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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리 Sep 19. 2022

저는 이제 '비전공자' 타이틀을 떼려 합니다.

진짜로요.

내가 국비 학원을 다니던 시절,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비전공자라서..", "비전공 자니까.."였다. 평균보다 늦은 나이에, 비전공자였던 나로서 이 말은 '진짜'기도 했고, 참 잘 먹히는 '좋은 변명거리'기도 했다.



낯선 환경과 낯선 내용들을 하루 종일 배우는 일과는 나에게 너무나 고통이었다. 수업을 들어도 모르겠고,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모르겠고, 혼자 봐도 모르겠던 나날들의 연속. 그에 반해 적응하는 것을 넘어 너무나 잘하고 있는 같은 반 동기들이 대부분 '전공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엔 확실히 '전공자'의 벽은 높게만 느껴졌고, 나도 모르게 '비전공자라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비전공자라서", "비전공 자니까" 어려워하는 나를 당연하게 생각해주고,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고 공감해줬다. 그런 공감, 위로들은 나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국비 학원을 다니던 초반에 강사님들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지금은 전공자가 유리할지 몰라도 7,8개월 차에 Spring으로 들어서면 너도나도 모르쇠가 되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전공자가 유리하지도 않고 정말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의 연속이던 나날들 중 딱 6개월째,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왔다.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떻게 코딩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최소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는 떠올릴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



방법은 비교적 진부했다. 강사님이 수업시간에 말씀하시는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타이핑하여 기록하고,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야자시간에 2번이고, 3번이고 반복했다. 이해가 안 가면 흐름을 먼저 외우고, 배운 내용을 실습(을 가장한 통으로 외우기) 한 후에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들을 검색하고, 주변에 물어봐서 채워 넣었다. 그렇게 점점 통통한 지식이 쌓여갔다. 나에게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 덕분에 내 자신감은 많이 올랐다. 워낙 바닥에 가까운 자신감이었던 터라 올라봤자 남들보다 낮은 자신감이었지만 그래도 작은 용기와 재미가 생겼다.



그런데 주니어 개발자로 막 첫 발을 내디딘 지금, 어린아이가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 듯 약간의 두려움을 안은 채 '비전공자' 딱지를 떼려 한다. 나에게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은 물론이고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이제 나는 흔하디 흔한 주니어 개발자 중 한 명이고 더 노력할 것이며, 더 발전할 것이다. 그것 만이 '유(有) 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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