을 담아 간절히 바라본다. 제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