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뚜아니 Mar 04. 2021

#18 로또르르르륵...눙물이 난다.

언제 1등 당첨 되려나.

길을 가다 땅에 떨어진 로또 한장이 내 발걸음을 잡는다.

'누가 실수로 떨어뜨린건 아닐까?’, ‘확인해볼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쭈구려 앉아 qr코드를 확인해본다.

결과 확인하기 직전의 그 짜릿함.

혹시는 역시.

결과는 낙첨.

‘그럼 그렇지 누가 확인도 안해보고 버렸겠어?’

로또르르르륵...눙물이 난다.


어릴적 일요일 점심때쯤에 주택복권 당첨방송을 즐겨보았다. ‘쏘세요’ 하고 mc분이 말하면 화살을 발사하고 각 조마다 화살이 꽂힌 돌림판 번호가 보여진다. 1등 '축하합니다' 인사와 함께 방송이 끝이난다. 나중에 크면 나도 꼭 복권 사서 주택사야지 했던 꼬맹이가 벌써 커서 매주 복권을 사고 매주 실망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도 구매할수 있어서 편하게 구매를 한다.


구매하는 시간은 항상 월요일 출근해서 바로 산다. 그래야지 일주일을 희망찬 마음으로 보낼수가 있다.혹여나 당첨되면 바로 사표를 던지고 이 회사를 나가야지 하면서 말이다. 늘 그렇게 희망회로를 가동시키시지만 현실은 낙첨이다. 매주 복권을 사는것도 10여년이 다되어간다. 그간 소소하게 5등만 몇번되고 말았다. 5천원짜리 로또 사고 5등이면 그야말로 본전이다. 언제쯤 1등에 당첨될런지 이번주도 복권을 샀다.


왜 돌아가신 우리 조상님들은 꿈에서 6자리 번호를 안 불러주시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꿈에서는 돼지도 안나오고 용도 안나오고 강아지들만 나온다. 간혹 좋은 꿈을 꾸었다고 생각해서 복권을 사도 결과가 낙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시 강아지꿈이었나보다.


요즘은 1등이 되도 예전만큼이나 대박이 아니다. 서울의 30평대 아파트 한채도 못사는 당첨금이다. 그래서 사실 1등 당첨이 되도, 멋있고 쿨하게 사표를 던질수가 없다. 그저 마음 한켠에 여유라는 방이 하나 생기는 정도라고 표현하고 싶다. 직장에서 상사가 뭐라뭐라 해도 속으로 ‘실컷 떠들어라, 나는 로또 1등 당첨자다’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뒤돌아 당첨금이 들어있는 통잔잔고를 보면 세상이 조금은 아름다워 보일지 싶다.


월급쟁이 직장인으로서, 늘 돈에대한 갈망이 크다. 사실 직장생활로 평생 먹고 살만큼의 큰 돈을 만지기는 어렵고 다른 투자를 해보자니 막막하다. 그래서인지 삶이 더 퍽퍽하게 느껴진다. 돈이 최고다 라고 100프로 머리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가슴은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로또를 사고 1등이 되면 어떻게 지낼지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하루를 버틴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것이 돈이라고 한다. 

돈만 쫓으면 삶이 너무 퍽퍽하다. 

그래도 돈없이 퍽퍽한 것보다는 돈 많고 퍽퍽한 삶이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미 인터넷에 퍼진 1등 당첨금 수령기는 하도 많이 봐서 외울 정도다.

오늘도 한번 더 읽고 대리만족을 해야겠다.

이전 17화 #17 구멍 난 장갑을 꿰매서 다시 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