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의 삶 원해요

저를 이끌어 줄 귀인을 모십니다 댓글 남겨주세요

by 수다쟁이

어설픈 영어를 쓰지 않으려고 팔로워십, 서포터라는 말을 한국어로 고쳐보려 하였으나, 피 주도적이라는 말을 너무 폭력적이고 추종역량이라는 말은 뭔가 상황에 맞지 않는 거 같아서 해당 주제의 제목을 정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나는 내가 타고난 리더인 줄 알았다.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있으며, 타인을 아울러 이끌어 가고 나아 가 국가를 빛낼 어떤 개인이 될 줄 알았다. 이 생각은 제법 오래갔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그 순간 까지도 나는 내가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온 거 같다. 같은 맥락인지 모르겠는데 영웅적 설화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만화도 먼치킨요소가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아잇, 근데 이게 무슨 일이냐. 리더는 힘들고 고되고 외로운 법이더라.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예측이 안되고 비합리적인 존재이며 배신적인 존재이다. 나의 진심은 곡해되지 않고 허공에 흩어지는 것만으로도 본전이다. 사람이 너무 좋은데 사람이 너무 싫어졌다.


앞서서 나는 타고난 리더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어릴 때는 제법 많은 열등감이 있었다. 나보다 더 잘난 성적을 가진 친구, 나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보면 나를 범인으로 만드는 그들의 빛남에 시샘하고 스스로를 책망했던 거 같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정말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회사에 뼈를 묻겠다고 말해 놓고, 다리 뼈가 부러졌다면서 사진 하나 보내고는 무단퇴사한 사람. 반나절 일하고는 도망가버리고는 입금하라고 계좌번호 보내는 사람. 면접 보러 와서 한국인들은 잘 먹고 잘 사니까 자긴 월급을 더 받아야 된다고 말하는 외국인. 사람 좋은 얼굴로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알고 보니 전자 발찌를 차고 있던 사람.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만 생각해 봐도 정말 이상한 사람이 많았다. 작정하고 써 내려가면 훨씬 많으리


나는 이런 사람들을 겪고 만나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와, 나는 정말 평균 이상 인 사람이구나.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저렇게 다채로운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자신감을 잃었다. 나는 내 인생 하나도 감내하기 힘든 사람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동료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범인(凡人)이다.


또한 나의 새로운 자아를 찾았다. 나는 끝내주는 Follower이자 Supporter인 것이다.

나는 책임감이 있고 성실하며 내가 속한 단체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노력할 줄 알며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 행동한다. 마음먹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과업이 주어지거나 맡은 바가 있으면 끝까지 해낸다. 인정(人情)이 있으며 협력할 줄 안다.


남들이 보기엔 건방진 말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 둘만 더 있으면 되게 괜찮은 기업체를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너무 고평가 한 게 아닐까 고민되지만 어쨌든 솔직하게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거다. 이것이 나의 역량이자 강점 같은데 펼칠 길이 없다.


왜냐면 나는 자영업자고 앞으로도 스스로를 책임지며 나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말 나는 나의 리더가 필요하다. 수동적으로 살고 싶다.


어디 벼룩시장에 공고라도 내고 싶다.

"저를 이끌어 줄 귀인을 모십니다"

작가의 이전글촉감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