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주니어 개발자의 야근에 대한 고찰
개발자가 된 후, 최근 7개월간 장기간의 야근하게 되었다. 매일 같이 밤을 새우는 삶도 아니었고 야근을 해서 쓰러지는 정도도 아니었지만 7개월 간 야근이 잦았던 것은 사실이고, 지속적인 야근을 하다 보니 드는 생각들이 많아져 오늘은 '야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신체적인 측면에서는 ‘정말로’ 해롭다고 느껴진다. 야근을 하기 전에도 그리 몸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야근을 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1년 전 건강검진 결과보다 나빠진 것들이 많았고 그냥 내 몸이 느낀다. 몸이 안 좋구나, 피곤하구나. 나는 원체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성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밤을 새운 것처럼 몽롱한 기분이 든 나날들이 꽤나 길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여전히 해롭다고 느낀다. 야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이미 늦은 저녁이라 집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잠자는 것뿐이었고 한마디로 ‘저녁 없는 삶’이 이어지니 ’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가 ‘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 파워 J‘인 사람인데, 내 하루는 ’ 업무‘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침, 저녁에 내가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루틴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 야근을 하니 몸이 힘들고 몸이 힘드니 내 계획들을 할 수가 없어졌다. ’ 파워 J‘인 내가 정해진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정해진 내 계획을 달성했을 때의 소소한 성취감들도 느낄 수가 없으니 정신적으로도 해로웠다고 느껴진다. 거기다가 사람이 진짜 ‘뾰죡뾰족’해진다.
그럼 야근을 통해서 ’ 얻는 것‘은 하나도 없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개발자로서 나는 작년 한 해보다 올 6개월 동안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했다.
그렇지만! 사실 그것 또한 ’ 개발자로서의 실력 향상‘이라 보기 어려운 게, 회사의 업무를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이지, 내가 정말 개발자로서의 역량이 향상됐다고 단언하긴 힘들다는 거다. 그 말은 즉슨, 회사 일을 잘함!= 개발자자로서 실력이 뛰어나다 란 소리. 그래서, 그것을 야근의 장점이라 말하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야근’ 하니까…그런 생각이 든다. ‘야근의 이유‘가 올바르다면(?) ‘야근’도 긍정적일 수 있을까.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경우, 인력에 비해 업무량이 방대했고, 인력당 바라는 능력치만큼 업무를 못하니 다른 사람들이 그 업무를 충원해야 했다. 그 상황에서 업무는 점점 늘어만 갔고….
그런데 ‘야근’을 하는 이유가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에서 함께 즐겁게 개발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습니다.” 라면 좀 다를까. 다르긴 다를 것이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야근할 만큼 개발이 좋은 거니까, 그런 환경인 거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신체적 무리가 올 것이고 결국 그것도 좋은 ‘야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 나은 ’ 야근’이 될 뿐. 게다가 개인이 “난 일이 좋아서 야근을 해”라는 생각이라도 그 사람 하나가 팀 또는 회사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그 또한 ’ 좋은 야근‘이라 할 수 없다. 왜 예전에 한국인이 유럽의 한 나라에서 야근을 하니까 오히려 뭐라고 했다는 썰도 있지 않는가.
글쎄. 야근을 많이 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여전히 나는 일이 많고, 스트레스받지만 그래도 야근은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야근은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