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날 모르겠는데 누가 날 알겠냐
앞서서 결혼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
당시 시작 단계에는 들어야 하는 비용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지만 서비스 자체에는 만족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인맥 내에서는 쉽게 찾지 못할 거 같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해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내게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 좋은 인연을 만나서 좋은 결과로 끝맺음 하기
두 번째, 첫 번째 목표가 달성이 되지 않아도 후회 없이 결혼 활동을 마무리하기
쉽게 말해해 볼만큼 해보고 안되면 깔끔하게 받아들이자.라는 태도였다.
아직 두 달 밖에 안 해본 활동이라 이 평가와 목표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지금까지는 그렇다. 덧붙여 누군가 나에게 같은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스스로에 대해 많이 고찰해볼 기회가 되기 때문에 해보라고 권장해주고 싶다.
오늘 구구절절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나도 참 욕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근 제법 괜찮은 조건의 사람을 만났다.
부유하고, 잘 배웠으며 직업은 의사이고 키도 컸다. 더 많은 장점들이 있었으나 특정될 수 있으므로 구체화하지 않겠다.
솔직히 의사라는 직업을 싫어할 이유도 없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다. 특유의 프라이드가 너무 높은 느낌이고 그만큼 대접을 바랄 거 같아서라는 개인적인 편견 때문이었다. 주야장천 공부만 하고 여러 사회 경험은 해보지 않고 사람들을 좀 내리깔아 볼 거 같다는 성급한 오류도 있다. 왜 다들 겪어본 적 있지 않은가 다짜고짜 반말하거나 본인의 실수임에도 환자에게 비아냥대는 의사들.
어쨌든 그의 첫인상은 내 선입견에 비해 취미가 많고 다재다능하고 생각보다 대화가 즐거웠다. 무엇보다 이때까지 만남 중에서 나보다 먼저 약속시간에 나와 있는 사람이 처음이었다. (다들 아슬아슬하게 오거나 늦거나 뭐 그랬던 경험이 있어서)
첫 만남에 2번의 애프터를 합해 총 3번을 만났는데 그동안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건 그가 생각보다 더 부자라는 거? 다정한 아빠일 수 있겠다는 것.
솔직히 조건만 따져 놓고 봤을 때 그는 온전한 육각형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굳이 왜 나를 만나려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웃기게도 이 성적이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 못생긴 것도 아니고, 대화가 안 통하는 것도 아닌데 정말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안 당겼다.
스스로 결론 내린 내용은 욕심이다. 나는 그의 부가적인 조건들이 그의 지성이 욕심이 났던 거 같다.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스스로에게 납득이 갔다. 그럼에도 나에게 호감을 표현해 주는 그 사람을 보내는 게 아까워서 놓지 못하는 상태 같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 욕심을 설명해야만 했다.
편안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 평생 연기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는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만약에 일이 틀어지면 누구보다 차갑게 돌아설 것 같다는 것
돌아서게 된다면 나를 방치해 두고 외롭게 만들 거 같다는 것
그의 세상에 내가 들어오길 바라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바라지 않다는 것
지금의 이 마음으로 계속 만난다 하더라도 스킨십 할 수 없을 거라는 것
많은 걸 가지고 있어도 내게 쓰지 않을 거 같다는 것
무엇보다 환자대 의사로 만났을 때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은 아니다. 혼자 살 수 있다만 둘이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 보니 나도 참 따지는 게 많은 사람인 거 같다. 하나만 마음에 들어도 만날 수 있는 게 사람인데 하나가 맘에 안 들어서 못 만나다니 참 어렵다.
후회는 없지만 나도 참...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