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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Oct 23. 2021

나의 이십 대를 키운 것은 열등감이다

올해는 이십 대동안 꾸준히 쌓고 붙잡은 것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간간히 성과가 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어쩌면 아홉수라 어려운 순간이 길어져 '도움을 받는다'는 기분을 더 진하게 느끼고 있다. 몇 분이 내가 찍은 사진을 구입했고,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나 브런치 글이 자주 올라갔으며, 나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만큼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가보지 못한 지역을 돈을 들이지 않고 여러 곳 갈 수 있었고 혼자서는 사 먹지 않고 머물지 않는 음식과 숙박을 제공받았다. 용돈 정도는 할 수 있는 돈이 들어왔고 그 돈은 가늘지만 분명한 파이프라인이 되었다.  

무형의 도움도 받았다. 기특하다 대단하다는 쑥스러운 칭찬을 듣기도 했고 내가 쓰고 찍은 블로그 글과 유튜브 영상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뿌듯한 댓글들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모두 시작하고 계속 이어온 덕분이었다.

올해 받은 것들의 시작은 모두 자처한 것들이었다.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것도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여행을 주제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누가 시키지 않았고 그만두어도 뭐라 할 사람은 과거에도 지금도 아무도 없다. 굳이 충혈된 눈을 새벽까지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됐고, 하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며 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

올해 면접을 볼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들 한결같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하는 일이 굉장히 많네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일찍이 알고 있다. 구구절절 말할 수 있지만 짧고 간결하게 답만 말하면 딱 이렇다.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싶어서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던 때가 있다. 이십 대 후반에 와서 되돌아보면 스무 살부터 스물한 살의 나는 나 자신을 상대방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낮췄던 것 같다. 작은 동네에서 학교-학원-집만을 오가며 나와 결이 맞는 친구 몇 명이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간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도 발을 내딛기 시작할 때부터 내 마음의 키는 작아졌다. 대학교 OT를 가는 버스 안에서 봤던 명품 백을 맨 동기, 대기업에서 주관하는 대외활동에서 만난 학벌 좋고 능력 있는 사람들, 백화점에서 옷을 거침없이 구입하던 친구, 리더십이 넘치던 약대 다니는 교회 오빠 등을 보며 '나는 왜 할 줄 아는 것이 없지', '나는 왜 이것도 못 하지', '나는 왜 저런 거 못 사지?' 주눅이 들었다. 순간순간 소심해지고 남에게 나를 당당하게 소개하지 못했다.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 모든 행동에 전제로 깔려 있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매사에 긴장을 많이 했다. 대부분이 긴장하는 발표를 하는 순간을 제외하더라도 나를 소개하는 캐주얼한 자리나 회사 미팅 등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는 자리에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형편없는 실력과 겉모습을 보이는 것이 창피했다.

'분명 내가 말을 하면 참 말 못 한다고 생각하겠지'

'멍청하다고 생각하겠지'

'일 못 한다고 생각할 거야'

불안함에 떠는 얇은 마음을 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혼이 나면 며칠간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내가 잠을 잘 자든 못 자든 하루는 계속 주어졌고 결국 이겨내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결론에 다 달았다. 피할 수 없는 부분임을 스물두 살쯤 인정했던 것 같다.

그렇게 더 나은 나를 위해 시작했다. 주제를 명확하게 잡고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카메라를 구입해서 사진을 자주 찍으러 다니고, 포토샵을 독학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등 이곳저곳에 씨앗을 심었다. 그게 나무가 되더니 이십 대 중반을 넘기자 가지를 뻗었다. 사진을 보정하는 데에 라이트룸을 쓰는 것이 더 전문적인 것을 알게 되어 라이트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사진 계정을 만들어 편집한 결과물들을 누적했다. 블로그 콘텐츠도 여러 템플릿과 글의 성격을 고민하고 보완했다. 그 결과 네이버 이달의 블로그에 선정되었고 방문자 수도 계속해서 한계라고 생각했던 숫자를 호기롭게 뚫고 올라갔다. 무엇보다 내가 쓴 글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는 댓글을 받는 순간이 늘었다.

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이 못해도 최소한 백 번은 넘을 거다.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할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놓지 못한 것은 '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 때문에 놓지 못했다. 하고 있는 것들을 놓는 순간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금 이룬 것들의 원동력은 열등감이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그 사람을 두고 나를 비교하는 그릇된 시선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린 마음이지만, 신기하게도 덕분에 당당해지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그 어린 마음도 사라졌다. 오히려 너무 자기애가 강해져서 문제라면 문제지.

혹시 스무 살의 나처럼 자신이 부족해 보이고 참 작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현실적인 해결책을 듣고자 한다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라고 하고 싶다. 당장 백점을 맞을 필요도 없고 최선까지도 필요 없다. 그저 묵묵히 잊지 않고 매일같이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눅 든 구간을 벗어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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