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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Sep 29. 2021

20대 때 이건 하길 정말 잘했지

되돌아보니 좋은 씨앗이었던 다섯 가지

서른 살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더 생각나는 시간들이 있다. 그 시간들이 이십 대 동안의 나를 때로는 먹여 살렸고 때로는 선방하게 하는 운을 주었다. 취업부터 인생의 터닝포인트까지 여러 방면으로 '심길 잘했다'싶은 것들이다. 이는 주로 이십 대 초중반에 시작한 것들인데 알맹이로 구분하자면 다섯 가지가 된다.

혹시 이십 대를 지내고 있거나 이제 시작하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이 다섯 가지는 중 하나라도 꼭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에 추천해 보기로 한다.


대외활동

대외활동은 대학교 외에서 할 수 있는 서포터즈/기자단 등의 활동을 말한다.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기자단이나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서포터즈, 마케터 활동 등이 모두 대외활동에 속한다. 물론 이런 활동들을 대학생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이 활동을 계속해 온 사람으로서 직장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 대상으로 모집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도 모집 시 경력을 보는 경우가 많아 대학생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더 낫다.

대외활동을 시작했던 초반에는 오프라인 모임만 가면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필자는 1학년 때부터 대외활동을 시작해서 항상 막내인 경우가 많았는데 2/3/4학년 선배들을 보면 진짜 어마어마한 능력자들이었다. PPT 제작 능력이나 발표 실력은 기본이다. 전공과 별개로 포토샵과 영상 편집을 이미 할 줄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고(심지어 그때는 유튜브가 유행도 아니었는데) 토론할 때도 말을 어찌나 논리적으로 잘하던지. 다들 어디서 다 배우고 공부했나 싶더라. 주변에 대외활동을 했던 친구들이 없었기에 더 새로운 세상이었고  누가 뒤에서 뒤통수를 팍- 친 느낌이었다. 내가 얼마나 작은 사람이고 공부할게 많은 사람인지 알 게 해 준 순간들이었다.

그때부터 혼자 보는 것처럼 운영하던 블로그를 각 잡고 운영하기 시작했고 포토샵과 PPT로 다양한 문서 템플릿을 만드는 기술을 독학했다. 카메라를 구입해서 사진을 찍으러 다닌 것도 그쯤부터다. 덕분에 생각도 안 하고 살았던 포토샵/프리미어프로/라이트룸 스킬을 갖추게 되었고, 블로그도 성장해 수익 창출과 퍼스널 브랜딩 측면에서도 쏠쏠하게 도움이 되고 있다. 첫 직장 최종 합격의 이유도 블로그 운영과 대외활동 덕분이었다.

확신하건대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지금과 동일한 이십 대를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훨씬 작은 내가 되어있음이 분명하다.

처음부터 대기업 활동을 노릴 필요도 없다. 대외활동은 결과보다 과정이다. 활동마다 다르지만 크게 경쟁 PT/기획안 제안서 등의 PPT 제작/워크샵/영상 촬영/프로젝트 기획 및 진행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중 무엇을 경험하던 완벽성과 별개로 '해 봤다'는 것 자체가 어떤 직종으로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든 이십 대 시절에 큰 씨앗이 되어 줄 것이다.


나만의 채널

필자는 블로그를 주축으로 시작했지만,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 브런치 등 무엇이라도 좋다. 나만의 채널을 하나 정해 꾸준히 운영해 보기를 추천한다. 꼭 마케팅이나 채널 운영이 들어가는 직업을 희망하지 않더라도 그 채널이 어느 방면에서 도움이 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나 역시 단순히 마케터로서의 취업면에서만 도움을 받지 않았다. 단순하게는 여행 혹은 맛집/전시/카페 등을 공짜로 가는 기회들이 생긴 덕분에 돈을 더 저축할 수 있게 되는 것부터, 나를 세상에 알리는 퍼스널 브랜딩의 기회,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끌고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 이십 대의 나를 기록하는 일기장 등 작고 큰 무언가를 계속해서 거두어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선물들이 찾아올지 모른다.

채널 운영은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든 최적화를 하거나 기본적인 영향력을 갖추기까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 때문에 가급적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고 취업 전이라면 스펙이 될지도 모르니 더 타이밍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나만의 생각과 결과물을 채널에 꾸준히 담아보자.


저축 경험

청약 통장 적금 등 무엇이라도 좋다. 목표를 향해 돈을 모으고 아끼는 경험을 해보자. 재테크 측면에서 종잣돈을 위해 추천하는 분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경험은 목표를 향한 추진력에 큰 도움을 주었다.

목표도 별게 아니었다. 일본 여행 경비를 모으려고, 내일로 기차여행을 일주일간 다녀오려고, 카메라를 사고 싶어서 등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법한 아주 평이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평이한 목표가 그 나이의 나에게는 이것만 이루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은 버킷리스트여서 편의점도 덜 가게 하고 예쁜 쓰레기 같은 문구류도 덜 사게 했다. 덕분에 매번 몇 달 혹은 일 년간의 저축으로 목표를 이뤘다.

