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2025년 갈무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생각하기 좋은 질문에 대한 답

by 떫은감

SNS에 떠돌아다니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생각하기 좋은 질문’을 가져와 스스로 답해본다.


1. 잘했다고 생각한 것

어려운 취업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직에 성공한 것. 그런데 완벽히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물살을 갈라 나아가는 뱃사공이라기보다는, 장마로 인해 부쩍 늘어난 수심에 그저 떠밀려온 출처 모를 판자 떼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직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그 이후였다.


회사 규모가 곧 나의 가치는 아닌데,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내가 업신여기는 이곳에서 싫은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으니, 항상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하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개인적인 채찍질로 욕심을 부리며 주변 동료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동시에 몰려다니며 험담의 주동자나 당사자가 되고 싶지 않아 자발적 외톨이를 자처하기도 했다. 도무지 리스펙 할 수 없는 상사들 앞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그럼에도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에 굴복하며 겉과 속이 다른 상태로 부대끼는 감정은 삼켜야 했다. 이중적인 생활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아등바등 근 1년을 보낸 셈이다. 이렇게 보니, 내 본업은 OO이 아니라 연기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집에 오면 넉다운이 될 수밖에 없다. '부대끼는 감정과 수치심을 어떻게 컨트롤하며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아직 나의 숙제이다.


2. 아쉬움이 남는 것

회사가 망하면서 어딘가 의존하는 인생의 실패를 맛봤다. 어디에서도 도태되거나 낙오되지 않겠다는 압박과 불안이 극에 달했던 한 해였다. 모든 일을 내 통제 아래 두려고 하는 강박이, 나와 내 주변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통제하려는 것, 사람도 상황도 무엇하나 한 인간의 계획과 바람대로 흘러갈 수 없는 게 당연한데 나는 왜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걸까? 통제하는 것이 내가 불리한 상황과 불행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눈앞에 있는 단기적인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다. 인정을 해야 한다. 진리에 굴복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3. 좋은 습관을 만든 것

자고 일어나서 이부자리 정리하는 것. 오늘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나의 작은 의식이다. 잠자리에 들 때면 오늘도 생계를 위해 고생한 나에게 정갈하게 차린 이부자리가 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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