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의 감정

나이가 들면 이런 건가요?

by 수다쟁이

올해가 특별한 걸까? 요즘 모르던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촉감에 예민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촉감에 의해 감정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 멋 모르고 마냥 해맑을 때는 나는 친구들을 잘 끌어안고는 했다. 남자건 여자건 선배건 후배건 나이가 많건 적건. 그런데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임을 깨닫고 자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내게 스킨십에 대한 면역이 너무 낮아져서일까? 요즘 촉감에 대해서 예민한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예를 들면 여미는 옷깃을 비집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그만 눈물이 터져버릴 거 같아 참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뼈가 사무치는 추위에 가슴이 먼저 사무쳐서 서럽다.


옆집 아주머니 품에 안긴 손자의 오동통한 한 주먹거리 발의 따뜻함이, 어깨에 기대 붙는 그 말랑한 볼의 무게에 마음이 와르르륵 좌우로 요동을 친다.


언제 이 정도로 휘었지? 싶을 만큼 누워버린 툭 불거진 아버지의 손가락을 만지작 대다 보면, 수분을 잃어 포장재처럼 밀리는 엄마의 손등은 나의 미숙함을 조급하게 한다.


예전에는 답싹답싹 잘 안기더니 이제 머리 좀 굵었다고 환영의 포옹을 해주지 않는 조카에게는 서운함과 그의 성장을 느끼게 한다.


사업상 마주한 사람과의 악수에서 너무 뜨거운 체온에 놀라기도 하며 시간이 지나서도 뜬금없이 그 체온이 떠올라서 번뇌에 빠지게 한다.


찰나의 순간에 어이없을 정도로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호르몬의 탓인가 싶기도 하고 차가운 계절 탓인가 싶기도 하다.


긍정적인 촉각으로 미래를 채워가고 싶다는 욕심이 듦과 동시에 제법 이 정도면 평화로운 촉각들이 아닌가 싶어 안심이 동시에 드는 차가운 밤이다.

작가의 이전글제발 좀 늙지 마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