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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r 25. 2024

[#7. 단상집] 파리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빠진 시간


2024 파리 올림픽의 기대감이 곳곳에 가득한 지금의 파리


1

남들이 별로라고 말해도 일단 내 두 손을 그리고 발을 담가봐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파리에서 깨달았다. 프랑스 파리의 유명세 치고 아는 게 없었다. 에펠탑 개선문 사진만 수백 번 봤지 자의로 파리에 대한 영상을 찾아본 적은.... 생각해 보면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전적으로 프랑스 파리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건 주변 여행자들의 후기였다. 열이면 열 모두가 더럽고 소매치기도 많고 하여간 별로라고 했다. 유럽 가기 전에는 다들 파리를 가장 낭만적일 거라 기대하는데 막상 가면 가장 실망하게 되는 도시란다. 모두가 그렇게 말해서 그랬나. 기대가 없었다.

매일매일 파리의 매력을 주웠다. 사진으로 수십 번 본 에펠탑과 개선문을 제외해도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우아함을 갖고 있는 건물들과 가게마다 즐비한 테라스. 테라스를 따스하게 그리고 눈부시게 물들이는 햇살. 베르사유 궁전 정원과 다를 바 없었던 도심 속 뤽상부르 공원. 담백 빵을 안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명확하게 맛있는 바게트. 달달하고 쫀득함이 한국에서는 맛본 적 없는 충격적인 빨미에르. 입사하고 싶을 정도로 매 초 매 시간이 동화 속이었던 감동의 디즈니랜드. 또 하나의 감동이었던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 건축에 경계란 없음을 보여주는 퐁피두센터. 어느 곳보다 금방 익숙해진 메트로 체계. 여기에 곳곳에 보이는 2024 파리 올림픽 로고들이 주는 설렘과 마지막 저녁에 본 에펠탑 야경의 황홀함도 첨가!

비교하기에는 결이 다른 도시지만 솔직히 내 취향에는 아비뇽보다 파리가 더 좋다. 언젠가 꼭 또 오고싶은 도시다. 빠르게 적응하고 안정감을 찾았던 도시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2

어릴 적부터 서른 살이 넘은 지금까지 미키마우스 인형을 껴안고 노는 어른이가 디즈니랜드 파리에 다녀왔다. 개장 한 시간 전에 가서 폐장 때까지 노는 광기를 파리에서 펼쳤다. 끼아오~ 소리 지르며 좋아한 몇몇 놀이기구는 두 번을 탔고 폐장 전 캐슬 퍼레이드는 시작 두 시간 전부터 대기해서 1열 중앙에서 봤다(그날 디즈니랜드 간 사람 중 유료 좌석 제외하면 가장 좋은 자리에서 봤음을 자부할 수 있다). 다들 어린이들 사진 찍게 해 주려고 줄 서 있는 부모님들뿐이었는데 혼자 당당하게 줄 서서 미키도 만났다! 미키한테 내가 널 가장 좋아한다고 했더니 감동받은 표정을 지어줘서 역으로 또 감동받았다. 팔짱 끼자고 팔을 내미는 미키의 모습은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일지도.

개장부터 폐장까지 디즈니에 입사하고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디즈니 세계관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어릴 때 처음 만나는 캐릭터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3

생각해 보니 세계여행이 시작된 지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숙소를 옮기고 처음 캐리어에서 물건들을 꺼낼 때 유목민처럼 안정적인 어느 것도 없는 일상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느낀다. 이제 뭘 꺼내놔야 생활하는 동안 다시 캐리어를 여는 일이 없는지 안다. 물건도 어떻게 끼리끼리 놓아야 쓰기 편한지 안다. 아직도 어려운 건 경비 운용뿐이다. 아낀다고 아끼는데도 어디서 돈이 나가는 건지.... 는 아마 충동적으로 사 먹는 음료와 빵 때문일 거다.

특히 프랑스는 빵이 뭘 먹어도 맛있으니까 식탐이 늘어간다. 이 문단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왔는데 여기도 미식의 도시라더니 늦은 점심에 먹은 Bro's Burger 수제버거가 기깔난다. 거의 하드락 버거 바로 직전까지 오는 갓성비의 맛이다.  

5개월을 여행해도 비교적 싼 것만 찾아 먹어도 음식은 계속 새롭다. 지구상에 이렇게나 맛있는 게 많다니. 하루에 3만보를 걷고 있지만 살은 안 빠질 것 같다.


4

요즘 은은하게 유행하는 AI운세 '점봇대'를 봤는데 아니 AI 무서워... 세계여행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다짐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 주제를 결과로 보여줬다. 어떻게 알았지? 그걸 삼십 대에 잘 추진해야 사십 대의 내가 원하는 바를 얻는다고. 나의 결단과 생각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란다.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점봇대다. 

*혹시 궁금한 분들이 계실까 싶어 점봇대 링크는 [여기 클릭]. 실제 점 보는 것과 동일하게 생년월일 그리고 출생 시간까지 입력해야 합니다. 이 사이트 비하인드를 추가로 알게 되었는데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상대로 유료로 운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행태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네요?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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