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뫼할머니 가던 길

by 뚱띵

오늘은 소중한 추억 속 장소를 만났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무작정 귀에 이어폰 꽂고 동네 한적한 곳을 걷고 있자니 어릴 적 작은할머니( 숲뫼할머니) 집에 가던 길과 꼭 같은 길을 발견한 것이다.

넓지 않은 완만한 오르막 오솔길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땅을 토닥거릴 때 얼굴을 내민 쑥까지 영락없이 그때 그 장면이었다.

작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 만날 수 있어서 숲뫼 할머니였을까? 자그마한 키 동글동글 예쁜 두상은 은빛 비녀가 잘 어울리셨다. 조용하고 다정했던 우리 할머니.

해 질 녘의 유난히 넓은 할머니 고구마 밭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도와드리겠다고 덤벼들었지만 헛호미질로 상처 낸 고구마를 다시 흙속에 파묻기도 했었다. 그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이제 거기까지만 하거라' 하시고는 등 돌려하시던 호미질 사각사각거리셨던 우리 숲뫼할머니.

할머니 닮은 아담한 초가집안에는 할머니 닮은 천장 낮은 구들방이 있었고, 구석 한쪽 손바닥만 한 문은 아궁이 부엌과 연결되어 밥상이 오갔다. 그 문을 열고 나가면 한참 뜸 들이고 있었을 가마솥 흰쌀밥 단내가 번진다. 이 모든 것이 그날의 산 옆으로 지던 붉은 노을과 어우러지면서 지금도 그 동산 위에 서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