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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Oct 07. 2020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취직 준비는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집중하는 시간이다 

취직 준비의 목적은 취직이 분명하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입사뿐일 것 같지만, 나는 매번 과정 속에서 그보다 더 큰 숲을 얻는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만들다 보면 '내가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지?', '이 활동을 하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성과로 가져왔지?' 과거를 수십 번 되짚는다. 포트폴리오를 만든 횟수만 해도 지금까지 열 번을 가뿐하게 넘겼지만 만들 때마다 여전히 새로운 과거의 산물이 나온다. 심봤다! 얼른 키보드 위에 손을 얹어 포트폴리오로 그 산물을 공유한다. 

포트폴리오는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라면,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타인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이 직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떤 동료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대체로 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이 주어지는 만큼 바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빠르게 장기 기억 저장소를 뒤져보고 몇 가지 과거를 꺼내 결론을 내린다.

이런 과정 끝에 최종 합격이라는 연락 한 통이 온다. 합격 연락은 그 연락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에 비하면 극히 짧은 시간이다. 취직 준비는 결국 나에게 끊임없이 집중하고 질문하는 시간인 셈이다.


최근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여러 면접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중에서 두 가지 면접 질문이 아직도 인상적이다.

이 커리어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두 질문의 직역은 다르지만 사실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선에 있는 두 가지 질문일 뿐이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시작과 끝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어느 면접에서나 으레 던지는 질문이지만 항상 곱씹게 되는 질문이다. 나는 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시작했고 놓지 않으며 무엇을 위해 매일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대학에 입학한 직후 1년 동안 방황했다. 요즘 대학의 목표는 학생을 취직시켜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기에 서비스직 위주로 교육 커리큘럼이 진행됐다. 신어본 적도 없는 검정 구두를 신고 머리는 망을 씌우고 평소에 웃는 것보다 더 예쁘게 웃으려 노력하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무의미해 보였다. 서비스직으로 취직할 생각도 없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1학년 2학기에 관광마케팅 수업을 듣게 됐고 그 수업이 시작이었다. 사례 위주로 배우는 마케팅은 노력하지 않아도 빠져들게 했다. '와 이런 아이디어는 어떤 직원이 내는 걸까?', '맞아 나도 이 광고 봤어!' 관심을 갖다 보니 성적도 다른 과목에 비해 잘 나왔고 결정적으로 마케팅으로 진로를 확정한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현서는 글을 잘 쓰네. 본인 의견을 서론 본론 결론에 맞춰 정리를 잘했어. 아이디어도 좋은 편이고. 마케팅 쪽으로도 취업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학교에서 내가 가장 기분 좋아했던 순간이 분명하다.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고 칭찬받는 일은 언제나 최고일 테니. 그때부터 각종 대학생 서포터스를 하며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했고 자연스레 광고회사 콘텐츠 마케터가 되었다. 소속은 그 뒤로 바뀌었지만 직업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었다.

분명 힘들었다. 지금도 그 빈도가 적어졌을 뿐이지 성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으면 속상하고 소재가 떠오르지 않으면 답답하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모든 행위는 결코 단순하지 않아서 최종 발행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힘들다면서 왜 계속 업을 바꾸지 않냐고 묻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이 직업 아니면 하고 싶은 직업이 딱히 없다. 힘든 만큼 나를 배신하지 않는 직업이다. 콘텐츠는 형태만 다를 뿐 반드시 눈에 보인다. 그것이 카드뉴스일 수도 있고 글일 수도 있고 영상일 수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내가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집중하고 정성을 다할수록 콘텐츠의 결과가 좋다. 하기 싫다고 설렁설렁하면 잘 나와야 평균이다. 딱 하는 만큼 나오는 셈이다. 마치 다이어트 같달까. 

특히 어떤 브랜드와 협업해서 콘텐츠를 만들 때는 보람찬 정도가 깊어진다. 브랜드의 이미지나 소비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과정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SNS나 블로그, 홈페이지, 앱, 유튜브 등에 내가 쓰고 디자인한 결과물이 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그리고 이어 밀려오는 막중한 책임감. 그 마음 때문에 밤늦게까지 키보드를 두드린다. 


콘텐츠라는 것 자체가 워낙 흐름이 빠르기에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있을 수 없어 생각이 많았다. 이 선택이 옳은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는지 답도 없는 것 같은 고민의 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계단이라도 더 오르려 노력했다. 지금까지도 쌓고 있는 대외활동이 증거가 되어주고 있고 5년 정도 운영한 개인 블로그가 말해주고 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속 배워야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자리를 옮기면서 성장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면접 자리에서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물으면 항상 이런 의미를 담아 답한다.

'저를 부지런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하는 고마운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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