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피렌체에 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야

by 뚜벅이는 윤슬

이탈리아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약 233km. 중부 도시 중 하나인 '피렌체(Firenze)'의 어원 중 가장 유명한 설은 라틴어 동사 'florere'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다. 꽃피는 도시, 번영하는 땅, 피렌체. 이름에 얽힌 이야기에 걸맞게 피렌체의 봄은 유독 따뜻하고 생생하며 아름답다. '이름값을 하는' 피렌체에서 유독 그 값을 톡톡히 해내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꽃 피는 피렌체의 요약본, 피티궁전 & 보볼리 정원

피렌체에서 가장 넓은 궁전인 '피티궁전(Palazzo Pitti)'은 피렌체 여행 중 수없이 듣게 될 거대 가문인 메디치 가문의 주요 거주지였다. 이후 합스부르크 가문, 나폴레옹 등 유명 인사들의 궁전으로도 사용되었으니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존재감을 오랫동안 지니고 있었던 궁전이다. 현재는 메디치 가문이 수집한 보물과 14개의 방, 그리고 미술관(Galleria Palatina)이 있어 여행자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천장 속 그림의 생생함이 대단해 고개를 들고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궁전이다.
궁전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면 궁전 뒤로 나갈 수 있는 문을 볼 수 있다. 티켓을 보여주고 올라가면 나오는 서정적인 공간, ‘보볼리 정원(Giardino di Boboli)’이다. 공원이 궁전만큼 넓어서 한 번에 모든 곳을 다 보려는 건 발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전략적으로 나만의 동선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봐야 하는데 그 동선 안에 꼭 넣어야 하는 공간이 있다면 정원 중앙 계단을 통해 갈 수 있는 테라스 정원이다. 피티궁전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한 정원 중앙의 모습은 물론, 궁전 너머의 점묘화처럼 촘촘한 피렌체 구시가지 풍경도 볼 수 있다. 그 반대편으로는 조금 더 자연에 가까운 초록색 피렌체가 펼쳐진다. 옥수수처럼 위로 기다랗게 자라는 나무들 사이에 드문드문 있는 주홍색 지붕은 사람 손에서 태어났지만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벽에 덩쿨을 만들어 뭉게뭉게 피어나는 뱅크스 장미(로사 반크시아에. Rosa Banksiae)는 정원을 밝힌다. 이 외에도 보볼리 정원에서는 등나무, 유다나무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이 피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피렌체의 어원을 압축해 놓은 현장이다. 화려하게 꽃이 피는 도시. 그래서 생명력이 가득한 도시. 꽃이 가득한 정원에 자리 잡은 아이보리색의 석상 분수대의 물줄기가 가볍게 밑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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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봄을 만나다, 우피치 미술관

르네상스의 도시답게 피렌체에는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앞서 소개한 피티궁전 외에도 아카데미아 미술관, 바르젤로 미술관 등. 그중 피렌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욕심을 내는 곳은 '우피치 미술관'일 거다. 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명성이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시간대의 티켓을 사려면 여행 전부터 부지런하게 손을 움직여야 하는 우피치 미술관은 입장 첫 시간대부터 인파가 상당하다.
중세 비잔틴 양식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전환기인 13세기부터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 작품들이 주를 이룬 18세기까지 약 2,5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종아리 또는 발바닥에서 근육통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만약 전략적으로 중요한 작품만 봐도 괜찮다면 엘 그레코,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미술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거장들의 작품 위주로 보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보티첼리의 <봄(La Primavera)>과 <비너스의 탄생(Nascita di Benere)>이다. 특히 <봄>은 150여 종의 꽃과 500여 종의 식물이 가로 314cm, 세로 203cm 크기의 그림 안에 가득한데 그 촘촘함이 놀랍다. 작품 이름 그대로 봄 그 자체다. 피렌체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 피렌체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3월에서 5월 사이에 피렌체에서 피는 꽃들이 그려졌다고 하니 피렌체가 연상되는 건 당연한 연결일지도 모른다.
미술관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매시간 북적이는 인파가 그럴 만하다고 납득하게 되다 못해 한 번 더 가고 싶어진다. 예약을 두 번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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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빛 피렌체를 찾아서, 미켈란젤로 광장

기다란 회색 돌계단과 광장 울타리에 앉아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그 앞에서 웨딩 스냅사진을 찍는 커플. 뒤에서 환호하며 팔을 들어 하트를 그려주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위로 낮과는 다른 하늘색이 드리운다. 이 모든 요소가 한데 모여 일몰 시간에 피는 보라색 꽃을 만든다.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은 피렌체 도심의 전경을 넓게 볼 수 있는 전망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테라스 모양의 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미켈란젤로를 기념해 세워진 다비드상 청동 복제품이 있어 피렌체를 대표하는 르네상스 예술가를 기리는 마음이 가득하다. 광장 너머 펼쳐지는 보라색 일몰은 르네상스가 활짝 폈고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피렌체와 잘 어울린다. 전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볼록한 돔이 돋보이는 피렌체 대성당이다. 여행자들에게 두오모 성당이라고 불리는 우아한 랜드마크가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앞으로 아르노 강이 유연한 모양으로 흐른다. 강 테두리를 따라 서 있는 가로등들은 촛불에 불을 켠 것처럼 일렁인다. 그 모습은 다시 강 위로 번지고 빛의 양은 배가 된다.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은 광장 위 풍경만큼이나 행복한 기분을 부른다. 완벽한 저녁은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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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여행 Tip

피렌체에서 하루는 근교 도시로 여행을 다녀오자. 기차를 타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는 피사의 사탑이 있는 '피사(Pisa)'와 알록달록 해안마을이 모여 있는 '친퀘테레(Cinque Terre)'가 있다. 시간을 잘 배분하면 피사역에서 피사의 사탑을 보고 바로 친퀘테레 여행의 시작점인 라 스페치아 센트럴역으로 향하는 순서로 두 도시를 모두 여행할 수 있다. 피사의 사탑은 피사역에서 버스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어 빠르게 볼 수 있고 나머지 시간들로 친퀘테레에 있는 다섯 개의 주요 마을 중 2~3개의 마을을 구경하면 된다.
이탈리아 기차는 티켓 구매와 별개로 펀칭 후 탑승해야 하는 점 꼭 유념하고 다녀오자(벌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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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SWITE 매거진 5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