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본 건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평범한 회사를 퇴직하고 늦게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분은 가족들을 타지에 두고 혼자서 근처 원룸에서 생활한다고 하였다. 2주마다 한 번씩 4시간 거리의 집에 방문한다고 하였다. 제일 작은 면에 발령받은 그는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고, 일처리도 느렸지만, 그만큼 수더분한 매력이 있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젠가 업무를 도와주러 들린 늦은 시간 사무실에서 핸드폰으로 걸려온 배우자 전화를 받으며 문 뒤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에서 목격한 그의 흰머리가 가슴 아팠다. 왜 그랬을까? 그 시간까지 식사를 못 해서였을까? 기어들어가는 듯한 힘없는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늦은 나이에 겪게 될 신규의 서러움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서리 내린 머리가 서글펐다.
3년 뒤 첫 인사이동을 하게 되었다. 어딜 가더라도 있던 곳보다 큰 곳이라서 조금 벅차겠다고 우려했지만, 해왔던 업무의 연속이라서 적응하면 괜찮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첫 인사이동 후 출근한 지 3일 만에 내민 사직서. 그렇게 그의 공직생활은 끝을 맺었다.
남들은 그를 보고 서울에 자가를 가졌고 스톡옵션과 고액 연봉으로 잘 나가는 고위간부로 정년퇴임을 했다는 둥, 우리네들보다 몇 배는 더 잘 산다는 둥 했지만, 나는 달랐다. 그의 빛바랜 머리를 알고 있지 않았던가.
늦은 나이에 공부 고생해서 합격한 만큼 비록 3년의 짧은 공직생활이었지만, 그리고 어차피 1년 반뒤엔 정년퇴임은 맞겠지만, 지금 이렇게 의원면직을 한다는 것은 더 하얘진 만큼의 시간 동안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사무실도 집도 모든 것을 정리하게 될 그는 홀가분할까? 혹시 퇴직까지 견디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지나 않을까?
부디 떠나는 뒷모습엔 하얀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하얗게 변한 그 세월의 흔적을 식구들만큼은 눈치채지 못했으면 좋겠다.
혹시나 처져있을 어깨에는 수북이 눈이 내려 무거운 발걸음이 내린 눈 때문이라고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