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 기대에 못 미치는 나

실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는 요즘이다.

by 떫은감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한 지 꽤 됐다. 그동안은 아무리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해도 나 하나 갈 데 없을까 생각했다. 열정적으로 일했고 성과도 냈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한테도 인정받으며 잘 지냈다. 시장에 나 같은 매물이 많은 걸 알면서도 '나라면, 나 하나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현실이 참 차갑다. 자신감이 아니고 그저 오만함이었나 보다. 크고 작은 실패는 가볍게 뛰어넘고 최종 1승만을 향해 앞으로 치고 나가면 될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계속되는 불합격 소식에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려 주저앉는다.


가고 싶던 기업, 채용 전형마다 인사담당자 유선 연락이 먼저 왔었다. 이번엔 메일이 먼저 왔길래 의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불합격 소식이었다.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도대체 내가 아니면 누굴 뽑아서 일 시킬 건데. 지금까지 내 경력과 경험을 생각하면, 내가 그 일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런데 도대체 누굴? 언제나 이 불도저 같은 마음이면 좋을 텐데 면접장에만 들어서면 두렵고 간절한 마음이 앞서 한없이 작아진다. 채용 시장에서는 나의 간절함보다도 냉철한 어필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합격한 기업도 있다. 당장 실업급여도 끝난 마당에 어느 회사라도 붙여주면 감사하며 가겠다는 마음도 있었으면서, 아무도 모를 작은 기업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의 욕망과 기대에 못 미치는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이 실망스러워 눈물이 났다. 그놈의 네임드가 뭐라고, 회사의 간판이 곧 나 자신인 것처럼 말이다. 나의 현주소를 직시하지 못하고 과대평가해 온 결과는 이토록 차갑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하겠다. 더 내공을 쌓아 당당히 본무대에 등장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럴 때 달다구리라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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