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봉이 김선달=결정사
결혼 정보회사를 다녀왔다.
결혼 정보회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그런 대형 회사였다.
계기부터 설명하자면 시기가 시기인지 외로움이 극에 달한 나의 마음 때문인지 최근에 결정사라는 키워드를 접할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1. 마담뚜의 연락
작년인가? 어머니가 마담뚜를 알게 되었다고 내게 소개를 받아 보겠냐 권장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드문 나는 승낙을 했는데 나는 그녀가 넘겨주는 프로필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았고 당시 살쪄 있던 나도 그리 선호받지도 못했던 거 같았다. 한 집안 좋은 남자가 나와의 만남을 재며 사진을 달라고 했다가 싫다고 했다가 줄다리기를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먼저 지쳤고 "마치 너를 판매대 위에 올려놓은 기분이야. 내가 못하겠으니 너 그냥 알아서 연애해라." 라며 포기 선언을 하셨다. 그러시라 하고 반년쯤 지났나? 뜬금없이 문자가 하나 왔다. "000 씨 결혼은 하셨는가요? 어머니가 연락이 안 됩니다." 무슨 신종 보이스피싱인 줄 ㅋㅋㅋㅋ
어머니가 답이 없자 내게 따로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뭐 나에게 소개할 멋진 사람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이유도 아니었고 매칭해 주는 사람의 준비되지 않은(카톡 프사 캡처한 거 같은) 사진을 함부로 넘기길래 내 것도 그렇게 넘기시냐고 따지었던 적이 있고 2번 정도의 매칭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 거절했더니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아직도 내 프로필을 막 뿌리고 있을까 봐 걱정은 되지만 굳이 들쑤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기억에 묻어 둔 사람이다.
#2. 커플매니저의 헌팅?
헬스장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데 옆자리 중년 여성분이 결혼 여부를 물어보셨다. 하지 않았다는 답변에 그녀는 자신을 결정사의 매니저라 소개하며 본인 회사를 한번 검색해 보실 것을 추천했다. 지역 관공서랑도 협업한다는 그 업체는 유서는 깊은지 모르겠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사무실도 홈페이지도 유투버도 낡고 살짝 기이한 분위기를 풍겨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비슷한 시간대에 운동을 하는지라 얼굴은 거의 매일 보지만 뭐 그 뒤로 접촉의 시도는 없었다.
하지만 이분 덕분에 알게 된 것은, 결정사가 횟수제와 기간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기간제라는 본 회사는 가입비가 횟수제와 비교해서 만만치 않았는데 이 정도 금액차라면 이왕이면 대기업이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3. 알고리즘의 열정적인 어필
결혼 적령기의 사람이라서 그런지 원래도 알고리즘에 결정사 광고가 왕왕 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제법 눈에 밟히는 것이었다. 그 광고들은 내가 가입한다면 가입비 얼마?라는 식으로 미끼를 던지는데 이제 내가 그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다. 아, 그런데 이게 또 마케팅 동의도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너무 귀찮은 나머지 나는 초반에 몇 항 정도를 입력하다가 끝까지 참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일 다음날 해당 프랜차이즈의 지사에서 매니저가 전화가 왔다. "어?? 저 끝까지 참여도 안 했는데요?"라는 어리둥절한 내 말에 매니저는 웃으며 본사에서" 000님에게 전화해 보라고 연락이 와서요."라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개인정보가 얼마나 헐값에 떠넘겨지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내게 회원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잘 어울릴법한 상대로 이런이런 사람이 있는데요~라고 하면서 언급을 하는데 죄다 약사 의사인 거다.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는구나 하면서도 진짜 되나? 하면서 솔깃해지는 게 사람 마음이더라.
어떻게든 한번 방문해 보라는 그녀의 말에 생각해 보겠다고 한 나는 살면서 결정사 방문도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방문을 하게 된다.
아, 근데 이게 금액이 장난이 아니다. 등급에 따라 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짜 직업이 아닌 나로서는 제값을 다 주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 거 같은데 3백 후반에서 400 후반까지 4개의 등급으로 금액이 측정되어 있었다. 서비스를 주고 어쩌고 해서 8번의 만남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계약서 상에 본래 제공하는 만남은 5회로 만남 1회당 8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비용 계산 후에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진행 않으셔도 되고 그럼 전체의 85%를 돌려준다는데 프로필 열람에만 15% 즉 60만 원 상당의 금액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또 무슨 조항을 들면서 꼬투리 잡을지 모를 이야기다.
앉아서 설명을 듣다 보니 이것이야 말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도 회당 80 나도 회당 80 그들은 중매수수료로만 160 가량의 수익을 창출하는 게 아닌가. 정말.. 괜찮은 장사수단이다 싶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다닌 대형학원의 국어 선생님이 매번 두툼한 출석부를 흔들며 "이게 내 노후 자금이다 짜식들아. 나는 은퇴하면 마담뚜 할 거야"라고 외치셨는데 아직 출석부 가지고 계신지 새로운 사업을 펼칠 생각은 없으신지 있다면 나와 함께 시작해 보자고 설득해보고 싶은 지경이었다.
16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매니저님의 말로는 나 정도 조건이면 + 지역을 떠나 서울에서 거주할 생각이 있다면 서울로 까지 확장을 해서 매치를 시켜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유복한 가정일수록 전업주부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하지 않으셔도 된다면 결혼해서 아이 낳고 예쁨 받으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살 수 있다고 이제 좀 편히 살으라는 말을 덧붙였다. (내 과거사가 그녀에게 상당히 짠한 부분도 있었던 모양이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는 나의 말에 12월이 넘기 전에 가입하셔서 12월부터 만남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게 그녀의 의견. 추석부터 12월 말까지가 결정사의 성수기인데 아마도 그 시기에 사람들이 가장 외로워서 + 명절에 너무 닦달 당해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가정을 원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출산을 원하고 그렇기 때문에 여자의 나이에 예민하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시라는 것이었다. 나도 출산을 하지 않으면 결혼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의해서는 동의하지만 나도 어리고 싱싱한 남자가 좋다 이 말이다. 각설하고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백화점 판매대에서 지금이 아니면 할인 딱지가 붙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론을 말하면 아직 가입하지는 않았다. 전화상의 상담에서 알 수 없었던 내용을 방문을 하게 되면 알 수 있을까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고, 회당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누구 말마따나 더 나이 들기 전에 들어가야 유리한? 조건을 선점할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유튜브에 조금만 찾아도 나오는 돈 버립니다 일화를 듣다 보면 괜히 돈만 버릴까 봐 겁이 난다. 일단 조금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 만약 가입하게 되면 또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