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벅이는 윤슬 Oct 07. 2019

일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아저씨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오늘 식당을 갔는데 글쎄 직원 아저씨가 나는 일할 때 살아있음을 느껴! 이러는 거예요!]

[직업만족도 최상인가 보다]

점심을 먹고 온 동료가 듣고 온 말은 부러우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런 마음으로 일을 대할까 비결이 궁금해지는 경험담이었다.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는 때가 있을까



그 아저씨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뭘지 생각해봤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순간? 정신없이 움직이며 빠르게 보내는 시간으로부터 느끼는 보람? 혹은 늘어나는 잔고에서 오는 살아있음일지도 모르지. 성실히 일한 댓가이니 그렇다고 해서 딱히 속물적이지는 않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 아저씨에게는 살아있음을 매일 느끼는 삶이 행복하겠구나. 그 행복감은 성공한 덕후쯤은 되겠구나 으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나는 삶에 오롯이 기뻐한 적이 있나-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불과 하루 전에 느낀 그 기분이었기 때문인데 아마 그 기분이 아저씨가 말한 '그 기분'이 맞을 것이다.

너무 행복하다고 했으니까.

이 글을 쓴 지 하루 전, 서산 해미읍성을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2016년에 방문했으니 연도로만 치면 3년 만에 방문한 곳. 소중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희미해질 수도 있을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해미읍성이었다. 당연히 성곽도 내부도 그대로였다. 연둣빛 잔디밭과 보존되고 있는 성곽, 그 안의 한옥까지 특별해질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성곽 안에 들어서고 넓은 잔디를 봤을 때 마음이 비로소 안정감을 찾았다. 제주도의 어느 마을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안정감을 느낀 것은 오랜만이었다. (제주도에 대한 애착은 이전의 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가을의 일몰 시간이 다가오는 시간. 해의 높이와 내 키가 비슷하다는 착각이 드는 그 시간 속에서 성곽 내부의 모든 색에 옅은 황금빛이 더해지고 있었는데 그 색감이 어찌나 비현실적이던지. 그 와중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까지 이보다 완벽한 여행날이 있을까.


운영하고 있는 최근의 블로그만 봐도 여행을 안 간지 꽤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여행덕후로써의 다짐이 무색하게 여행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요즘이다. 여행 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한 가을이 왔는데도 좀처럼 여행을 안 가고 있다. (못 가고 있다고는 못 하겠다. 대체로 '못'으로 시작하는 모든 결과의 이유는 핑계이기 마련이니까.)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여행지에 왔다는 생각이 들자 행복감이 임계점을 넘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식당 아저씨가 말했던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이었던 것 같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매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의 삶에서 나에게 안 맞는 것들을 하나하나 용기 있게 가지를 치며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남는 그런 삶을 살 수는 없을까. 그래서 훗날 후회하지 않을 그런 삶을 살 수는 없을까.

그 가게 아저씨는 어떻게 지금의 삶을 살고 계신 것일지 궁금해졌다. 내가 그 아저씨만큼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이나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여행? 어디 가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