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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y 31. 2023

책임감 100으로 이루어진 직업 속으로

독서기록#6.

미스터 프레지던트

탁현민 저



순수하게 전 정부의 행사들이 특별하게 보였다. TV에 생중계를 해도 쉽게 돌리는 그런 행사들이 아닌, '음?'하고 좀 더 보게 되고 때로는 유튜브로 찾아보게 하는 행사들이 다수였다.

정부 시작 초반부터 파격적인 자리를 마련하고 항상 복붙이었던 행사들의 판을 재미있게 때로는 슬퍼지게 뒤집던 이 책의 저자인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비롯한 의전팀의 기획력은 책을 읽기 전에도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기업 회장님들과의 맥주 자리라던가 싸이가 나와 노래 부르고 군인들이 환호하면 뛰던 국군의 날 그리고 독도새우가 올라가 일본이 불만을 표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 등이 대표적인 기억이다. 아미로써 BTS와 함께한 유엔총회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렇다고 출간 직후 단번에 구입한 책은 아니다. '가볍게 도서관에 들어오면 봐야지' 생각하고 유튜브로 미리 책 출간을 기념해 작가가 출연한 여러 영상들을 하나 둘 챙겨봤다. 재밌다 재밌다-하면서 보다 보니 당장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됐고 도서관에서는 이미 누군가 대출해 에라이-하고 구입한 거다. 그 정도로 바로 읽고 싶었다. 그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한 건 고작 한 챕터를 다 읽었을 때다.


읽지 않으면 어쩌면 영원히 몰랐을 국가 행사의 비하인드가 생생하게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디테일하게 서술되어 있다. 대통령 참석 여부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행사별로 어떤 과정과 어떤 부서들의 합심으로 만들어지는지 잘 챙겨져 있어 국가 행사에 대해 무지했어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배움이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문체부 국방부 등 여러 부서와 협의하고 개인적으로 박물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고 전문가를 찾아 나서고 섭외를 하고 양해를 구하는 일련의 준비 과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행사 기획에 관심이 많았어서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국가행사는 일반 행사와 달리 깃발 하나 반찬 하나가 기획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도 결례로 이어질 수도 있어 중요도와 긴장의 수위가 높다는 걸 관계자가 아니었는데도 실감했다. 읽으면서 '이건 진짜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읽다가 만약 내가 의전팀에 있다면-하고 상상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순간마다 의전팀의 스트레스가 걱정됐다. 왜 대통령이 양산으로 돌아왔을 때 작가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하늘로 던졌는지 이해가 될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 이 사진으로 기사가 많이 났다

행사에 대한 프로세스도 귀한 인사이트였지만 의전팀 외에도 어떤 팀들이 국가 행사에 공을 들이는지도 행사마다 꼭 쓰여있는데(그들을 향한 감사인사가 꼭 표기되어 있었던 건 소소한 스윗포인트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드러나도 잘 생각하지 않는 분들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특히 팡파레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이제야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까지도).

번외로 문대통령과의 비하인드도 곳곳에서 드문드문 볼 수 있었는데 음성지원이 되는 그래서 피식 웃게 되는 몇 문장들이 있었다. 해외순방 중 대통령과 작가가 한 엘리베이터에서 나눈 대화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작가가 서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작가가 국가행사를 대하는 태도였다. 작가는 대통령의 태도를 책에서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태도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려고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행사가 누군가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

'쇼한다는 정치적인 평에 쇼하려고 들어온 사람한테 쇼한다고 말하는 게 전혀 위축될만 게 없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정말 행사 기획에 몰두하는 분이라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책임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 때문에 가진 짐이 많다고 생각하며 지내던 독자는 그 순간마다 버티고 이겨낼 힘을 얻는다.


바빠도 너무나 바쁘게 또 알차게 돌아가는 슬기로운 청와대 생활에 잠시 들어갔다 나왔을 때 기분은 언젠가 또 읽겠구나 N차 독서를 확정 짓는 여운이었다. 책장이 더 없는 게 무척이나 아쉬웠기 때문이다. 책 두께가 있는 편인데 그런 책을 완독한 건 최소 반년은 넘었을 거다. 


+

코멘트를 덧붙이자면 혹여나 이 책을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그건 무언가를 크게 배울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배울 때는 겸손한 자세로 아무것도 모르는 마음으로, 그래서 다 흡수하겠다는 열정이 필요하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었고 완독한 뒤인 지금 이후 국가행사를 바라볼 때의 시선과 생각은 이전과 많이 다를 것 같다.




메모1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려고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행사가 누군가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


메모2

실수가 없을 수 없고, 때론 실패도 겪게 된다. 그렇지만 잊어버려야 한다. 내일 또 다른 일정과 행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쉴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어떤 프로젝트 하나로 끝나는 일도 아니다. 실수를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은 성공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다. 나아진다. 나아지도록 노력하면 반드시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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