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산타가 진짜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탐욕스러운데 게을러서"
"아주 미친놈이죠"
"삐빅-정상"
"이게 진짜 비참한 부분"
"무엇이?"
"탐욕스러운 것"
"인간은 디폴트값이 탐욕스러운데 게으른 거예요"
"그렇죠..?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그래서 적게 일하고 많이 벌려다 보니 핸드폰도 생기고.. 그 외의 것들도"
"다행이에요. 로또나 당첨 제발"
"그럼요. 많이 움직이고 안 탐욕적인 애들은 매머드 사냥선에서 다 멸망했어요."
"움직이면 배 꺼져요."
"ㅇㅋㅋㅋㅋㅋ 아니"
"그런 면에서 본인은 소식좌자나"
"너무 웃겨요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탐욕스럽지도 않음"
"너무 제 스타일로 말해서, 선생님이 좋아요"
"진심 100% 괜찮아요. 충분히 열심히 사는 편"
"나의 성실함의 기준이 높다는 건 그만큼 평균 이상의 사람이라는 것"
평소처럼 서로 알고리즘에 뜬 웃긴 릴스를 공유하고 있었다. 상대가 보낸 릴스 중 마음에 드는 것엔 짧은 코멘트를 남기거나 어떨 때는 답장을 안 하기도 하는 그런 일상적인 행동. 그중에 갑자기 갑자기 묵직한 진심이 함께 던져져 왔다.
25년 11월 말, 얼마 전 수능이 끝났고 어떤 아이들을 빠른 결론이 났겠지만 아직은 자신의 순서와 운을 시험하는 아이들도 있는 시기이다.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기도 어렵고 초조하지만 말도 못 하고 괜찮은 척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을 그녀였다.
내성적이지만 친구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마냥 다 내어주는 바보도 아니지만 본인이 줄 수 있는 선에서는 내어줄 줄 아는 그런 멋진 친구다. 본인의 생각도 뚜렷하고 하지만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소리를 죽이며 울음을 삼키는, 본인의 약한 부분을 스스로 감내하려는 강한 사람이다.
그런 아이가 은연중에 비친 저 힘듦을 붙잡고 늘어트리고 싶지도 않지만 모르는 척 넘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위로를 해주자니 구구절절 긴 말을 늘여 놓는 지겨운 꼰대짓을 하게 될까 봐 가벼운 농담으로 대화를 마무리해보았다.
저런 대화 이후 우리는 다시 멋진 남자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두바이로 오라고 소개하는 남성의 릴스를 보며 어느 석유왕자의 17번째 부인이 되어서 있는지도 까먹을 만큼 존재감 없이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 대었다.
어른들은 알 것이다. 성적은, 대학은, 전공은 생각보다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물론 저 단계에서 자기 길을 찾는 사람이 소위 말해 좀 탄탄대로에다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길을 걷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사실도 잘 알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서 작은 격차로 더 좋은 루트를 선택하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엉덩이를 두드려가며 공부해라 진로를 고민해라라고 외쳐대는 것 같다.
하지만 살다 보면 또 위에 언급한 선택과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재즈락커의 꿈을 가지고 있던 학고생(학사경고생)이 학교에 돌아가 성적 우수자로 연구실까지 들어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평생 안 돌아올 거 같은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는다거나. 요리 전문대를 들어가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가 같이 요리하던 여자와 결혼하고 한우를 키우게 된 (구) 셰프. 회사원 생활을 하다 어쩌다 시작한 목공에 흥미를 느껴 목수가 되었다가 나아가서 디자인을 배워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사장님. 심지어 헬스트레이너하다가 신내림 받아서 박수무당이 된 사람도 봤다.
언급하자면 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들 살다 보니, 하다 보니 여기 이 자리에 와 있는 거다. 물론 좋은 멘토가 있고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멘토가 없다면 스스로 연구를 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내게 두 가지 다 주어지지 않은 거 같고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의 어린 사람들에게 또는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히 할 수 있는 말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글을 써 내려가는 나도 아직까지도 적성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다. 심지어 못 찾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형태가 무엇이던 현재 내 모습이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괜찮다. 해보면 된다. 하다가 아니면 안 하면 된다. 해 봤다는 것과 판단해 봤다는 사실이 남는다.
누군가 말했다. 어른이라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거 같지만 사실은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 지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이렇게 다들 어른이 되어가는 거 같다. 남들보다 빨리 부딪혀보면 좀 더 빨리 취향을 파악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의미로 부딪힘을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에서 말한 우리 애기는 사실 이미 중학생일 때 내게 큰 울림을 준 아이였다. 그녀에게 내가 배운 말을 "그럴 수 있죠"였다.
벌써 5년이나 된 그때의 나는 지금 보다 어렸고 지금까지의 인생 중에서 가장 큰 아픔을 겪고 있을 때였다.
스스로에 엄격한 타입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럴 수 없다"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실패해서는 안되고 나는 잘 살아야 하고 나는 남들보다 우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런 어리석은 내 앞에 혜성같이 등장한 저 친구는 곱실거리는 앞머리 사이로 햇살을 빛내며 씩 웃으며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럴 수 있죠"
넌 이미 나라는 사람을 구한 적이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시기에는 너의 마음이 고될 순 있지만 다 잘 될 것이다 잘 경험해 나갈 것이다.
몇 년? 몇 달만 지나도 이 대화나 이 순간은 기억도 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의 네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때는 지금은 고민도 아닐 만큼 다음 단계의 고민으로 낑낑대며 너라는 사람을 키워나가는 중 일거라 믿는다.
어른의 세계에 산타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삶의 크리스마스는 항상 빛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