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뚜아니 Feb 18. 2021

#9 마트 구경의 꽃은 시식이쥬.

많이 먹으면 탈나요.

나는 마트 구경하러 가는 걸 좋아한다.

마트 구경의 꽃은 시식이다.

배는 채우지 말자, 단지 에피타이저 까지다.


‘이거 한번 맛보세요’, ‘오늘 특가 세일입니다’, ‘하나 사면 하나 더 드려요’라고 들려오는 소리에 내 발걸음이 멈춘다. 한번 먹어볼까 생각하는 찰나, 손은 늘 빠르다. 이미 이쑤시개를 집고 있다. 하나 먹어보고 맛있다. 속으로 하나 더 먹고 싶은데  고민을 한다.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는데 하고 연기를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하나를 더 먹는다.


시식제품마다 난이도가 있다. 만두, 치킨너겟, 라면 간편식품의 시식은 경쟁이 어렵지 않다. 예전에는 통째로 하나씩 시식을 줬는데 요즘은 3등분해서 한 조각씩 제공을 한다. 사실 3분의 1조각 먹으면 맛봐도 잘 모르겠다. 크게 크게 하나 통째로 주면 궁상을 부리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인간은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 먹으면 또 하나 먹고 싶고 나도 그런 사람일지 모른다.


시식 최고 난이도는 아마도 고기 구이가 아닌가 싶다. 정육코너 앞에 철판에 ‘치익’ 소리를 내면서 직원분이 굽기 시작하면, 철판 주위로 일대가 마비가 된다. 한 조각 먹으려고 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린다. 소금, 후추 뿌리기전에 이미 손이 나가는 분들때문에 굽는 직원분들이 목소리가 크다. ‘잠시만요’, ‘줄을 서시오’ 라고 말이다. 


예전 드라마 허준의 유행어인 ‘줄을 서시오’가 떠오른다. 가끔씩 가족들 먹인다고 자기 하나, 남편 하나, 얘기 하나 3개씩 집어가는 분이 있는데 얄밉다. 그 분들 덕에 내 앞에서 고기가 끝나면 나는 어떡하라고, 다시 기다려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가족 다 같이 줄 섰으면 좋겠다.


판매하는 직원분이 ‘어때요? 맛있죠?’ 하고 말하지만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또 연기를 한다. 소정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늘 하는 멘트가 있다. ‘저것도 한번 먹어보고 올게요’, ‘너무 비싸네’ 등의 핑계를 대면서 직원 눈도 안 마주치고 카트를 밀고 나간다. 때로는 시식제품을 집고 바로 자리를 뜬다. 열심히 판매행사를 하시는데 구매를 안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판매직원분이 회심의 멘트를 던지신다. 다시는 없을 기회다, 서비스로 증정품 하나 더 준다고 나를 유혹한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자와 자리를 벗어나려는 자와의 밀당이 벌어진다. 이미 냉장고와 냉동고에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만두, 치킨너겟 등이 한자리 꿰차고 있다. 간혹 정에 이끌려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구매하기 전까지는 시식도 과감하지 않은데, 사기로 하고 카트에 물건을 담으면 그때부터는 시식을 마음껏 한다. 하나 집을 거 두 개씩 집어서 먹는다. 당당하게 눈치보지 않고 말이다. 조금 궁상스럽다. 이 정도는 귀여운 궁상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본 최악의 궁상은 다음과 같다. 시식도 많이 하고 판매사원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카트에 담는다. 배도 채우고 카트도 채우고 계산대로 가기 전 안 산다고 계산 제외에 떡 하니 놓고 사라진다. 시식을 위해서 마트를 방문하다니 얌체, 아니 이 정도면 진상에 가깝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궁상은 진상, 밉상이다.


시식은 적당히 하는게 좋지 않을까.

너무 많이 먹으면 저녁밥맛 떨어지니까 말이다.

이전 08화 #8 환승하면 기분이 조크든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