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벅이는 윤슬 Nov 13. 2021

얼떨결에 퍼스널브랜딩으로 채운 이십 대

묵묵히 하길 참 잘했다

SNS, 블로그 등 여러 개인 채널로 채운 이십대다. 매일같이 무언가를 쓰고 만들고 올린 시간들을 빼고 이십 대를 설명하기란 난이도가 최상이다. 운영한 모든 채널들은 마음이 가난한 시기에 유일하게 자존감을 채워주었고, 때로는 특권을 주기도 했으며, 나갈 돈을 아껴주기도, 아끼는 지인들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덕분에 계란 한 판을 크고 묵직한 계란들로만 채울 수 있었다. 그만큼 최근 십 년을 대표한다고 칭할만한 채널들이기에 한 번쯤은 이렇게 회고하고 싶었다.




여행

이십 대 동안 운영한 모든 채널의 시작점에는 다음 세 가지 키워드 중 하나 이상이 반드시 포함된다.

1)여행

2)글

3)사진

그중에서도 '여행'은 최상위에 있는 관심사다. 인생의 목표가 여행인 만큼 즐기면서 오래 가져갈 수 있는 주제다. 자주 떠나니 소재도 끊이질 않는다. 좋아서 다녀왔고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정리한 것일 뿐인데 그게 콘텐츠가 되니 장벽도 높지 않다. 접근하기 좋으니 이 채널 저 채널에 즐겁게 뿌렸다.


블로그
누가봐도 밖수니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오래 기억하기 위해' 운영했던 블로그였으나, 남긴 글을 본 사람들이 '정보가 도움됐어요'라는 댓글을 달면서 판이 커졌다.

'여행 정보를 더 자세하게 올려보자!'

욕심이 생겼다.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알려면 뭐라 검색하는지 검색어를 알아야 한다. 자연스레 검색 키워드를 챙기면서 콘텐츠별 조회수가 올라가고 상위 노출이 빈번해졌다.

정보로 꽉꽉 채운 콘텐츠가 누적되면서 파워블로거 대체로 생겨난 이달의 블로그-국내여행 부문에 선정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아주 가끔 '파워블로거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볼 때가 있었는데 그 기분을 실제로 경험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발표난 직후부터 일주일간은 계속 혼자 감동했던 것 같다. 그 일이 있고 몇 년 뒤, 네이버가 인플루언서 검색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바로 그 라인업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현재까지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고, 블로그는 여러 채널 중 가장 수익이 많이 발생되는 채널이 되었다. 현재 누리고 있는 여러 혜택과 기분 좋아지는 숫자들을 보면 '오래 기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채널'이라고 소개하기 좀 애매해졌지만, 이 채널의 본질은 여전하다.


유튜브
알다가도 모르겠는 유튜브의 세계

프리미어프로를 공부하면서 어딘가에 써야 안 까먹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유튜브다. 역시 여행을 메인 주제로 가져가면서 최근 그 범위를 확장해 '경험'이라는 큰 틀에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과장 조금 보태면 만든 사람만 보는 것 같았다.

'그냥 어릴 적 아빠가 자주 찍어주셨던 비디오카메라라고 생각하고 나를 남겨놓을 겸 만드는 거지 뭐' 생각했는데, '체코-헝가리 야간열차' 영상이 검색 상위 노출로 조회수가 급상승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이 영상에 반영된 걸까. 이후에도 '부산 혼캉스', '템플스테이 Q&A' 영상이 잇따라 조회수가 평균 이상으로 나와 이제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말해도 괜찮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진짜서울

'이런 사이트가 있다니!' 여행 과정에서든 일상 속에서든 맛집이나 카페를 미리 알아보고 찾아다니는 취향을 갖고 있어 더 반가웠던 '진짜서울'이다. 장소를 검색한 뒤 나만의 구분과 의견을 넣어 저장하면 테마지도 완성! 지속적으로 누적할 수 있고 수정도 가능하다. 어차피 블로그에 카페 포스팅을 올리고 있어 큐레이션 하는 게 어렵지도 않아 운영하고 있다.