여기서부터가 추천 포인트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기쁨은 또 다른 도전을 부른다. 조금 더 큰 금액에 도전하게 한다. 몇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 수준으로 목표의 몸집을 불려  나중에는 당장 쓸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적금 통장을 찾아 나섰고 괜찮은 이율의 통장을 발견하면 무리해서라도 돈을 모았다. 저축하는 행위가 습관이 된 것이다. 만기 되면 다른 통장에 저축. 또 만기 되면 다른 적금에 다시 저축.

습관이 되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늘려나가면 못 할 것이 없어 보였다. 이는 긍정적으로 앞을 내다보는 마음을 주었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행동하게 하는 묵묵한 추진력을 주었다. 좋은 경험은 더 나은 나를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 것이 저축 경험이다.

얼마의 돈을 모으던지 모은 돈을 쓰던지 말던지는 상관없다. 목표치까지 끝내 걸어왔다는 뿌듯함을 꼭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혼자 해외여행하기

가족여행을 많이 했던 가정환경 덕분에 자연스레 이십 대 초반에도 여행에 대한 욕구가 컸다. 가고 싶은 곳이 많았고 더 알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국내를 뽈뽈 돌아다녔지만 너머의 세상이 궁금했고 덜컥 일본 오사카행  항공권을 결제해 첫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앞뒤 쟤지 않고 단 몇 분만에 결정한 여행이었다. 아무리 한국인이 많이 가는 곳이라지만 해외라고는 태국 패키지여행 한 번 가 본 학생한테는 꽤 비장한 여행이었다. 여권 잃어버릴라 오 분 십 분 간격으로 가방을 들춰봤고 주문하고 계산하는 과정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럼에도 감동적이었다. 수포자인 내가 혼자 단위도 익숙지 않은 돈으로 계산을 하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고 칠면조 닭다리를 들고 다니며 혼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활보하고 다니고 시외를 나가보는 순간 하나하나가 나를 더 큰 세상으로 데려다 놓는 것 같았다. 전망대에서 오사카의 야경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껏 작은 세상에 머물러있었구나. 이렇게 새로운 세상이 넘쳐났는데.'

그 뒤로 싱가포르, 체코, 헝가리를 혼자 다녀왔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미국도 다녀왔을 거다. 오사카를 다녀온 이후로  세계여행이라는 목표도 세워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백날 사진과 영상으로 해외를 들여다 보아도 그건 예고편만도 못하다. 실제로 내가 그곳에 발을 딛는 경험을 그나마 시간적 자유가 있을 때 해 봤으면 좋겠다. 이십 대 후반만 되어도 쉽지 않다. 온갖 핑계와 점점 커지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나도 믿지 않았지만 정말 그렇더라.


일기 쓰기

모두가 새해마다 재도전하는 것 같지만 헬스장을 다니는 것만큼이다 중도 하차가 많은 것이 일기 쓰기다. 어려운 것을 알지만 그래도 작심삼일 후 다시 작심삼일을 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학창 시절 때부터 노트에 무언가를 쓰는 것을 좋아해 쉽게 일기 쓰는 습관을 들였다. 왜 그런 학생 있지 않는가. 필기에만 공들이고 공부는 안 하는 학생. 그게 바로 접니다만.

일기를 쓰면서 지난 일기를 다시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기 쓰기가  이십 대의 좋은 씨앗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나를 향한 시간을 매일 가진다는 점에서다. 그 시간의 길이나 쓰는 문장의 길이는 중요치 않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기록해도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도 다 좋다. 단 세줄만 적더라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포인트다. 일기 쓰기는 어쩌면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수단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쓰는 시간은 매번 5~10분에 불과했지만 쌓이니 이것저것 받게 되더라. 불행한 일 투성이었다고 생각했던 하루였는데 막상 적어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불행하지도 않았고, 우울한 마음을 쏟아내니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것처럼 시원했다. 행복하고 뿌듯한 일은 박제하면서 또 한 번 웃을 수 있었다. 

매일 저녁, 책상 위에서 혼자 사부작대며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는 시간은 몇 년이 지나도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최소한의 글쓰기 연습이다. 글을 잘 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다작이다. 자주 오래 써야 한다. 딱히 글 쓰는 직업도 아닌데 굳이 연습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글을 쓰는 기술은 단순히 작가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말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과 대화하고 작고 크게 글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나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나 의견을 전하는 행위까지 모두 문장이 기본이다. 본인이 말해놓고도 횡설수설 뭔 말인지 모르겠다면 글로 써도 비슷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추천을 하면서도 정작 당시에는 이게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느껴지는 한계를 깨겠다는 의지는 있었어도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갖기에는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은 곧 이십 대가 되거나 이십 대를 보내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썼지만, 그저 현재에 충실했던 이십 대의 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 더 생생하게 영상으로 담은 '20대 때 잘한 일'은 아래 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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