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몸이 지쳐야 한다.

감정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법

by 떫은감

2025년 2월의 기록


백수가 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땅굴 속으로 파고들기도 하고, 안개처럼 켜켜이 쌓인 수많은 생각들에 갇혀 허공을 휘적일 때도 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날에는 베갯잇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기도 한다. 물론 볕 좋은 날 바삭바삭하게 마른 이불 빨래처럼, 더할 나위 없이 생각이 개운하고 보송한 날도 있다. 이처럼 당장은 좋아도 한 치 앞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늘 마음 한편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쿠크다스 멘탈을 소중히 움켜쥐고, 긴장하며 살아간다.


이럴 땐 감정 소용돌이의 진원지를 물리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잠시라도 벗어나는 것이다. 요즘같이 추운 날, 특히 밤에는 나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두껍게 껴입고 집 앞 공원을 걷는다. 추위에 코가 땡땡 얼고 두 뺨이 벌겋게 달아오른 느낌은 거울을 안 봐도 느껴질 정도다. 괜찮다. 감기로 고생해도 길어야 7일이다. 어차피 텅 빈 마음은 늘 냉기로 가득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집으로 돌아오면, 남은 건 추위에 호되게 당한 몸뚱이뿐이다.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나 다시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큰일이 아님에 머쓱하고 어색해진 나의 몸뚱이다. 인간의 시스템은 정교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한편, 참으로 멍청하고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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