논커피 맛집인 카페들을 모으고 있어요



722명의 구독자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카카오브런치

카카오브런치는 내면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갈증과 장문을 자주 써 봐야 한다는 생각이 합쳐진 결과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기는 했지만, 블로그는 이미 주제가 명확하고 정보성 채널에 가까워 쓰고 싶은 글과는 결이 달랐다. 이후 두 번 정도 탈락 후 2019년 카카오브런치 작가가 됐다.

브런치작가 통과한 날 블로그에 쓴 글

이후 약 2년간 159편의 글을 썼다. 브런치를 글쓰기 실력이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기분들을 글로 써 보려고 노력한 시간들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뭔지 모르겠는 기분이 글자가 되는 순간 답답함과 막막함이 풀어진다. 한때 방송작가를 꿈꿨던 만큼 글쓰기를 본래도 좋아했지만 카카오브런치를 통해 더 가까워졌다.

장문을 쓰는 것은 제대로 엉켜버린 목걸이 같아서 푸는 데에 시간이 많이 든다. 그만큼 쓰기 싫은 때도 많았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주말에 이걸 쓰고 있기에는 시간 아까워서 보고 싶은 영상이 있어서 등 핑계는 어찌나 많던지. 그럼에도 마지못해 앉아서 날을 잡고 썼다. 이미 경험해봐서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쓰지 않으면 점점 더 이 채널에 해이해질 거라는 것을. 처음에는 '이번만'이지만 그 처음이 다음의 '이번만'을 앞당긴다. 그렇게 쓴 시간들 덕분에 카카오브런치&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성과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722명의 구독자분들도 마찬가지다. 안 썼다면 지금에 닿지 않았을 거다.


전자책

블로그 운영 노하우는 언젠가 꼭 풀고 싶은 정보였다. 십 년 동안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면서 상위 노출 꿀팁과 기업들이 좋아할 콘텐츠 만드는 방법 등 경험자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생겼다. 혼자만 알기에는 많이 아까웠다. 어느 분야든 십 년 동안 파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나름 전문가인데 전자책 하나쯤은 내도 되지 않을까-싶어 크몽을 활용해 전자책에 수익형 블로그 운영 정보를 담았다. 서점에서 블로그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서 더 넣을 것은 없는지 내 정보가 얼마나 희소성이 있는지 파악하며 쓴 내용이다.

이는 번외로 책을 쓰고 싶은 머나먼 목표를 조금이나마 맛 본 경험이기도 하다.

 

전자책 자세히 보러가기▶ https://kmong.com/money-plus/gig/336858  



사진


인스타그램

본래 일상 계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사진들만 수집하듯이 모아두고자 또 하나의 계정을 만들었다. 계정을 만들 당시, 이미 운영하는 채널이 많아 '더 이상은 늘리지 말자' 다짐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그른 것일까. 다녀온 여행 지역은 상단 하이라이트로 고정해놓고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 중 유독 마음이 가는 사진들을 올리고 있다. 계정을 2017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피드를 보다 보면 사진을 찍을 때의 구도나 편집 능력이 많이 늘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정말 못 봐주겠다.

사진을 매일같이 올린 것 외에는 딱히 노력한 게 없는 딱 '아카이빙' 계정인데 이번 가을에 다녀와서 올린 간월재 억새 사진이 한국관광공사 공식 인스타그램 선정 10월 베스트픽에 올랐다. 뭐든지 꾸준히 그리고 즐기면서 하다 보면 뭐라도 얻는다는 것은 진리다.

간월재 여러 모로 참 잘 다녀왔네요!


그라폴리오

올해는 모 여행사 서포터즈도 합격하고 팸투어도 다녀오고 사진 작품 자체를 판매해 수익이 발생하는 등 사진으로 얻은 것이 많은 해다. 지인들로부터 사진으로 무언가 해보라는 조언 간간히 들었다. 스스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볼 때도 몇 년 전보다 라이트룸을 활용한 편집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판단돼 '진짜 일을 벌여볼까' 고민하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노선을 정했다. 며칠 전에 시작해 아직은 만들고 올리고를 반복하는 중이다. 어떤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사진으로 무언가를 했다는 포트폴리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 제 그라폴리오에 놀러 오세요!





▼ 그밖에 이십 대 동안 하길 잘했다-싶은 것들을 따로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작가의 이전글 사치스럽던 '그 음식'과 친해지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